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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Jul 01. 2020

남해 바닷길을 따라 걸어요.

이순신 장군의 호국정신이 담긴 남해 바래길 걷기






이미 덥기 시작했지만 더 덥기 전에 길을 걷고 싶었다.

남해의 남파랑 길 걷기 프로그램이 있어서 걸어볼까 덥석 마음이 동했다. 요즘 걷기 열풍에 힘입어 무수한 길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 중에서 남해군에 있는 이순신 장군의 호국 정신이 담긴 남해 바래길을 걸어보는 것도 꽤 의미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코스 설명과 리더십 강의, 입체 영상 관람도 함께 연계되어 있어서 걷기 여행이 더 풍성해 질듯했다. 남해 바래길 14코스 중에서 열세 번째 코스인 이순신 호국길을 걸으며 과거 400여 년 전 충무공의 호국정신과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남해 바래길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에 선정된  남해군 해안의 특별한 자연환경을 가슴에 담으며, 즐겁게 걷는 10개 코스에 총 128.5km 거리이며 44시간이 소요되는 도보여행길이다.
 

남해 노량 앞바다를 바라보며 이순신 장군의 사당 충렬사가 자리 잡고 있다. 노량해전의 승리로 7년간의 임진왜란이 끝을 냈지만 이순신 장군이 이 전투에서 왜적의 흉탄을 맞고 쓰러진 .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라고 한 후 죽음을 맞이한 게 당시 나이 쉰넷이었다.


이곳은 1958년 이순신 장군이 관음포에서 전사한 후 시신을 잠시 모셨던 자리다. 바로 그 자리에 사당을 짓고 잠시 머물렀던 곳에 가묘를 조성했다. 우암 송시열이 추도사를 짓고 송준길이 쓴 이충무공 비(碑)가 세월 속에 있다.  


남해 바래길의 명칭은 생명길과 연관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옛날 어머니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바다가 열리는 물때에 맞추어 갯벌에 나가 바지런히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을 뜻하는 남해 사람들의 토속어다. 그때 다니던 길을 바래길이라고 한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이런 노래가 떠오른다. 어머니의 발걸음마다 애타는 마음과 정이 고였던 길이다.


이 뿐 아니라 바래길을 걷다가 듣는 신비로운 전설과 어촌에 담긴 이야기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남파랑 46코스를 걷는다. 바래길은 이순신 순국공원으로 이어진다.      

              

걷는 길마다 충무공의 훈시 정렬이 잘 되어 있어서 저절로 읽어보게 된다.

우리가 잘 아는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必生則死)는 물론이고,

`차승약제 사즉무감(此讎若除死卽無憾)이 원수 모조리 무찌른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나이다.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태산같이 무겁게 행동하라.

남해 바래길 13코스를 걷는 내내 볼 수 있다. 걸으며 좋은 말씀 마음에 새기는 기회다. 역시 불멸의 영웅과 함께 하는 호국 길이다.    


모내기를 마친 논과 밭을 지나고 산길을 오르고 평화로운 어촌마을을 지나며 어민들과 인사도 나눈다. 푸른 하늘과 바다가 늘 눈앞에 있고 바다내음 풀내음이 발걸음마다 이어진다. 갯벌에 던져진 듯 무심한 돛배가 긴 밧줄에 매어져 물이 차오르면 바다로 떠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노량대교와 남해대교의 우뚝 선 모습이 어디서든 눈에 들어온다.

남파랑 46길을 걷다 보면 물이 빠진 갯벌도 지나고 바다 건너편의 화력 발전소와 광양제철소도 멀리 보인다. 햇볕 쏟아지는 뜨거운 갯벌 위로 바다새가 날고 있다. 보기만 해도 뜨겁지만 헉헉거리며 걸을수록 마음속엔 단단함이 생겨난다.     


바람조차 후끈했는데 숲길로 접어드니 시원하다.

땀 한 바가지 쏟다가 나타나는 몇 미터의 그늘로 고마움이 방언처럼 터져 나온다. 걷기 좋게 매트가 깔려있는 숲길을 지나고 마늘밭을 지난다. 보랏빛 탐스러운 마늘 꽃을 처음 본다. 소박한 꽃 무더기가 또다시 기쁨을 준다. 마늘 꽃 너머로 남해 바다가 반짝인다.


