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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그 기준 자체가 잘못됐다!

진정한 성공은 평범하다

by 우보

한국 사회에서 '성공'이라는 말만큼 누구나 얘기하면서도 그 정의를 얘기하자면 이중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외부용’으로 얘기하는 성공에는 인격, 존경, 지혜 등 비수량적인 가치가 부여된다. 문제는 실제 내면에서 자신에게, 자식에게. 주변에게 솔직하게 얘기하는 성공은 상당히 수량적. 물질적이라는 데 있다. 지위가 높아지는 등 출세도 하고, 돈도 많이 벌고, 큰 집과 고급 차를 타고 하는 식의 '남에게 비치는 물량적 성취'를 성공이라 하지 않고 있는가?


'더 높이, 더 많이, 더 크게'를 인생의 과녁으로 맞춰 놓고 모두가 성공에 목말라 줄을 서서 달려가는 사회.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후 준비를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사교육에 올인하는 학부모, ’ 돈, 돈'하는 물신주의 풍조의 만연. 모두 남보다 더 많이 벌고 더 높이 올라가고, 더 큰 명예를 갖는 것을 성공으로 규정한 획일화된 의식구조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물론 이런 성공의 기준이 한국 경제가 지금까지 이룬 ‘한강의 기적'의 바탕에 깔린 역동성의 에너지원이며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하게 하는 인센티브의 근원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애기한 '수치적 성취'를 성공이라 한다면 한국 사회에서 이걸 이룬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곡선이 이긴다‘는 제목의 책을 펴낸 유영만, 고두현은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연간 2,256시간의 근무시간을 버텨내며 오직 1%만 도달할 수 있는 높은 위치를 향해 불나비처럼 달려든다"라고 개탄스러워한다. 성공의 범주 안에 든 사람의 비율을 1%로 하든, 10%로 하든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본질적으로 성공의 기준이 잘못돼 있다. 1%든, 10%든 이들만이 성공의 꿈을 거머쥐는 것이라면 나머지의 삶은 실패했다고 보는 게 바로 이 기준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며 없는 형편에 남을 돕는 일에 소매를 걷고 앞장서는 사람들, 맑은 영혼을 가지고 정해진 룰을 지키며 묵묵히 하루를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 이들이 여기에 못 들었다고 실패자로 규정하는 것은 기준 자체의 허구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심하게 얘기해 성공의 이 기준 자체가 폭력적이다.


더구나 ’ 보이는, 셀 수 있는 성공=행복‘의 등식이 반드시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지난 2000년에 미국 한 리서치기업의 조사 결과를 보면 행복을 결정짓는 첫 번째 요소는 관계였으며 다음으로 건강, 개인적 성취, 재정 상태, 여가활동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또 하버드대 학생들의 졸업 후 생활을 추적한 조사 결과에서도 행복은 부에 있는 계 아니고 원만한 관계 위에서 쌓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 언론사가 여론조사기관과 공동으로 세계 10개국 5,190명을 대상으로 '행복의 지도'를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조사 대상 10개 나라 가운데 '나는 매우 행복하다'라고 답한 사람은 한국(7.1%)이 제일 적었다. 특허 우리나라 사람들은 빌 게이츠를'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꼽은 반면에 행복한 다른 나라의 국민은 '가장 행복할 것 같은 사람'으로 자기 자신'을 가장 많이 꼽았다. 행복을 결정짓는 최상위 요소가 아닌 돈에 비중을 너무 두고 살다 보니 스스로 불행의 덫에 걸린 자화상을 보고 있는 셈이다. 티베트의 명상 수행자인 은케이 밍규르 린포체의 말을 들어보자. “당신들은 멋진 집, 멋진 차, 멋진 직업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왜 이토록 많은 불행이 있는 거죠?”


’ 불행한 한국 사회'를 총체적으로 바로 잡고 '다수가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는 성공의 개념부터 바로 잡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물량 위주의 성장 기조 속에서 바벨탑처럼 쌓아온 허상에 영혼이 팔려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하는 악순환의 구조를 고쳐야 한다. 행복으로 가는 참된 성공의 기준을 만들고 폭넓은 공감대를 쌓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 분야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작은 성취를 이뤄가고, 주변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회의 작은 부문부터 개선시키는 삶. 남과 비교하며 불평과 불만에 빠져 지내기보다 주어진 것에 자족하며 감사하게 살아가는 삶. 이런 삶을 성공으로 여기고 귀하게 여기는 사회. 이렇게 성공의 기준이 바뀌어야 소수만이 성공하는 사회가 아니라 평범한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이 열 걸음을 가기보다는 열 사람이 함께 한 걸음을 가는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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