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ookovi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gan Oct 14. 2017

안녕 히스! 그리고 안녕.

영화 <아이 앰 히스 레저>

 "히스, 히스, 히스!"

 나는 멍하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그 순간 속에서 머릿속을 한동안 헤엄쳐 다니고 있는 그의 메아리를 듣고 있었다. 마지막 장면 화면 한가득 잡힌 그의 얼굴을 찬찬히 새겨 넣었다. 마치 한 편의 사진을 프린트 해내듯이 나는 그의 얼굴을 내 머릿속에 목소리와 함께 출력해 내어 잠잠히 기억의 보관대로 옮겨 갔다. 그 사이 어느새 나의 눈과 그의 눈은 맞닿아 있었다. 그는 내 앞에 앉아 있었고 나는 그의 행복한 얼굴을 바라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기분을 느꼈다. 

 나는 그에게 자그맣게 인사했다. 

 "안녕? 히스. 그리고 안녕."

 그는 그저 웃고 있을 뿐이었다.



  히스, 미안하지만 나는 당신을 "조커"로만 알고 있어. 

 그의 얼굴을 보며 나는 진심을 다해 사죄했다. 그때, 나에게 있어 충격적이었던 한편의 히어로 영화. 어마어마하게 긴 러닝타임 안에서 오히려 주인공이었던 '다크나이트' 보다 훨씬 더 주인공 같았던 배우, 환상적인 연기력과 아마 이제는 그를 뛰어넘을 '조커'는 나오지 않을 거라 장담했던 배우. 그래, 나는 애석하게도 당신을 그런 배우로만 알고 있었어. 

 어떻게 그런 연기를 해낼 수 있었는지 궁금해서 왜, 당신을 더 알아보지 않았을까? 당신의 작품을 돌아보지 않았을까? 당신이 얼마나 매력 있는 사람이었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런 질문들이 가슴을 한동안 두드렸다. 이제는 죽음으로서 영영 볼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그이지만 그가 남겨놓은 작품들 속에서 '히스 레저'는 영원히 살아 있다. 

 나는 이 영화에서 그의 청춘과, 그의 꿈을 보았다. 
 그리고 그의 모습 속에서 나를 보았다. 나의 과거, 나의 용기, 나의 목표 비록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삶일지라도 두려울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나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당당히 믿었던 나를 보았다. 나는 '히스' 앞에서 침묵했다. 고요히 침묵했다. 



  영화 속 '히스'는 빛나는 삶을 살았다. 확고한 의지로 굳게 다져진 그는 자신의 꿈을 찾아서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도전했다. 그가 친구에게 했던 '나는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라는 의미심장한 뉘앙스 속에서 느껴지듯 그는 쫓기는 사람처럼 수도 없이 많은 일들을 해냈다. 주변에서 느꼈던 '히스'의 장점은 그런 것이었다. 

 청춘은. 
 내가 기억하는 청춘은 뜨거웠다. 두려움이 없었다. 
 나는 아직도 젊지만 뜨거움이 없어졌다. 어느 순간 뜨거움이라는 것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걱정과 두려움이 빈자리를 메꾸며 차올랐다. 미래는 점점 알 수 없는 형태의 괴물이 되었다. 겁이 되었다. 나의 청춘은 그렇게 시들었다. 한 며칠 돌보지 못했을 뿐인데, 나의 청춘은 그렇게 힘을 잃었다. 용기를 잃어버렸다. 

 그러나 나와 한동안 눈을 마주쳤던 '히스'는 불꽃 자체였다. 자신이 언제 꺼질지를 아는 듯, 치열하게 타오르는 누구보다 아름답고 뜨거운 불꽃이었다. 명확하게 자신에 한계에 부딪칠 줄 알았고 절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았고 신념을 지켰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 그 청춘.

 '히스'의 청춘이었다. 나의 청춘이었었다. 그것은 우리의 청춘. 잃어버린 그 모습이었다. 죽음이 드리워진 순간에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혼란, 신체적인 피곤함과 괴로움 속에서도 그는 그가 진정하고 원하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면서 살아갔다. 진심으로 그 모든 것들을 사랑했다. 그랬었다. 그는 그 모든 것들을, 살아 숨 쉬며 만난 사람과 배우라는 일과 환경들을 사랑했다. 



 "안녕? 히스. 그리고 안녕."

 엔딩 크레딧과 함께 나는 그에게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보고 싶을 거야. 가슴속에서 한마디가 메아리쳤다. 그의 행복했던 모습들이 다시 떠올랐고 그가 보여줄 수 있었던 다양한 작품들을 이제는 볼 수 없다는 슬픔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함께 여행을 떠나자던 달콤한 한마디, 이런 상황 자체가 오면 안 됐었다고 말하던, '히스'를 가장 신뢰했던 뮤지션의 한마디가 가슴을 쳤다. 

 '히스' 나도 청춘을 살아가. 그러면서 이 시간을 보내, 세월을 보내고 있어.
 나는 지금 당신의 나이에서 나의 청춘을 당신을 통해 다시 깨워보려고 해. 

 세상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당신이 보여줬던 그 찬란한 삶들을 언제나 내 기억 속 보관함에서 꺼내 보면서 내 삶을 점검해 볼게. 
 어쩌면 이제는 더 이상 늙지 않을 당신의 모습을 많은 작품들을 통해서 다시 또 바라보며 고마워할게. 

 안녕, 히스. 안녕. 

feat. 김큰별

매거진의 이전글 색다른 느와르, 오직 그만이 가능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