뜨겁던 날 걸었던 6.7Km의 남파랑 46길,

긴 길은 아니었지만 땡볕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걸었다. 안경 속으로도 땀이 흘러서 앞이 보이지 않아 손수건으로 연신 닦아야 했다. 다행히 길이 거칠거나 험하지 않고 대체로 완만해서 큰 어려움은 없다.  


날씨가 더웠지만 이 또한 내게는 걷기에 굳이 필요한 요소다.

역사의 숨결이 깃든 길 위에서 인내심 부족을 단련시키기 위한 스스로의 채찍이기도 하다. 때묻지 않은 청정 자연 속에서 치유와 휴식을 제공하는 걷기 여행의 가치를 얻는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온 몸이 땀으로 젖었지만 마음은 개운하다. 그리고 뿌듯하게 가슴에 차 오르는 건 이게 행복감인지.  


△남해 바래길 13코스(이순신 호국길) : 남해 충렬사-1.5km-감암 위판장-1.7km-월곡항-3.0km-차면항-0.9km-이순신 영상관-0.1km-관음포 이순신전몰유허 7.2km // 소요시간 약 2시간 30분 














간 김에 조금 더 보기~

또 하나,

남해를 생각할 때 아마도 <독일 마을>을 떠올릴 수 있다.

1960년대 초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돈을 벌러 떠나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분들이 벌어들이는 소중한 외화가 우리나라의 경제건설의 바탕이 되었다. 기적처럼 개발도상국이 되었고 그 종잣돈의 주역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모여 사는 곳이 남해 독일마을인 것이다.  


독일 마을로 오르는 초입에 자리 잡은 아주 오래된 숲 물건 방조어부림,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다.

300년이 넘는 숲의 역사에 걸맞게 1.5Km의 거대한 규모의 방풍림은 마을 주민들이 가꾸어낸 숲이다.

남해 바래길의 일부로 깊은 휴식을 제공하는 멋진 숲이다.


이국적으로 조성된 독일마을은 조용하고 깨끗하다.

이쁘게 가꾸어 놓은 정원이 저 아래 남해바다와 잘 어우러 진다.  이곳은 철저하게 독일식으로 꾸며서 한국 속의 작은 독일이다. 소시지가 그려져 있는 식당이 있거나 대부분 민박집을 운영한다.


전통방식의 소시지나 맥주를 맛보고 이국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독일 체험 프로그램 중 독일과 똑같은 행사도 한다고 한다. 이를테면 독일과 같은 시기에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 축제도 한다고 들었다. 오래전 뮌헨 여행 때 참여했던 옥토버페스트를 이곳 남해에서도 언젠가는 꼭 한 번 참여하고 싶어 졌다.


 

"지하 100미터 아래서 배웠다. 끝나지 않는 어둠은 없다는 것을"  - 파독 광부 신병윤

"지금도 그때 받았던 봉급표를 간직하고 있다. 거기에 내 젊음이 있기 때문에"  -파독 광부 이병종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울다가도 어머니를 생각하며 힘을 냈어요."  -파독 간호사 김우자


특히 이곳에는 파독을 주제로 한 전시관이 있다.

가난극복을 위한 이역만리 독일 땅에서 흘린 땀과 눈물, 고단했던 삶의 이야기가 이곳에 있다. 그분들의 역사와 애환을 들여다보며 오늘의 우리를 되짚어볼 시간이기도 하다.





남해의 맛집 & 숙소

죽방렴 멸치의 고장 남해에 왔으니 당연히 죽방멸치 요리를 먹어야 한다. 멸치회가 나오고 멸치 쌈장이 뚝배기에서 부글부글 끓는다. 밥도둑이다. 전체적으로 가성비 Good~.

남해 사랑채  : 멸치쌈밥정식 13000원, 멸치쌈밥 10000원  



숙소는 독특하다.

-남해스포츠파크호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딱 맞춤 숙소다.

루프탑에서 바라보는 남해의 산하에 번지는 노을빛이 이쁘다. 일출과 일몰을 숙소에 앉아서 즐길 수 있는 곳. 무엇보다도 스포츠 파크 호텔답게 숙소를 중심으로 드넓은 야구장 축구장을 비롯해서 어느 스포츠라도 할 수 있는 시설이 총망라되어 있는 규모다. 외국 선수단들의 전지 훈련장으로 찾아오는 곳이라고도 한다. (월드컵 때 덴마크 대표팀의 훈련 캠프지였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53668&CMPT_CD=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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