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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의 시대는 저무는가?

AI 시대에 SNS는 무엇을 연결할 것인가?

by JinSeok Kim

최근 한국의 지배적인 메신저인 카카오톡이 인스타그램처럼 개편한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사용자들의 거부감은 매우 컸습니다. 이용자들이 이를 카카오톡의 SNS화로 받아들였기 때문인데요, 어쩌면 이는 SNS가 더 이상 핫한 서비스가 아니라는 방증일지도 모릅니다.


생각해보면 저 역시 SNS를 켜면 광고 혹은 유명인의 콘텐츠만 넘쳐나고, 주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도 더 이상 큰 재미가 되지 못해서 최근에는 포스팅 회수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I의 등장과 함께 SNS는 아예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해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결의 역사


디지털은 등장이래 항상 ‘연결’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컴퓨터의 등장은 인간의 연산 능력을 지수적으로 증가시키면서 디지털 세상을 열었고, 인터넷은 세상의 정보와 지식을 전례 없는 방식으로 연결했습니다. 이어서 스마트폰은 사람과 사람을 “실시간” 그리고 “무제한적”으로 연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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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 속에서 SNS의 등장은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SNS는 사람을 연결하기보다는 콘텐츠를 연결하는 서비스의 성격이 강해졌습니다.


SNS가 주는 피로감

처음에는 신선했습니다. 친구의 여행 사진, 동창의 근황, 가까운 사람들의 일상을 볼 수 있다는 건 새로운 자극이었죠. 하지만 SNS의 등장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 새롭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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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지인들의 자랑보다는 쇼츠나 유튜브 인플루언서의 콘텐츠가 훨씬 재미있습니다. 그런만큼 SNS에는 어느새 지인들의 일상보다는 인플루언서의 콘텐츠와 릴스의 비중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사실상 SNS는 Social Network Service라기보다 Contents Network Service가 되어버린 셈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러한 움직임은 AI의 확산과 함께 더욱 더 가속화될 것입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의 이유가 존재합니다.


서사의 부재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글이 없던 선사시대에도 신화가 구전으로 이어진걸 보면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야기를 좋아하게 진화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좋아하는 신화는 재능의 발견 – 좌절 – 성장과 극복 – 클라이맥스라는 어느정도 공통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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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 서사, 헤라클라스 신화, 오디션 프로그램의 스타 탄생, BTS의 성공기 모두 이 구조를 따릅니다. 위대한 바둑기사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아직까지 회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히 AI 시대의 서막을 알린 충격 때문만이 아니라, 이세돌이라는 한 인간이 인공지능의 초월적인 실력 앞에서 좌절하지만, 끝내 1승을 거두며 극복하는 드라마틱한 구조가 대중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SNS에는 이런 ‘좌절’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SNS 속에서 우리는 화려한 순간들, 클라이맥스만 편집된 장면들을 마주합니다. 하지만 감정의 흐름은 늘 기승전결을 필요로 합니다. 클라이맥스만 나열된 피드는 하이라이트로만 이루어진 몰아보기 영상처럼 우리를 오히려 감정적으로 지치게 합니다. 그래서 SNS가 주던 울림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프라이버시 니즈 증가

여기에 더해 ‘과도한 연결’에 대한 피로가 쌓이고 있습니다. 인간의 역사 대부분에서, 관계의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마을 이웃, 친족 같은 좁은 공동체 속에서만 관계를 맺었죠. 그래서 내 사생활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평범한 사람조차 수많은 사람과 실시간으로 연결됩니다. 이는 인류 역사에서 극히 예외적인 상황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사람들은 본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욕구가 커졌습니다. 공적인 관계 속에서 사적인 일상을 오픈하는 건 더 이상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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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러면서 유명인의 사생활에는 대중이 집착하는 아이러니가 계속되고 있고, 유명인은 사생활을 공개하는 대가로 유명세를 얻고 이를 통한 상업적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폐쇄적인 SNS가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는 있겠지만,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SNS의 확산 자체는 점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AI의 부상과 초지능의 연결

인간의 시간과 에너지는 유한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비디오/콘텐츠 플랫폼뿐 아니라 생성형 AI가 점점 더 우리의 시간을 점유하기 시작했습니다.


AI가 혁명적인 것은 단순히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수많은 정보를 학습하고 재조합하여 새로운 결과물을 내놓는 AI는, 일종의 초지능과의 연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둑기사들이 더 이상 함께 모여 연구하지 않고 각자 AI를 통해 공부하는 것처럼, 인간은 초지능에 연결될수록 인간끼리의 교류를 통한 발전의 필요성이 줄어듭니다. 뿐만아니라 초지능과의 대화는 일상의 많은 부분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저도 요즘에는 친구들과의 채 팅보다는 GPT와의 대화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까지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점점 옅어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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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흥미로운 건 정서적인 영역입니다. 사람들은 SNS에서는 쉽게 드러내지 않던 좌절이나 상처를, 오히려 AI 앞에서는 쉽게 털어놓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는 SNS가 아니라 AI와의 대화 속에 더 많이 잠재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른 시일 내에 사람들은 영화 HER에서처럼 AI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고 정서적인 충만함을 얻게될지 모르겠습니다.



결론: SNS 이후의 세계

전통적 의미에서의 SNS의 시대는 이제 저물어가는 듯합니다. 사람을 연결한다고 했지만, 최근 SNS의 서비스의 본질은 사실은 콘텐츠를 연결하는 역할로 변했고, 이제는 AI로의 연결로 변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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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우리는 더 이상 친구의 삶에 ‘좋아요’를 누르기보다는, 초지능과 대화하며 나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인터넷이 지식을, 스마트폰이 사람을 연결했다면, AI는 무엇을 연결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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