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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책 못읽는 작가

by 심내음

“덜컹”



민재는 졸고 있다가 버스가 요동 치는 것에 눈을 번쩍 떴다.



‘이 흔들리는 느낌 왠지 익숙한데. 어디서였을까’



덩치가 큰 민재에게 비좁은 버스 좌석에서 이런 흔들림은 곤욕이었다. 우등 버스도 있었지만 그건 정말 어쩌다 한번 운이 좋으면 타는 버스고 대개는 한 열에 좌석이 4개인 일반 버스였다. 민재의 다리는 옆에 앉은 젊은 남자의 다리와 붙어 있었고 가끔 서로 민망해서 다리를 떼고 무름을 붙여 앉았지만 비좁은 공간 때문에 결국 가랑이가 벌어지면서 민재의 오른쪽 다리의 바깥쪽과 그 남자의 왼쪽 다리 바깥쪽이 붙게 되었다. 날씨가 더워 붙어 있는 서로 다른 사람의 다리에서도 땀이 낫다.



‘맞다. 일본이었구나’



민재의 머리속에 번개처럼 한 장면이 지나갔다. 15년전 일본, 민재는 돈을 벌려고 가족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취업을 해서 갔다. 월급의 절반이 넘는 월세와 생활비를 벌려고 민재는 밤낮으로 일했다.



어느날 회사에서 민재에게 큰 자동차 회사의 공장을 다녀오라고 했다. 그곳은 사무실에서 전차로 2시간도 넘게 걸렸다. 차를 타고 가면 40분 정도면 갈 수 있었지만 민재에게는 전차가 유일한 옵션이었다.



전 날도 늦게 까지 야근과 술자리에 잠이 부족했던 민재는 전차 자리에 앉자마자 잠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처럼 전차가 철로 변경할 때 생기는 진동과 굉음에 잠에서 깼다.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민재는 스스로를 다잡았다. 차가 흔들려도 몸이 흔들려도 삶이 힘들어도 민재는 흔들려서는 안됐다. 아내가 있었고 딸들이 있었다. 그들을 위해 흔들려서는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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