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8년 5월 호
글 빅토리아 재거드 사진 로버트 클라크
6600만 년 전,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공룡은 멸종됐다. 그러나 오늘날의 새들은 자신들이 공룡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해안을 따라 있는 맹그로브 습지대는 새들의 낙원이다. 조류의 주요 이동 경로를 따라 이어지는 이 울창한 습지대는 해마다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 대륙을 오가며 위험천만한 비행을 하는 수백만 마리의 새들에게 안전한 안식처가 된다.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 지역 캠퍼스 소속 과학자 루이스 살리나스페바가 새들의 중간 기착지인 이곳으로 나를 안내한다. 살리나스페바는 맹그로브 숲에 사는 새의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는 조류 식별의 달인이다. 멀리서 날아온 철새와 텃새가 어우러진 이곳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캐나다에서 날아온 푸른날개쇠오리와 유카탄굴뚝새가 마주치는가하면 키 큰 분홍빛 홍학이 찻잔만 한 벌새와 어울린다.
가마우지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공기를 가른다. 우리가 탄 작은 배가 가마우지의 둥지에 점점 가까워지자 매끈한 검은 새 몇 마리가 갑자기 하늘로 날아 오른다. 그 순간 내 시선은 하늘로, 생각은 과거로 향한다. 6600만 년 전 우주에서 날아온 소행성이 이 원시 낙원을 화염으로 불태워버린 그날을 생각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8년 5월 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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