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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부적한량 Sep 11. 2021

나는 이렇게 투자에 눈을 떴다

부자가 되고싶은 주린이의 성장기

모두들 그렇겠지만 나도 부자가 되고 싶다. 더 솔직히 말해서 일확천금이 떨어졌으면 좋겠다. 돈의 노예가 되어서 돈만 바라보면서 살아온 인생은 아니지만 그렇다 해도 돈이 있으면 편하게 살 수 있고 아들이 원하는 것을 편하게 사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니 누구라도 부자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꾸준히 로또를 샀었다. 일확천금을 바라면서 로또를 사지 않는다면 최소한의 노력도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1주일에 1만 원을 로또에 투자했다. 출장 다니면서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기를 받기 위해서 로또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로또를 사지 않는다. 로또에서 마음이 멀어 진지 1년이 되어간다. 요행으로 내 인생을 역전 시킬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매주 수업료를 내배운 샘이다.


로또를 사지 않지만 부자 되기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일확천금은 아니더라도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 물론 나의 유일한 자산이고, 부동산이자, 투자 수단인 아파트는 가격이 쑥쑥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익 실현이 불가능한 자산이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손에 잡히지 않는 돈일 뿐이었다. 40대 월급쟁이의 삶을 산다면 누구나 고민이 쌓일 것이다. 나의 회사 생활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나만의 사업을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10년 뒤에 은퇴하면 우리 아들은 아직 대학도 못 갔는데 학비는 어떻게 하지? 불확실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내가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는 팔만대장경만큼이나 많았다.


2019년부터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성공담이 내 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한 귀로 들어온 이야기를 다른 귀로 흘려보냈지만 귀와 귀 사이를 통과하는 성공담의 양이 곱절로 많아지면서부터 어느 순간 그 이야기들을 머릿속에 담기 시작했다.


나는 적잖이 과감한 편이다. 인생에 있어 지켜야 할 것들이 많은 나이지만 그럼에도 순간 순간 과감하게 결단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자본 비율이 40%도 안 되면서 서울에 아파트를 사겠다고 결심한 순간도 그랬고 발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회사에서 퇴사를 결심한 결정도 그랬다. 이러한 내 결정들은 순간의 어려움을 딛고 결국에는 좋은 성과로 남았다. 이처럼 좋은 기억들 때문인지 가끔은 과감해도 괜찮다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결국 적금을 깼다. 그리 오래 모은 돈은 아니었지만 명확한 목적이 있는 자금이었다. 아파트 매입을 위해 대출받은 돈이 8천만 원 정도 남았는데 그것을 상환하기 위한 자금이었다. 700만 원의 잔고가 들어있는 적금을 해약했다. 모바일 뱅킹으로 해약하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원래 가지고 있었던 증권사 CMA 계좌를 사용하기 위해 같은 증권사 MTS를 핸드폰에 설치하고 이리저리 눌러보면서 간단한 기능을 익혔다. 그러고 방송과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 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몇 개의 종목을 매입했다. 대표적인 것이 저평가 대표주였던 LG전자였다. 그리고 나는 짧은 시간에 10%가 넘는 이익을 올렸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이익을 바로 실현시켰고 나의 성공을 자축했다. ‘이익의 실현’ 이 말의 어감이 그때는 왜 멍청한 소리로 들리지 않았을까? 지금 돌이켜 보면 참 한심한데 말이다.


이후 작은 성취에 도취된 상태로 네이버 종목토론 댓글로 알게 된 리딩 체험방이라는 곳에 들어가 매일 정보를 받으며 단타로 짭짤한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안 되어 리딩 방이라는 곳이 나랑은 잘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회사 업무를 하면서 계속 울리는 카톡 알림에 신경을 빼앗기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상황은 계속 유지할 수 없었다. 나는 단타를 치는 와중에서 거의 매일 같은 패턴으로 하루의 시장 안에서도 큰 폭의 등락폭으로 움직이는 인터파크라는 종목을 알게 됐고 여기에 절반 이상의 돈을 넣고 하루에도 서너 번 사고팔기를 반복하며 수익을 만들었다. 주식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스토리의 결말을 이미 예측하고 있을 것이다. 어느 순간 매일 반복되는 규칙은 깨졌고 고점을 향해 올라가는 페이크를 끝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쉽게 말해 물린 것이다. 단단히 물린 상태로 한두 달을 지냈다. 그리고 손해를 보고 손절했다. 주린이라면 꼭 한 번쯤 겪을 만한 일이다. 그때 손절하지 않고 시간을 벗삼았더라면 지금은 수익을 거두고 있을 것이다.


나는 500만 원 정도로 줄어든 투자금액을 이제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뭘 알아서라기 보다는 신한금융투자 소수점 투자라는 상품이 해외주식투자를 소액으로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서 쉽게 시도할 수 있었다. 한국 주식도 모르는 주린이지만 차라리 미국 주식이 더 편한 면도 있었다. 일단 투자대상인 회사의 이름들은 대부분 내가 잘 알고 있는 회사였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같은 회사였다. 물론 구글이 알파벳 A로 불린다는 것도 알게 됐다. 달러로 투자했고 또 국내 주식 사고파는 것과 UI면에서 차이가 있었기에 이런 회사들의 주식은 함부로 팔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그 이후 몇 달을 그냥 두고 보았다. 가끔씩 문자로 배당금이 지급되었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물론 0.01$ 같은 금액이었다.


단 몇 달이었다. 정확히는 반년이 조금 넘는 정도인 것 같다. 이 시간 동안 소소하기 분산 투자된 미국의 주식들은 대부분 수익률이 15%에 달했다. 현재는 대부분 정리했지만 그 당시의 기분을 느끼기 위해 트로피로 남겨 놓은 알파벳 A의 경우는 20%가 넘는 투자 수익을 거두고 있다. 물론 비슷한 시기에 아무 생각 없이 알아서 자라고 있으라는 의도로 사 놓은 TIGER S&P 500도 13%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경험이 나를 눈뜨게 했다. 미국 주식으로 좀 더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미국 지수에 투자하는 EFT도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것을 나의 시간과 투자로 체감했다. 공부해봤더니 많은.전문가들이 미국 지수에 투자하는 ETF를 추천하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것보다 더 중요한 배움은 이것이다.


내가 직접 결정하고 스스로 판단해서 투자했을 때 결과도 온전히 내 것이다.


짧은 리딩 방의 추종 시절과 전문가들의 추천 종목 투자의 결과는 일시적으로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지속되지 못한다면 앞으로 살 날이 많은 나에게 오히려 독만 될 것임이 너무 나도 명확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과 메리츠자산운용 존 리 대표가 말하는 장기투자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고 결국 나에게 부를 만들어주는 것은 어쩌면 종목의 성장이 아닌 나의 인내하고 망각하는 시간이 복리와 만들어 내는 마법 같은 시너지 그리고 이런 투자전략을 변함없이 유지하기 위한 스스로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조로 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가고 있다. 현재는 일단 부동산보다는 주식과 ETF의 비중이 높다. 장기적 성장이 우선하지만 아내의 심적 안정을 위한 가시적 성과, 다시 말해 배당을 어느 정도 고려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 중이다. 나의 포트폴리오 중 우선순위에 있는 주식과 ETF 가 최근 며칠간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하락하는 주식을 바라보며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생기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나는 다음 주에 아파트 전세 계약금을 받아서 목표한 주식을 비교적 싸게 매입할 기회를 얻었고 이들이 10년 뒤에 나에게 커다란 수익을 안겨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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