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인
‘또 발라야 하나’
민재는 오른쪽 맨위 캐비닛 서랍을 다시 열어 핸드 크림을 꺼냈다. 오전에만 세 번째 바르고 있다. 처음에는 썬크림을 손에 만진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핸드 크림을 발라도 금방 손이 건조해졌는데 손에 묻은 선크림 때문에 그런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돈을 아끼기 위해 썬스틱 마지막 부분을 파내 손으로 발랐던 것을 그만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썬스틱을 모두 버렸다. 하지만 손이 마른 나무처럼 건조해 지는 건 여전했다. 썬크림 때문은 아니었다.
손이 갑자기 건조해 지는 것을 느낀 것은 민재가 오십이 된 올해 부터였다. 몇 해전부터 날씨가 추워지면 아니 선선해지면서 부터도 입술이 말라 립밤을 항상 주머니에 가지고 다녔는데 올해는 손도 말라 신경이 쓰였다.
‘난 마른 나무 처럼 되어 가는 건가?’
민재는 문득 자신의 손이 바싹 마른 나무 껍질 같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승진에 밀려 좌천을 당한지도 3년째 였다. 그 이후에 다시 재기를 노렸지만 여지껏 회사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현재의 조직장 들은 민재를 알아보지 못했다. 민재는 집에서도 그랬다. 회사를 마치고 돌아가면 대학생인 큰 딸은 아빠 다녀오셨어요 한 마디를 안하고 자신의 용돈이 필요할때만 나와 돈을 달라고 했다. 민재는 회사와 집에서 모두 말라갔다.
‘살이나 더 빠지지 왜 건조해 지기만 하는거야’
바싹 마른 나무 처럼 이라고 해서 살이 빠지지는 않았다. 민재는 스스로가 그냥 수분이 빠진 돼지고기덩이 같다고 생각했다. 핸드크림을 발라도 수분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왜 핸드크림을 바르는지 모르겠다. 왜 이런 핸드크림을 파는지 모르겠다. 왜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민재는 한 가지는 확실했다. 아직 세상에 포기못할 즐거움이 남았다. 그래서 계속 살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