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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by JinSeok Kim

2020년 아이를 낳고 오랜 시간 동안 마음속에서 둘째에 대한 고민을 했다. 당장의 육아에 대한 노곤함, 아이가 둘일 때의 경제적인 여건의 변화, 아이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못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등이 물론 중요했지만, 내 마음 한 구석에는 둘째 아이가 남자일 경우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형과의 관계에서 느꼈던 거리감과 불편함이 다시 재현될까 봐서였다.


아이에게는 한 번도 말을 하지 못했지만, 나에게는 형이 있다. 내가 이를 언급하는 일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내 어릴 적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나에게 형제가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건조하게 나열하자면 형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벌써 7년 정도 흘렀다. 그것은 나의 선택은 아니었고, 내가 짐작하기로는 나의 결혼이 무언가의 계기라는 것 정도이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특별히 싸웠거나 미워하는 건 아니고, 그냥 안 보고 사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살다 보니 가족 간에 미워하기도 참 쉬운데, 자의는 아니지만 그냥 멀어진 거뿐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형과는 3학년 차이가 난다. 그래서인지 나의 초등학교 졸업식은 그의 중학교 졸업식에 묻혔고, 나의 중학교 졸업식은 그의 고등학교 졸업식에 묻혔다. 엄마가 나의 졸업식에 온 것은 고등학교 졸업식이 처음이었다. 그런 만큼 나의 서사에서는 항상 엄마가 형에게 쏟았던 애정과 관심에 대한 아쉬움, 서운함이 강조되지만 그의 서사에서는 나는 무언가 불편한 존재였던 것 같다. 물론 좋았던 기억도 있지만, 나를 불편해하고 때로는 적대심이 느껴지는 것에 대한 "눈치"가 자연스럽게 생겼던 것이 더 기억에 남는다. 또한 형과는 성향도 많이 다르기 때문에, 관심사를 나누거나 같이 즐겁게 논 기억도 많지만은 않다. 그래서였을까, 나에게는 형제라는 단어가 그렇게까지 긍정적인 느낌은 아니다.


둘째의 성별이 남자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 내 감정은 복잡했다. 내가 겪었던 그런 서사가 다시 재현될까 봐 걱정이 되었고, 그걸 부모의 입장에서 겪을 때 나라고 우리 아버지보다 나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겪은 바가 있으니 더 형제를 잘 이해할 수 있을 테니 남매인 것보다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이런 복잡한 마음을 깬 것은 첫째 아이였다. 동생이 집에 오고나서 첫 째 아이의 반응이 많이 걱정되었다. 질투를 하거나 어색해할 수도 있을 테고 특히나 내가 태어났을 때 형은 "맨날 오줌 싸고 똥만 싸고 하나도 안 이쁘다"라고 했다는 우리 엄마의 말이 귓가에 자꾸 맴돌았다. 하지만 "동생 집에 오니까 어때?"라는 말에 첫째의 말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반응이었다.


"세상에서 이렇게 예쁜 아기는 처음 봤어"


그 순간 알았다.

첫째는 우리 형이 아니고, 둘째도 내가 아니다.

그리고 나도 우리 아버지가 아니고. 와이프도 우리 어머니가 아니다.


이런 첫째의 말이 너무나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

사랑이 많은 아이로 자라기를 바랐는데, 이미 사랑이 넘치는 것 같았다.
그 사랑이 유년기의 나까지 어루만져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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