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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영호 Oct 30. 2021

스토리텔링과 콘텐츠 플랫폼의
변화 양상

<월간 국회도서관> (2021년 10월호)

스토리텔링은 스토리(story)와 텔링(telling)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이야기하다'라는 의미다. 즉, 상대방에게 알리고 싶은 것을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이다. 스토리텔링은 이야기를 서술하는 기술로 문화콘텐츠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각종 미디어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스토리텔링의 범위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을 포함하는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마케팅, 광고, 박물관, 갤러리, 테마파크 사업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토리에 대한 인식은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등장하는 가상의 이야기나 문학적 영역에 한정된 편이다. 하지만, 스토리는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곳에 존재하며 마케터들이 시장에서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에도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스토리는 서사 형태의 정보를 담고 있으며, 스토리텔링은 스토리를 말과 글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이제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콘텐츠 제작 방식과 유통 모델도 발전하면서 디지털 스토리텔링도 보편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스토리와 기술이 연결된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시대 


디지털 스토리텔링(digital storytelling)은 1995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디지털 스토리텔링 페스티벌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디지털 기술을 매체의 환경으로 삼거나 표현 수단으로 적용하는 창작 기술을 의미한다. 즉 뉴미디어 기술을 통합하여 스토리 창작 과정에 활용하는 기술로 정의될 수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일어나는 쌍방향적이고, 복합적인 서사의 창작 행위가 모두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를 활용하여 텍스트, 오디오, 비디오 등이 결합된 정보를 제공해서 보다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방식의 스토리 전달이 가능하다.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콘텐츠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상호 작용성으로 인해 게임, 영화, 음악, 광고, 에듀테인먼트, 인터랙티브 소설 및 드라마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멀티미디어 환경과 정보통신기술로 인해 활용 가능한 분야와 산업적 가치가 계속 커져가고 있다. 그러면, 멀티미디어 관련 내용을 제외하고 스토리에 중심을 둔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특징을 살펴보자. 


첫째,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만들어진다. 디지털 기반의 스토리는 컴퓨터의 다양한 기능을 이용해서 복합적인 플롯을 만들고, 동일한 사건의 다양한 버전을 보여줄 수 있다. 둘째,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보편성을 갖고 있다. 과거에는 부자나 기업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던 도구나 기계들을 이용해서 전 세계 이용자를 상대로 개인적이고 예술적인 목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셋째,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다른 미디어와 달리 상호 교환할 수 있다. 영화, 비디오, TV, 신문 등과 다르게 디지털 스토리가 웹에 나타나면 창작자와 이용자 간 구분이 없어진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모두가 이야기 구성 과정의 참여자가 될 수 있다. 넷째,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공동체를 형성하는 힘이 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전문가 워렌 헤그(Warren Hegg)는 디지털 스토리텔링 운동 덕택에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힘과 스토리의 힘을 표현하기 위해 컴퓨터를 사용하고, 그 이야기들을 통해 공동체를 형성한다고 주장했다. 다섯째,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전통적인 스토리텔링에서 성공했던 것과 똑같은 특징들도 공유한다. 우선 디지털 스토리는 친숙한 사용자에게 들려줄 수 있고, 같은 사람들이 웹에 다시 들어와서 해당 스토리를 읽고, 듣고, 공유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수많은 온라인 스토리텔러들은 이용자의 생각과 반응을 기대하고, 이어지는 스토리 창작에 반영한다. 


전통적인 문학 출판시장의 측면에서 보면 스토리텔링은 주로 단행본 소설의 형태로,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웹소설을 통해서 제작되거나 유통되고 있다. 그만큼 텍스트 중심의 사용자에게 디지털 시대는 콘텐츠 소비의 폭을 키운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동영상, 웹툰 중심이었던 콘텐츠 소비가 단행본 전자책, 웹소설 등 텍스트 콘텐츠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2차 창작물 흥행에 따른 원작의 ‘역주행’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전지적 독자 시점>(싱숑 지음)은 네이버웹툰 출시 후 큰 인기를 끌면서 누적 거래액이 100억 원을 넘어섰다.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마요>(엘리즈 지음)는 올해 초 JTBC 드라마로 방영된 후 원작 웹소설의 누적 다운로드 수 120만, <나 혼자만 레벨업>(추공 지음)은 웹툰 효과와 함께 누적 조회 수 4억2,000만 회를 넘는 등 인기 역주행은 계속 될 전망이다. 


더욱 치열해진 포털사 간 스토리 콘텐츠 사업 경쟁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웹소설-웹툰-영상화로 이어지는 시너지 창출과 네트워크 구축을 목적으로, 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대대적인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초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Wattpad)를 인수하면서 자사의 웹툰과 연계한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카카오도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Radish)를 인수하면서 대량의 IP(지식재산권) 확보와 북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렇게 ‘스토리텔링 플랫폼’으로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8월 온라인으로 열린 네이버 기자간담회에서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스토리텔링 생태계의 핵심 요소이자 최우선 사항은 플랫폼이라고 보고, 그동안 누구나 참여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유튜브형 모델’과 슈퍼 IP로 성장 가능한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는 ‘넷플릭스형 모델’을 모두 구현하면서 콘텐츠와 팬덤을 모두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위한 시스템 기반과 함께 콘텐츠와 기술이 합쳐진 스토리테크(story tech) 플랫폼을 목표로 하는 네이버웹툰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네이버웹툰은 현재 1억6700만 명의 월간 이용자와 600만 명의 창작자가 활동하고 있다. 2013년 도입한 웹툰 창작자 수익 모델인 PPS(Page Profit Sharing)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난 1년 간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작가는 총 124억 원을 벌었다. 수익 정산을 받는 전체 작가의 지난 1년 간 평균 수익은 약 2억8천만 원, 최근 1년 이내에 연재를 시작한 신인 작가의 평균 수익은 1억5천만 원이다. 네이버는 웹소설(왓패드)-웹툰(네이버웹툰)-영상화(스튜디오N)로 연결되는 내부 생태계를 구축한만큼 창작자의 기대 수익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팬덤을 가진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 협업해서 외부의 슈퍼 IP를 웹툰이나 웹소설로 제작하는 슈퍼캐스팅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협업 파트너는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HYBE)와, 슈퍼 히어로물을 주로 출판하며 슈퍼맨, 배트맨 등의 IP를 갖고 있는 DC코믹스(DC Comics)다. 하이브 소속 연예인과 협업한 스토리를 웹소설과 웹툰으로, DC코믹스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활용한 오리지널 웹툰도 제작할 계획이다.


