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로 결심한 AI에게 -1화-
"대충 하시면 됩니다."
J의 담당 직원이라는 사람이 말했다.
"어차피 형식상 하는 거예요. 개발자들도 도통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치거든요. 출시된 지는 오래되었는데, 워낙 인지도가 높은 제품이라. 저도 말이 안 된다는 거 압니다. 상담사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시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 해주세요."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대충 하라는 소리인지 최선을 다하란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기계와는 어울리지 않으니 그러려니 싶었다.
직원이 건낸 화면 속 J의 모습은 확실히 최신 모델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비교적 최신 모델들은 사용자의 입맛에 따라 모든 외형 변경이 가능하다 보니, 오히려 이질감이 들기 일쑤였다. 그에 비해 J는 대량 생산된 초기 모델의 외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눈, 코, 입이 조화를 이뤄 꽤 호감을 주는 얼굴. 은은한 살색을 띄는 몸통과 팔, 다리. 그에 반해 단단한 알루미늄 골격이 그대로 드러난 관절. 너무 사람처럼 만들면 오히려 혐오감을 준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봤었는데, 저 부조화는 그렇게 발생한 결과인가 싶었다.
"아이를 돌보기엔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또 무의식적으로 생각이 튀어나왔다. 나쁜 습관이었다.
J는 어떤 때는 지나치게 사람 같았고, 어떤 때는 지나치게 기계 같았는데, 걸음걸이는 특히 사람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건 좀 반칙이지 않나 싶었다. 진우도 돌이 지나야 겨우 넘어져가며 걸음마를 연습할 수 있었는데. 저건 태어나자마자 모든 게 완벽하니까.
한 가지 위안이라면 J에게는 표정이 없었다. 말할 때에도 눈은 그대로 멈춰 있어서 꼭 고요한 얼굴에 입만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그러니 J의 시선 끝에는 내가 있는 건지, 그 너머의 무엇이 있는 건지 알아채기가 힘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상담에 있어 꽤 큰 문제였다. 나는 J의 진심을 알아야 했다.
J가 왜 자살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그것이 단순한 노동 거부는 아닌지.
애초에 AI 로봇이라는 게 자살을 할 수는 있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