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원성과 대극

꼬리찾기 #3

by 나말록

대극과 꼬리


우리가 대상을 인식하는 방식은 언제나 이원적이다. 항상 대상을 다른 것과 구분해야만 인식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밝은 대낮에 별을 볼 수 없는 것과도 같다. 별은 언제나 거기에 있지만 밤이 오고 어둠이 내려야만 비로소 별이 드러난다.


우리의 인식 구조는 주로 대상만 초첨을 맞추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반쪽을 눈치채지 못한다. 대상을 인식의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그 대극을 함께 인식하는 것이 포함된다. 마치 동전의 앞면을 뒷면과 분리해 따로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의식이 대상에 초점을 맞추는 순간 그 대극을 인식하는 과정은 동시에 자동으로 일어난다. 그 대극을 인식하는 과정 없이는 하늘의 별도 드러날 수가 없다는 의미다.


그동안 우리가 간과해 왔던 그 대극을 의식하는 과정은, 마치 뒤에 숨어 있어서 보이지 않는 자신의 반쪽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 자동적인 과정을 눈치채는 것은 쉽지 않다. 의식은 언제나 주제가 되는 대상 자체만 관심을 두지, 그 대극에는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별을 집중해서 보는 순간 그 바탕 공간은 관심 밖이 된다. 초점은 하나에 집중되고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대극의 조력으로 이원적 관념이 완성되는 것이 시나리오다. 자각은 못하더라도 언제나 우리의 인식은 이렇게 양쪽으로 작용한다. 하나는 핵심 대상으로 향하고 나머지 하나는 그 대극을 향한다.


이 은밀한 과정을 좀 더 선명하게 자각하기 위해 꼬리라는 이미지를 떠올려보자. 그다지 아름다운 이미지는 아니겠지만 그만큼 상상하기 쉽고 기억에 오래 남기는 것이 꼬리라는 메타포의 역할이다. 당신의 삶에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그 어떤 것이라도 그 대극에 마치 거머리가 붙어있듯 자신의 꼬리가 들러붙어 있다고 생각하자. 유쾌한 그림은 아니겠지만, 그렇게라도 의식의 숨겨진 반쪽을 드러내어 양지로 끌어내어 두렷하게 자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꼬리는 당신이 인식하는 모든 것에 붙어 있다. 물리적인 영역과 정신적인 영역에 상관없이 대극에 붙은 꼬리에 의해 대상이 드러나고 인식된다. 우리는 관심과 초점이 머무는 대상을 먼저 인식하지만 이 과정은 선후가 없이 동시에 벌어진다. 초점 대상이 바뀔 때마다 꼬리도 같이 바뀐다. 이 꼬리의 작용이 없으면 대상은 드러나지 못하며 따라서 인식도 불가능하다. 이렇게 대상이 존재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인식할 수 있도록 상대되는 대극을 떠받치는 것이 꼬리다.


이원과 비이원


우리의 인식이 이렇게 이원적으로 작용하고, 또한 세상이 이원적인 구조 드러나는 것은 자기 인식을 위한 실상의 기본 메커니즘이다. 세상이 인식되고 드러나는 것은 이원적이며 우리는 이원적인 해석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나 실제로는 세상 자체가 이원으로 분리된 것은 아니지만 ‘자각’의 과정에서 모두 분리된 것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그러한 분리의식이 세상의 모든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이 때문에 우리는 길을 잃는다.


당연히 우리가 ‘나’라고 알고 있는 우리 자신도 그런 이원성으로 드러나 있는 세상의 일부다. 이원성이란 말이 일상적 언어가 아니라서 조금 생소하겠지만, 매우 중요한 단어이므로 여기서 간단히 살펴보고 넘어가자.


二元性(Duality)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나말록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누군가 깨어났으니 당신도 깨어납니다. 깨달음에는 종교와 신비가 필요 없습나다. 읽고 사유하고 깨어나세요. 당신을 자유롭게 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3,19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5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