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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Sep 16. 2022

가을 들판으로,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김제평야

곡창지대 김제의 가을의 맛과 멋,지평선 축제,벽골제,미즈노씨의 트리하우스






고개만 돌려도 온통 들판이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감상할 수 있는 곳, 지금 그곳에 가을이 시작되었다. 조금씩 벼들이 익어가고 있었고 군데군데 이미 벼가 누렇게 익은 논도 눈에 들어온다. 머잖아 이곳에 황금들판이 펼쳐질 것이다. 전북 김제는 우리나라 벼농사의 주요 지역이었다. 어릴 적 교과서에서 김제평야는 호남평야의 중심이며 한국 최대의 곡창지대로 배웠었다. 


김제로 떠났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Ktx나 자동차로 약 두 시간 반 정도면 닿는 곳이다. 김제의 가을 들판을 유유자적 거닐거나 벽골제를 비롯한 문화유적이나 근래의 핫한 볼거리를 천천히 두루 보고 싶다면 하루나 이틀쯤 머물러도 좋고 당일치기도 가능하다.



역시 눈길 닿는 곳마다 논과 밭이 펼쳐진 들판이다. 평야지대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이 대표적인 들판이 김제평야다. 이곳의 오랜 저수지인 벽골제를 가기 전에 만경능제 저수지를 잠깐 들러보기로 했다. 바람도 쐴 겸 들렀는데 저수지가 꽤 크다. 지금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로 제법 규모가 크다.


요즘은 낚시터로도 인기 있고 차박 명소이기도 하다. 데크 안쪽으로 들어가니 또 다른 데크로 이어지는 길이 보인다. 지평선 마린리조트 조정면허시험장이라고 하는데 코로나의 여파인지 잠겨 있다. 잔잔한 물 위를 뒤덮은 연잎과 함께 보트가 떠 있는 풍경이 여유롭다. 주변에 김제 출신 만경 3.1 독립운동 주요 인물들을 기리는 3.1 독립만세운동 기념탑이 있고, 생태공원이나 산책코스가 잘 되어 있어서 휴식의 시간을 누려볼 만한 곳이다.




김제라면 누구라도 벽골제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옛 기억을 더듬어 볼 때 제천 의림지, 밀양 수산제, 김제 벽골제가 우리나라 3대 저수지라고 알려져 있다. 벽골제는 백제 비류왕 때 처음 축조되었고 꾸준히 보수되어왔지만 조선 중기 이후부터는 저수지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일제강점기엔 제방의 가운데를 파서 농업용 수로로 사용하게 되었고 현재와 같이 양쪽으로 나뉜 제방과 수문 두 개가 남아 있다.


벽골제는 의림제나 수산제보다 규모도 훨씬 컸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수로 공사와 댐 건설 등으로 메워져서 논이 되고 드넓은 평야로만 보일뿐이다. 이곳에서 수확되는 쌀을 일본으로 빼돌리던 우리 민족의 뼈아픈 수난사를 엿보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제 벽골제 일대는 공원과 박물관이나 체험관 등의 부대시설이 잘 갖추어진 시민들의 터가 되고 있는 중이다. 이곳을 거점으로 해마다 김제 지평선 축제가 열리고 있다. 


벽골제를 찾아 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길이 50m에 이르는 거대한 쌍용이 살아 움직이는듯한 생동감으로 압도한다. 벽골제 제방 축조에 등장하는 청룡 백룡 설화를 모티브로 만들 조형물이다. 그 너머로 김제시 부량면 신용리에서 월승리까지 약 3.8km의 벽골제 제방이 보인다. 과거 우리나라의 토목기술 수준을 가늠할만한 과학기술사적 중요한 유적지라고 할 수 있다.

 


풀밭 광장이 엄청 넓다. 지평선 축제 기간에는 이곳에서 목공예, 풀공예, 활쏘기, 각종 놀이시설 등의 체험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생명의 기운이 펼쳐지는 이 땅의 농경문화축제로는 김제의 지평선 축제가 유일하다.-2022.09.29. (목) ~ 2022.10.03. (월) 


들이 넓어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곡창지대 김제 평야에서 쌀밥을 맛보고 들판을 돌아보는 시간은 힐링의 시간이다. 





벽골제 한 바퀴 돌고 바로 주변에서 다리를 쉬며 김제평야의 쌀과 함께하는 밥상을 맞아보는 것도 좋겠다. 김제의 한우는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신선도와 부드러움과 위생면에서 믿을만하다고 하여 먹었던 육회와 육회비빔밥, 그리고 처음 맛보는 육회물회의 경험도 특별하다. 울금 막걸리 추가한다면 금상첨화. 나오면서 맛있었다고 말하니 김제의 청보리를 먹여 고기의 맛이 좋은 이유를 말해주시며 쥔장이 보여주는 자부심이 보기 좋다.  


또 하나, 순대 국밥이 유명하다. 원조 시골집 순대라 하여 뚝배기에 푸짐한 내용물이 그득하다. 특히 부산물을 이용한 암뽕순대라 하는 것은 이름만으로 선뜻 못 먹고 주춤거렸으나 맛보면 자꾸 손이 가는 맛, 찹쌀과 채소, 그리고  땅콩과 같은 견과류도 들어가서 독특한 감칠맛과 고소함이 좋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삶들이 있다. 미즈노 씨는 김제 출신의 처자와 결혼하여 자신의 고향 일본 북해도에서 살다가 처가인 김제로 들어와 폐가를 구입하여 살기 시작했다. 낡은 집을 하나둘씩 고쳐가며 살면서 오 남매의 놀이터로 집 앞 나무 위에 집을 지어 올렸다. 이 트리하우스가 입소문을 타고 있는 중인가 보다. 언젠가 TV에서 이들의 생활을 본 적이 있어서 찾아가서 그 신기함을 직접 확인했다.   



개량한복을 즐기는 미즈노 씨는 스스로를 백제인 후예로 믿을 만큼 한국을 사랑하는 삿포로 출신의 일본인이다. 이날도 개량한복 바지를 입고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언젠가 TV로 보았을 때 셋째 딸이 희귀병 진단을 받아 한때 가족의 행복에 구름이 밀려왔었다. 하지만 가족 간의 사랑과 믿음이 감동을 주었던걸 기억한다. 



주방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던 미즈노 씨, 한국인과 똑같은 어조로 친절하게 맞는다. 사람들이 물어보는 이야기에 밝은 얼굴로 응대하고 재미있게 유머도 던진다. 이쁜 딸과 함께 주스도 만들면서 트리하우스 이야기도 전한다. 


각각의 다실마다 각기 다른 창의적 인테리어로 특색 있다. 아이들의 어릴 적 옷이 인테리어가 되기도 한다. 결코 고가의 새것이거나 세련된 장식품들이 아니다. 모든 것 하나하나가 그들의 손끝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주방에서 일하던 미즈노 씨가 바깥 트리하우스로 나와 사람들이 부탁하는 사진도 찍어주며 대화도 나눈다. 그리고 늘 수리하고 손질해야 하는 트리하우스 이야기도 들려준다. 나무 위로 오르는 것이 처음엔 아슬아슬한 기분이었는데 그조차 재미를 준다. 추억과 동심을 불러오는 트리하우스는 지금처럼 사람들이 찾아오는 집이 될 줄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라고 한다. 


3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집 앞에서 묵직하게 중심을 잡고 그들을 지켜주는 트리하우스, 미즈노 씨와 오 남매의 사랑이 깃든 집을 날마다 정돈하고 견고함을 위해 그들은 평소에 늘 고쳐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가훈조차  ‘오늘도 우리 집은 공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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