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는 건널목을 건너려고 반대편 쪽을 쳐다 보았다. 그 떄 5명의 젊은 여자 무리가 눈에 들어 왔다. 그녀들은 하나 같이 머리를 쪽지어 묶고 반팔 티셔츠에 짧은 반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모두 날씬한 체형이었다.
‘뭘 하는 사람들일까, 나레이터 모델인가? 무용과 학생인가’
분명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그녀들은 뭐가 재밌는지 길 건너 민재가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소리로 깔깔 거리고 웃으며 걸어 갔다. 아침 출근 길에 축 처진 민재 자신과 굉장히 상반된 분위기의 사람들이었다.
신호등이 켜지고 민재는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조금 전 그녀들은 정차되어 있던 버스 뒤로 사라져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잠깐이나먀 그녀들을 본 것에 기분이 좋아짐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잠시동안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자신과 자신의 삶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겠다고 생각했다.
길을 다 건넌 민재는 그녀들이 사라진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까 보았던 5명의 여자들 보다 훨씬 많은 얼추15명도 넘는 여자들이 역시 깔깔 대면서 무리지어 있었다. 역시 그녀들은 같은 모양새 였다. 올림 머리와 반팔 반바지의 날씬한 차림새의 젋은 여자들이었다. 더구나 그녀들이 동그랗게 둘러서서 있는 곳은 민재가 타려는 버스 정류장 바로 앞이었다.
‘아 버스 탈 때 까지 5미터 걷는 것도 그녀들을 볼 수 있으니 기분이 좋구나, 오늘 무슨 날인가, 운수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