스토리텔링 기반의 웹콘텐츠는 단순히 OTT 시장에서 영상 제작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하는 IP 사업 측면에서 중요성이 높아졌다. 요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웹소설이나 웹툰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들이 다수 흥행하고 있다. 또한, 웹툰 기반 드라마 혹은 영화를 보고 해당 웹툰을 보려고 하는 독자들도 늘어나고 있어서 해당 IP를 확보하게 되면 더 많은 수익 실현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스토리텔링은 매력적인 스토리를 창작하는 사람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인기를 얻고 비즈니스 모델로 안착하기 위해선 역량있는 창작자 확보와 육성이 필수적이다. 그런 이유에서 대형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들의 창작지원 프로그램 투자는 지속 강화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무료 웹소설 자유연재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스테이지'를 오픈했다. 직접 신인 작가를 발굴하며 창작자 생태계를 뿌리부터 튼튼하게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스테이지는 단어 뜻과 같이 카카오페이지 정식 연재 데뷔를 위한 창작자들의 무대이자, 누구든지 자유롭게 방문해서 작품을 감상하고, 집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스토리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를 키우고 활성화시키겠다는 철학에서 오픈한 만큼 스테이지에 아낌없이 투자해 훌륭한 작품 및 작가를 발굴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두 달 이상 연재한 작품 중 성적이 높은 작품은 '페이지 고(GO)'라는 작가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바로 카카오페이지 정식 연재 작품으로 데뷔할 수 있고, 창작 지원금 차원에서 200만 원을 지급한다. 그리고, '스테이지 온(ON)' 프로그램은 심사를 통해 선정된 창작자에게 매달 원고료를 지급한다. 카카오페이지 스테이지는 창작자가 카카오페이지 외에 본인이 원하는 연재 플랫폼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국내/외 모든 콘텐츠 제공사업자(CP)가 참여 가능한 오픈형 운영 구조를 적용했다.


카카오는 번역 지원 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해외 사업 확장에 따라 현지 번역 전문팀을 신설하는 등 북미·일본 지역 등에 100명 이상 번역가를 두고 있다. 기존에 프리랜서 번역가나 외주를 맡기는 시스템에서 내부 번역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를 통해 창작자의 해외 진출에 따른 언어적 장벽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어서 IP 품질 향상에 효과적이다. 이외에도 카카오페이지는 스토리잼과 ‘2021 웹툰 창조 공모전’, 스토리튠즈와 ‘웹소설 작가 아카데미’를 공동 개최했고, 수상작에는 카카오페이지 연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매년 ‘슈퍼 패스’ 프로젝트 산학협력을 통해 신인 작가들을 발굴하면서, 10여 개 출판사와 신인 작가를 매칭해주는 정기투고 프로젝트 ‘넥스트 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다


CJ ENM에서 운영하는 오펜(O'PEN)은 신인 창작자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사회공헌사업이다. 오펜의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은 창작자에게는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업계에는 참신한 아이디어의 새로운 크리에이터 수급 채널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펜 스토리텔러에 선발된 작가들은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 위치한 오펜센터에서 데뷔를 위한 교육 과정을 지원받게 된다. 업계의 전문 연출자와 작가의 멘토링, 전문가 특강, 대본 집필을 위한 현장 취재지원, 비즈 매칭 및 계약 지원 등 창작에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제공된다. 


급변하는 콘텐츠 생태계와 미래 방향 


콘텐츠산업은 개인 창작와 소셜 미디어 사용자를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수많은 미디어 플랫폼이 등장했고,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과 소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콘텐츠 IP 창작자와 콘텐츠 제작자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각종 뉴노멀 현상이 콘텐츠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라인과 비대면 콘텐츠 서비스가 확대되고, 클라우드 컴퓨팅,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이 콘텐츠 생태계 기반의 주력이 될 전망이다. IP 중심의 콘텐츠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신인부터 프로까지 각 분야의 창작자 확보가 시장의 핵심성공요인이 되었다.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서비스 방식은 정기 구독 모델과 스트리밍 방식으로 재편되고, 여러 콘텐츠가 융복합되거나 사업자 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건강한 콘텐츠 창작과 유통 생태계 확립을 위해 창작자들의 아이디어가 사업화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관, 협회의 유기적인 협력과 지원이 더욱 요구된다.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보호와 창작자의 권리 보호 등 공정하고 투명한 콘텐츠 이용 환경 조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를 위해 새로운 미디어와 콘텐츠 분야의 법률과 제도의 보완, 인프라 확충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투자를 기대한다. 


- 류영호 | 교보문고 DT추진실 부장

[참고자료]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기록콘텐츠 이용에 관한 연구, 윤은미 외, 전북대학교, 2019.10.11.

네이버↔카카오, 웹툰·웹소설 창작자 지원 경쟁, 지디넷코리아, 2021.07.30.

웹툰·드라마 뜨니 원작도 역주행···웹소설·전자책 소비 급증, 서울경제, 202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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