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ookovi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gan Aug 16. 2018

맛은 알겠는데 너무 과한 것 같지 않아?

영화 <목격자>

- 스포가 강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참 좋아하는 배우, 이성민 씨. 이번 라인업에 두 개의 작품으로 스크린을 내달리고 있다. 둘 다 주연급으로 활약하고 있으니 그의 연기 가도는 한창 초록불로 달려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의 반열에 오른 듯한 이성민 씨. 여러 방면에서 여러 모습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스크린에서 함께 해 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당당히 홀로 포스터에 선 이성민 씨를 만나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목격자"라는 어쩌면 뻔한 클리셰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궁금했고, 이 사회의 현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도 궁금했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력에는 토 달 것이 별로 없이 완벽했지만 영화 자체의 느낌으로는 "글쎄..."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뻔한 클리셰를 이겨내기 위해 소금을 좀 과하게 친 것 같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느꼈다.


# 과한 설정이 부른 화


 음, 일단은 알겠다. 


 이 영화가 도대체 뭘 보여주고자 했는지. 엔딩의 끝자락 흘러나오는 뉴스 앵커의 대사들과 마지막에 주인공인 "상훈"의 외침을 통해서 그 사실을 명확히 알았다. 물론, 전반적인 흐름들만 지켜봐도 충분히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했는지 알 법한 내용들이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무관심이 어떤 화를 불러오는지, 그런 사회의 모습들을 들추고 조금 잔인한 방법을 통해 비추고 싶었으리라.


 그러나 시작부터 내가 느꼈던 "불편함"은 과한 설정에 있었다.



 살인의 배경이 아파트 한가운데다. 그렇다. 

아파트 한, 가운데. 



 장르가 판타지가 아니라면 이러한 영화에는 어느 정도의 납득이 필요하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그리고 이해가 가능한. 그 정도의 바탕이 깔리고 그 위에 조금은 억지스러운 일들이 펼쳐진다 해도 스토리에 크게 해가 가지 않은 상태라면 자연스럽게 몰입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새벽 2시에 아파트 한가운데에서 이렇게나 비명을 질러대며 돌아다니는 여자를 살해하는 남자를 본 목격자가 3명뿐이라고?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이 부분부터가 나의 온전한 몰입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아무렇지도 않게 그 자리에서 망치를 내리쳐 살해하는 살인자 

"태호"의 행동 역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단은 두들겨 놓고 두 시간이 지나도록 아파트에서 뭘 했는지 정처 없이 돌아만 다니다 4시쯤에 마저 살해한 이유는 또 무엇인가? 공백의 두 시간은 끝내 밝혀지지도 않았다.


 극단적인 표현을 통해 그만큼 현실을 비판적으로 꼬집고 싶었다는 건 알겠는데, 극단적을 너무도 극단적으로 표현해 놨다.


# 주모, 여기 사이다... 한 드럼만 제발...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은 이뿐만이아니다. "상훈"이 목격자들이 모두 죽어나가는 가운데서도 끝까지 증인으로 자처하고 나서지 않은 채 질질 끄는 이유도 도통 모르겠다. 


나에게 남은 것은 가족과 이 집뿐이다. 

경찰들도 애먼 사람을 잡아 놓고 사건을 종결시켰는데 내가 누굴 믿겠는가? "


 라고는 하지만 단 한 번 만이라도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본다면 훨씬 더 지혜로운 해결 방법이 많았을 것이다. "상훈"의 과한 염려와 병에 가까울 정도의 불안함이 그를 이러한 상황으로 몰아갔다고 밖에는 이해할 수가 없다. 라디오 스타를 보면 김구라 씨가 게스트의 이야기 중에 MSG를 뿌리는 듯한 제스처를 취할 때가 있다. 


 담백하지 못하고 인위적이라는 뜻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동작이다. 이 영화는 MSG를 쳐도 너무 쳤다. 그러다 보니 영화관 안은 곳곳에서 곡소리다. 답답해서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소리들로 가득하다. 요즘 말로 "암 걸린다."라고 하던데. 이미 영화관은 암 병동이다. 그 암의 치료는 사이다 한병이라고들 말하지만 영화는 끝. 까. 지 사이다조차 없다. 



# 꼭, 이렇게까지 해야 속이 후련했냐!

 

그렇다고 '정의 구현'이 쾌활했냐고? 암은 역시 쉽게 났지 않는가 보다. 영화 러닝 타임 속에서 주연들에게 끊임없이 죽음의 공포를 선사했던 살인자 "태호"를 억지로 억지로 주인공이 사생결단으로 붙잡기는 하나 아니, 마무리를 왜? 산사태에 맡기냐고요.


 뜬금없이 영화 중간에 산사태 이야기를 흘리더라니, 비가 올 때부터 불안 불안했던 마음의 심증이 확증이 되는 순간, 다 집어던지고 싶어졌었다. 물론 영 상관없는 연출은 아니었다. 산사태로 인해서 "태호"의 잔혹성이 더욱 드러났지만, 그게 끝인 게 문제지. 끝까지 참, 가지가지 했던 영화가 아닐 수 없다. 


 그래, 열 번 양보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내 일 아니면 남들 쳐다도 보지 않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대한민국 사회 

 아파트 한가운데 살인이 벌어지고 살인자 "태호"는 엄청난 사이코패스라 자신이 경찰에 잡히든 말든 살인만 하면 되는 사내이며 주인공인 "상훈"은 과대망상과 불안증으로 인해서 신고하지 못한 채 흘려보낸 두 시간 동안 살아있었다는 양심에 큰 가책을 주었던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거나, 애걸복걸하며 함께 신고하러 가자고 했던 405호 여자와 함께 가지도 못했고, 두고 간 휴대폰을 들고 405호에 갔다가 처참히 살해당해 치워지고 있던 여자를 보며 절망하기도 했으나 그래도 어떻게 방법이 있겠지, 내가 내 가족을 지켜야지, 경찰은 믿지도 못하지.라는 마인드를 가진 40대의 평범한 국민이라고 생각해 보잔 말이다. 

 그래서 사회에 이러한 개인주의를 좀 없애고 점점 더 악해지는 시대 가운데 다시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휴먼 펜스가 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겠지요?


 열 번을 양보했기에 가능한 납득이 아닐까 싶다. 

 아쉽다. 참. 조금 더 현실성 있는 표현들과 현실적인 시대상을 드러내면서 이런 상황들을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보다 더 깊이 있고 몰입감 있는 영화로 시대를 강력히 비판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영화 "목격자"를 목격한 내 입장으로서는 진심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feat. 김큰별

매거진의 이전글 어서 다음 편을 내놔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