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디아스포라 영화제
재즈와 탱고 그리고 보사노바와 렘베티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항구도시에서 탄생한 음악이라는 점이다. 재즈는 미국 뉴올리언스, 탱고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그리고 보사노바는 브라질 리우, 렘베티카는 그리스 아테네 피레우스를 그 발생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세계의 대중음악은 항구도시에서 만들어졌을까? 거칠게 요약하면 항구로 유입된 이주민과 그들의 문화가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킨 원동력이 된 것이다. 강제된 이주였지만 이방인의 리듬은 기존 문화와 뒤섞이며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킨 힘이 되었다.
10여 년 전 남동공단 근처에 살 때 그런 궁금증이 있었다. 인천에도 이렇게 많은 이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이곳에도 이주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문화가 있지 않을까. 그때 취재로 찾은 이들이 ‘스톱크랙다운’이라는 동남아시아 밴드와 ‘몽따’ 합창단이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그들의 음악은 모국의 것도 새로운 것도 아니었다.
그 후 인천에는 이주민들의 유입도 많아지고 다문화가족도 더 생겼지만 상황은 여전한 것 같다. 음식과 언어(이중언어교육)에 대해 조금 더 관대해진 것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해야 할까. 노동은 원하지만 문화는 용인하지는 않는 여전한 사회 분위기 때문인 듯하다.
디아스포라 영화제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과거 하와이 이민선이 출항한 항구도시, 지금은 비행기로 이주민들이 들어오는 관문도시 인천에 참 잘 어울리는 축제구나. 그런데 2023년 기준 이주민 인구구성이 5%에 육박하는 다문화 도시인데, 그들의 문화는 도대체 인천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잘 기획된 영화제가 도시 축제로 확장되지 못하는 이유는 혹시 이런 것 아닐까. 해불양수(海不讓水)라는 ‘말’만 환대하고 정작 본질에는 눈을 가린 채, ‘글로벌 Top10 도시’라는 환각에 빠져 있는 상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