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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Jan 12. 2019

결혼하기 3개월 전 필요한 질문들

결혼하며 고려했던 점 



나는 한때 비혼족이었다. 실은 태어날때부터 비혼족은 아니었고 내 주변에 오징어같은 애들만 꼬이니까 자의반, 타의반으로 비혼족이 되었다. 명절때만 빼곤 꽤 괜찮았다. 가끔 조바심이 나긴 했지만 빡센 일터 덕분에 홀가분하게 일만 할 수 있었다. 어쩌면 '비혼족'이 더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한 사람을 알게 되었고, 그 사람에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게 되었다. 평생 혼자 살줄 알았는데 그 사람을 만나면서 뒤늦게 결혼이란 것을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워낙 싱글의 자유로움을 제대로 느끼며 매우 자유롭게 살던 내가 과연 결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은 무척 컸었다. 괜히 결혼해서 내 발목 잡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은 물론 시댁이라는 거대한 빙산이 뒤에 있다는 사실도 결혼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결국 수개월간 '결혼'을 할까 말까에 대한 결정을 놓고 아주 치열하게 고민을 한 끝에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을 결정하기까지도 만만치 않았지만 결혼을 결정해서도 내가 고민했던 부분은 많았다. 인륜지대사로 인생의 엄청난 사건이기에 나는 꽤 오랫동안 고민을 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보니 결혼하기 전 내가 했던 고민들은 반드시 서로 같이 해봐야 하는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1. 그 사람의 밑바닥을 어디까지 보았는가


내가 이야기하는 밑바닥이란 검지 손가락으로 코를 후벼파는 행동을 본 적이 있느냐는 말이 아니라 한 사람이 분노를 했을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본 적이 있는 것을 질문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하고 결혼해서도 이 점을 확인한 것이 가장 잘 한 것이라 생각한다.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수년째 사귀어도 내 배우자 될 사람의 성격적 밑바닥을 제대로 보지 못한채 결혼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리고 결혼해서 후회한다. 이런 사람인줄 몰랐다고. 실은 우리 모두 분노의 씨앗, 기쁨은 씨앗을 모두 갖고 있다. 이 씨앗들을 어떻게 드러내고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연애를 할 땐 분명히 가면을 쓰고 있어 제대로 보긴 힘들다. 그럼 언제 이런 부분을 보게 되는가? 힘든 상황에서 보게 된다. 결혼을 결심하였다면 아무리 적어도 최소 3개월 정도는 알고 지낸 사이일테다. 만나는 기간 가장 힘든 시기때 그 장면을 보게 된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무것도 아닌 일이고, 그렇게 화를 낼 필요도 없지만 분노나 기쁨은 상황과 함께 커플처럼 오는 것 같다. 대부분 결혼 준비할때 예민해 지듯 나같은 경우도 혼수 준비를 하면서 나의 밑바닥을 드러냈다. 우리 아빠는 나만큼이나 아주 솔직하고 투명한 편이다. 그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으시다.


"혼수로 얼마를 준비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네. 생각하는게 있으면 터놓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네" 라고 이야기했고 그 부분이 남편은 좀 불편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와 피자를 먹으며 그 불편함을 토로하는데 안그래도 결혼에 혼수 준비하느냐 마음이 힘든데 우리 아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나도 모르게 폭발을 했다. 피자를 먹으라고 준 포크를 갖고 탁자를 확 내리치며 "지금 우리 아빠 디스하는거에요?" 라는 말과 함께 내 눈은 부리부리하게 커지면서 밑바닥을 시원하게 보여주었다. 그 밑바닥을 보고 다신 내 남편이 우리 가족을 갖고 화제로 삼는 일은 없고, 나역시 그 피자집 사건 이후 더 이상의 분노는 낼 일이 없었다. 내 밑바닥을 그가 보았듯 나 역시 함께 지내면서 힘든 순간을 마주했을 때 내 남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접촉 사고의 순간, 결혼을 준비하면서 등 가장 극도의 분노를 마주했을 때 이 사람이 어떤 식으로 대응을 하는지를 오랫동안 살펴보고 또 살펴보았다. 


