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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핀치

진공청소기

by 심내음

민재가 아침 출근을 하는데 문득 앞에 할머니 두 분이 보도블럭에 털털하게 앉아 햇볕을 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침 7시가 안 된 시각인데 퇴근을 하시는 건지 출근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다. 두 분다 넉넉해 보이지는 않지만 많은 걸 초탈하셨는지 걱정이 보이는 얼굴은 아니다. 민재와 할머니들의 거리가 조금 좁혀지자 두 할머니들의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요새는 저런 걸로 청소를 한디야"


"저게 큰 진공 청소기 아니여. 집에서 쓰는 진공 청소기 보다 훠얼씬 크네"



민재의 뒷통수에 두 사람의 목소리가 스쳐 지나간다. 마치 10여년 전 돌아가신 민재의 할머니가 '회사 댕기기 힘들지? 원래 남의 돈 받아 먹는게 보통 일이 아니야?'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라도 머리를 만져주셔서 그런가 월요일 아침 출근 길이 었지만 뭔가 민재의 발결음이 가벼워 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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