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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과 멀어질 결심

'아날로그의 풍성한 삶' 추구하기

by 우보

오랫동안 고민해 온 일에 대해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16년 동안 해온 페이스북과 멀어질 결심. 습관이라는 게 참 질기고 질겨서 뭐 특별하게 즐거운 일이 없으면서도 관행처럼 페이스북을 드나들었다.


이런 마음을 먹게 된 계기는 페북에 대한 피로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페북 주변을 맴도는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의 마음도 커졌다. 페북에는 주로 어떤 글이 올라올까? 물론 유용한 정보의 글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기획된 자기 자랑’이나 자신을 좋은 이미지로 각색한 글, 또는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글 등등. 나 또한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이 늘 나를 돌아보게 했다. 물론 페북은 자신의 아픈 면까지 솔직하게 드러내기는 어려운 공간이어서 대부분 밝은, 아니면 잘 나가는 면만 노출하는 한계가 있음은 인정한다.


문제는 가뜩이나 정보의 과잉 속에 있는데 페북에 올라오는 글까지 읽는 게 뭐 그리 중요하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까지 다른 생각이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실제로 페북의 글 중 ‘이 글은 정말 도움이 된다’라는 여긴 글은 거의 떠오르지 않는다. 정보가 부족하지도 않은데 안 읽어도 될 글을 시간을 내 읽어온 셈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어찌 보면 페북은 ‘인정 욕구’의 경연장처럼 보인다는 데 있다. 대부분, 아니 모든 사람이 자신의 좋은 면만을 습관적으로 드러내고 ‘좋아요’를 기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온라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글의 내면에 내재해 있는 것이다. 나 자신을 솔직하게 들여다봐도 은근슬쩍 자기 자랑을 내세우면서도 ‘좋아요’와 댓글로 페친의 좋은 반응을 기대해 왔던 게 사실인 것 같다. ‘인정 욕구’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페북이라면 좀 지나친 말일까? 어쨌든 나에게 그런 모습이 있다는 점을 뒤늦게 시인하게 됐다. 그런 점에 심한 피로감을 느낀 것이다.


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을 했다. 사르트르의 희곡 ‘닫힌 방’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타인 자체가 ‘지옥’이라는 말은 아니다. 타인의 시선에 얽매여 자유로운 존재로 살지 못하는 삶이 ‘지옥’이라는 말이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맞춰 살려고 하다 보면 나는 ‘내가 자유롭게 선택한 나’가 아니라 ‘타인이 만들어낸 나’가 되는 것이다.


페북 같은 소셜미디어가 자칫 자신의 삶을 ‘지옥’으로 만드는 공간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그들이 ‘좋아요’ 반응을 보일 만한 ‘만들어진 자신의 모습’에 대해 각색된 글을 올리는 게 솔직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난 스스로 그런 ‘함정’에 빠져 있음을 솔직히 시인하고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어 ‘페북과 멀어질 결심’을 했다. 쇠뿔도 단김에 뺄 겸 그냥 그만둘까 하다가 그런 결심을 할 용기는 없어 글을 올리는 횟수를 크게 줄이고 타인의 글을 그때만 잠시 살펴보는 정도로 ‘페북 디톡스’를 하기로 했다. 나름대로는 현실적인 타협 지대를 찾은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매일 자주 페북을 드나들었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글을 올리며 잠시 둘러보는 정도가 될 것 같으니 큰 변화인 셈이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람과의 관계가 그렇게 폭넓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직장 현역 시절에는 회사 일을 위해 ‘네트워킹’이라는 명목으로 인맥 쌓기를 추구했다. 실리적 기준에 바탕을 둔 사람 사귀기였다. 그런데 현역 생활을 접으면서 보니 그 관계의 유효성은 딱 그때까지였다. 수북이 쌓인 명함 중에 계속 관계를 가져갈 사람들은 손에 꼽힐 정도였다. 관계를 이어갈 실리적 상황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동기는 다소 다르지만 페북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 ‘친구’라는 명목으로 맺어진 관계도 얕기는 마찬가지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친구라고 부르기도 적절하지 않은 관계일 수 있다. 그런 공간에서 맺어진 수 백 명, 수 천 명의 ‘친구’는 정말 ‘친구’일까? 그런 얕은 관계 속에서 온라인 공간으로 흩어지는 말과 글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페북과 멀어질 결심을 하게 되면서 실제 일상에서 마음을 열고 만나는 관계들을 더욱 소중하게 여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관계의 양보다는 질을 더욱 중시해야겠다는 마음이다. 행복은 얼굴 맞대고 서로를 도닥여 줄 수 있는 실제 관계에 있다고 믿는다. 온라인 공간의 얕은 관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인터넷과 모바일과의 거리를 좀 늘리려 한다. 니콜라스 카는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 사용은 많은 모순을 수반한다. 우리의 사고방식에 마칠 장기적인 영향은 바로 인터넷이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긴 하지만 결국은 우리의 정신을 산만하게 하고 말 것이라는 점이다.”

“디지털 환경은 사람들이 많은 주제를 폭넓게 탐구하도록 권장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 방식은 더욱 피상적인 수준에 머문다.”


스마트 폰을 닫고 실제 현실의 삶에서 더 느끼고, 종이 냄새가 나는 책을 가까이하고, 명상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더 갖고, 정겨운 만남을 즐기는 ‘아날로그의 삶’을 깊게 가져가면서 삶을 더 풍성하게 체험해가고 싶다. ‘타인의 지옥’에서 빠져나와 ‘삶의 내음’을 맡아가며 살아가는 자유로운 삶. 그 길로 잘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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