그래서인지 결혼을 하고 나서 분노할 일, 화나는 일을 마주할 때 대충 내가 예상하는 범위 내에서 감정을 표출한다. 만약 내가 그의 분노를 보지 않고, 나의 분노를 표출하지 않고 결혼을 했다면 성격이 변했다느니, 사기 결혼을 했다느니 이야기를 하며 가슴을 치며 울고 있었겠지.




2. 그 사람은 배울만한 사람인가


내 연애가 가볍게 끝났었던 이유는 별 의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기준에서 연애의 가장 큰 미덕은 즐거움과 재미였지 애써 힘든 길을 걷지는 않았다. 


결혼은 재미만으로 살 순 없다. 재미도 있지만 24시간 내내 재미있진 않을 뿐더러, 언젠가는 무뎌진다. 그럼 결국 상대방에 대한 신뢰,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차원으로 넘어간다. 신뢰를 형성하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계속 무시하고 바보취급하는데 어떻게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사람은 배울 점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꼭 필요하다. 사실 배울점이란 것은 무척 주관적이다. 나는 웃긴일을 많이 생각하고, 함께 있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장점이 있지만 섬세하게 상대방을 챙겨주거나 기억해주는 부분은 한없이 부족하다. 상대방이 나보다 더 섬세하거나 더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가졌다라는 것을 느꼈다면 그 사람은 배울만한 사람인 셈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성실하게 회사를 꼬박꼬박 다니는 점도 배울 점이 될 수 있고, 늘 자상하게 웃는 점도 배울 점이다. 배울만한 점을 생각해 보았을때 도저히 배울만한 점이 보이지 않는다하면 그 결혼은 심각하게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 결혼은 함께 긴 긴 시간 아주 오랫동안 함께 걸어가야 하는 레이스이기 때문이다.  




3. 10년 후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결혼을 생각한다면 단순히 '마음이 잘 맞아', '아주 재미있어' 정도로는 부족하다. 연애 당시의 '죽이 잘 맞는' 느낌보다 훨씬 더 깊이가 있는 관계이다. 왜냐면 잠깐의 즐거움이 아닌 아주 장기간의 삶을 함께 약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존중하는 것은 당연한 문제이고 잘 맞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전제이기도 하다. 더불어 한가지 더 고민을 해볼 점은 10년 뒤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다. 사실 이 질문은 꽤 오래 전부터 내 머릿속에 생각을 해보았는데 내 결론은 적어도 고통스러운 마음보단 그래도 재미있겠다라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리고 결혼을 해보니 10년 후,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부분은 우리의 관계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다. 경제적인 부분도 그렇고 앞으로 함께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이다. 둘만의 결혼 관계에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고 때론 의견 충돌이 있을 수 있고 마음이 아플수도 있다. 이런 갈등 상황에서 공통의 목표가 있다는 점은 갈등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 최종 목표는 경제적인 목표가 될 수도 있고 되고 싶은 이상향일수도 있다. 우리는 10년 뒤에도 추억거리가 많자는 것이 여러 목표 중 하나였다. 그래서 매달, 틈이 나는대로 전국 방방곡곡, 해외를 열심히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추억을 쌓고 있다. 가끔 내가 남편 속을 썩일때마다, 남편이 나에게 잔소리를 할 때마다 둘다 화가 나긴 하지만 그래도 공통의 목표 아래 갔던 여행 사진들을 바라보면 금새 화가 풀리곤 한다. 10년 뒤,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관계일까? 그렇게 먼 미래를 함께 구상하고 고민한다면 나와 오랫동안 함께 할 사람인지 아닌지를 금방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비혼족인 내가 결혼을 하면서까지 참 나름대로의 많은 고민과 생각이 많았다. 

이것은 단순히 사람을 사랑하고 안 사랑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결혼을 함으로서 적응하며 살 수 있을까 없을까에 대한 문제였던 것 같다. 나는 결혼이란게 처음이라 더 고민이었던 것 같다. 결혼을 하고, 안하고는 온전히 본인의 몫이지만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야 덜 후회할 수 있고 내 안의 믿음이 생기니까. 할 수만 있다면 결혼 하기 전 충분히 치열한 고민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앞으로 나와 함께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라도 그것이 결혼에 대한, 서로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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