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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Nov 07. 2018

나는 왜 결혼을 했을까

결혼을 한 이유에 대한 고찰



'그림책'에 대한 로망이 있어 몇년동안 그림책 관련 수업을 듣고 있다. 사실 나의 업무는 그림책과는 상관없는 분야라 올 한해는 특히 망설였지만 지금 아니면 다시 배우기 힘들것 같아 결단을 내리고 배우고 있다. 뒤늦은 나이에 무언가 시작한다는 자체에 내 자신에 대한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그런 속사정도 모르고 현실은 처절했다.

"휴,, 걱정이네요. 이래서는 도저히 하반기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을 것 같아요."

"그림책으로 만들기엔 좀....'


내 작품을 보고 선생님은 한숨을 쉬면서 말씀하셨다. 실망어린 표정을 보는게 참 괴로웠다. 점점 숙제도 소홀해지고 드문드문 수업을 나가게 되면서 그림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만 가고 있었다. 대신 그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산책, 영화보기, 친구들과 대화하기, 독서하기 등 내가 좋아하는 시간을 늘리며 '그림책 배우는 시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깨닫게 되었다. 내 돈주고 내가 발전하기위해, 나를 위해 선택하였는데 나는 지금 고통받고 있는 사실을. 


'나를 위해'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었다. '나를 위해 선택한 길 이었지만 상대방의 말 한마디, 반응에 상처를 받고 있었다. 화가 났다. 뼈 빠지게 번 돈으로 내게 투자한다고 하였지만 정작 나를 학대하고 있던 사실도 화가 났지만 무엇보다 나는 왜 당당하게 선생님께 이야기하지 못했을까. "선생님, 제가 부족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대안을 가르쳐주세요."라고 좀더 적극적이게 이야기 하지 못했을까.'


이게 무려 한달 전 이야기인데 생각해보면 이런 일들이 꽤 많이 벌어지고 아파한다. 나를 위해 선택했지만 되려 내가 아파하는 시간들. 결혼도 그렇다. 어느 누구도 결혼을 불행해지기 위해 선택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을 한다. 


달리 이야기를 하자면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해 결혼을 하는 것이다. 

이 전제를 우리 모두 선명하게 기억 할 필요가 있다. 억지로라도 기억하지 않으면 나의 그림책 수업때처럼 혼자 상처를 받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기본 전제가 나의 행복을 위해 결혼을 했다면 결혼 생활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 내가 어떻게하면 행복한지, 무엇이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지 정확하게 알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난 결혼을 한 뒤 홍대나 강남을 가면 가끔 당당하게 꽃을 사달라고 한다. 왜냐하면 그 선물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좀 민망하긴 하지만 자존심보다 중요한 것은 내 행복이다. 반면에 하기 싫은 것, 껄끄러운 것도 명확하게 이야기를 한다. 예를들어 아침밥이 그렇다.


"아침밥은 내가 원할때, 그때 할거야. 억지로 아침밥 해달라고 이야기하면 365일 마늘탕을 끓일지도 몰라."


자칫 이 여자 너무 이기적인 것 아냐? 이렇게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의 행복이다.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한 것이지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결혼을 한 게 아니다. 마음 속 진심으로 사랑이 우러나 아침밥을 챙겨주는 것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결혼하면 당연히 아침 차려줘야 하는 것 아냐?라는 생각으로 접근하고 받아들인다면 결혼으로 서로가 불행할 것 같다. 


나를 위해 결혼을 한 것이고 내가 더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하였다면
모든 판단은 그 기준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이기적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정말 이기적인 것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꾹꾹 참아왔다 한번에 원자폭탄을 터트려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로 만들거나, 어느 날 갑자기 뒤통수 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자기의 행복을 자기가 더 잘 챙기고 인지할 때 결혼 생활은 더 쉬워진다. 가장 우선 순위가 나의 행복이니 '행복'에 관심을 맞춘채 내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다. 배우자 역시 행복의 우선순위를 본인에게 맞춰야 정확히 나에게 요구를 할 수 있고 어떤 측면으로 화가 나는지 등 좀 더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  


살다 보면 가끔 내가 왜 결혼을 했는지, 나를 위한 결혼이 맞는지 잊어버릴때가 많다. 시댁의 제사, 이벤트, 용돈 등 뭔가 처리할 일들이 터질때면 내가 이 인간이랑 왜 결혼해서 이 고생을 할까, 라는 순간이 올때도 있다. 이런 생각이 들때 정신이 번쩍 든다. 그리고 나의 행복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한다. 이런 문제로 별로 행복하지 않고 네가 이렇게 해주면 행복할 수 있다.라고 초등학생도 이해하기 쉽게 말을 하면 대개는 알아듣는다. 오늘도 내게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잊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나는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한 것이다.
결혼은 내가 나를 위해 선택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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