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서의 꿈이 뭐냐고요?

치어리더의 응원봉이 되어

by 채플힐달봉

몇 년 전, 친구의 권유로 브런치를 알게 되고 대충 끄적인 일기 같은 글 몇 개를 선정해 브런치작가 신청을 했다.

알려진 검색엔진들의 일반적인 블로그쯤으로 생각했던 터라 당연히 합격 통보를 받게 될 거라고 자만했는데 ‘탈락‘ 이메일을 받게 되었다.

글쓰기는, 내가 가진 능력 중에서 그나마 가장 내세울만한 것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작가 탈락이라는 쓴 잔을 받고 보니 자존심이 여간 상하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연애편지 한 장을 쓰는데 일주일 씩 걸리던, 글쓰기와는 담을 쌓고 살던 남편이 나보다 먼저 한 번의 시도만에 ’ 작가’가 되는 것을 보고는 배알이 꼬여 브런치 따위, 흥 칫 뿡! 하고 토라져

내적 안티팬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내 브런치의 동태를 살피고 몰래 숨어 훔쳐보면서, 마치 인기 많고 성격 좋은 학급의 친구를 몰래 동경하는 찌질하고 소심한 아이처럼 몇 년 동안 속앓이를 했다.


무슨 용기에서인지 어느 밤에 문득, 묵혀두었던 글 몇 개를 꺼내어 다시 작가신청을 했다.

왜, 그런 날 있지 않은가, 자못 당당해지고 자신만만해지는 그런 밤. 탈락하면 어때,라는 쿨함까지 갖추게 되는 그런 밤. 그 밤이 그랬다. 그러면서도 남편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행여 탈락의 쓴 잔을 다시 마시게 되면 남편 앞에서 너무 창피할 것 같아서였다. 마지막 자존심이랄까. 게다가 그는 또 얼마나 자주 나를 놀려댈 것인가.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작가 신청을 하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라는 이메일을 받게 되었다.

그 성취감과 기쁨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그 한 통의 이메일이, 나의 소소한 이야기에도 누군가는 관심을 가져줄지 모른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되어 내 마음의 이야기들을 재촉했다.

돌이켜보니, 처음의 탈락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지난 몇 년 사이, 나의 이야기들은 더 깊어졌고 나의 사고는 더 분명하고 성숙하게 자랐다.

몇 년 전에는 글쓰기의 동기가 모호했었다. 그저, 가진 것 없는 내가 그나마 잘하는 것 하나쯤 뽐내고 싶었던 것 같다. 탈락 후, 몇 년을 지나면서 글쓰기는 나에게 하나의 사명으로 다가왔다.


장애아이를 키우면서 겪어온 수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들은 숨기고 싶은 과거가 아니라 노련한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이었던 것을 고백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의 내가 노련함을 완성했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그 여정 위에서 때로는 찌질하게 또 때로는 할만하다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글을 쓰고 발행이라는 것을 해 보니, 글쓰기는 상처 입은 야생동물이 제 상처를 핥는 것처럼 내 글이 도리어 나를 치유하는 것을 경험했다.

글을 쓴 작자에게 그럴진대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도 같은 치유가 혹 일어나지 않을까.

나보다 뒤에서 이 길-장애아이의 부모로 살아가는 길-을 걷고 있는 누군가가 있어 그가 우연히 나의 이 뒤죽박죽인 기록들을 보게 된다면, 고단한 그 길에서 한 번쯤은 내 글이 응원봉을 흔드는 치어리더처럼

힘내,라는 목소리로 닿았으면 좋겠다. 그런 동기가 생기니 글에 대한 애착이 커지고 내리막길에서 가속도가 붙은 트럭처럼 마구 질주하고 싶어진다.


평소 SNS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지인들의 일상을 몰래 훔쳐보기만 했었는데 나의 이런 글쓰기 동기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에게 나의 응원이 닿으려면 많은 사람들에게 더 알려져서 그 어딘가 구석진 곳까지 소문이 퍼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SNS에 브런치를 홍보하는 글을 올렸다.


장애아이를 키우면서 오래 묵혀오던, 폐쇄적이고 꼬인 마음들이 이리저리 깎이고 다듬어지면서, 이제는 좀 스스로도 단단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만으로 혼자 울고 있을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브런치에서 감사하게도 그 마음을 알아줘서 기회를 주었네요. 저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 근황이 궁금하셨던 분들, 주변에 장애아이를 키우면서 어려움이 있는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방문하시면 인사 남겨주세요~

그간 SNS 활동이 뜸했던 것, 훔쳐보고 흔적도 남기지 않고 그림자처럼 지냈던 것 용서하세요. 7만 명의 작가 중 한 명에 불과하지만;; 한 사람의 누군가에게 저의 응원이 전해지길 바라요.

https://brunch.co.kr/@clitie1204


그간 연락하지 않던 지인들에게 난데없이 브런치를 홍보한다는 것이 조금은 망설여졌지만, 그 민망함을 무릅써야 할 분명한 목적이 생긴 것에 감사한다.

내가 지나온 길에서 누군가의 짧은 문장 하나가 무너진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되었음을 기억한다.

언어는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게도 하는 강력한 영적 힘을 가지고 있다.

부디, 나의 언어가 누군가를 살리는 데 일조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제목에 쓰인 배경 이미지는 구글 서치를 통해 무료로 제공 받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