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옥의 기술 : 열아홉 번째
연기법은 원리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하지만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다는 역설이 있다. 이는 연기법 자체가 복잡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이것'과 '저것'으로 나누어 보는 우리의 이원적 생각이 너무나 견고하기 때문이다. 흔히 알려진 12연기는 진정한 연기법이라 보기 어렵다. 그것은 석가모니 사후에 우리가 어떻게 무지에 빠지는지 그 과정을 설명한 것일 뿐, 연기법의 핵심을 담고 있지도 않고 그것만으로는 깨달음에 이를 수도 없다. 이는 마치 과학적인 사고방식이 어떤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깨어남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과 같다.
이번 글에서는 이론적인 설명보다는, '연기적 사유'를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또한, 실수하지 않기 위해 이 연기적 사유가 우리가 평소에 하는 이원적 생각과 무엇이 다른지 비교해 보겠다. 이 차이점만 명확히 이해해도, 큰 오류 없이 실재의 모습(실상)을 마주할 기회를 더 빨리 얻게 될 것이다.
먼저 다들 잘 아는 석가모니의 연기법 공식을 살펴보자.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此有故彼有),
이것이 생하므로 저것이 생한다(此生故彼生).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此無故彼無),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此滅故彼滅).
이것이야말로 연기법의 핵심을 가장 간결하게 표현한 정수다.
석가모니는 이 핵심 원리를 '서로 기대어 서 있는 갈대 묶음'에 비유했다. 우리가 '존재한다'고 인식하는 것들은 모두 이 갈대 묶음과 같다. 어느 하나가 사라지면 다른 하나도 함께 쓰러져, 둘 다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여기서 쓰러진 갈대는 현상으로 드러나지 않음을 뜻한다.)
이처럼 진리의 핵심은 너무 간결해서 오히려 큰 오해를 낳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공식을 '이것'과 '저것'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만 초점을 맞춰 이해한다. 하지만 연기법의 진짜 핵심은 둘의 '관계성'이 아니라, 그렇게 관계 맺는 '이것'과 '저것'이라는 것들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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