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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Nov 15. 2019

이름 속에 들어 있는 출생의 비밀

삶 속의 붓다 얼굴, 두 번째-이름 속의 붓다

'내가 그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될 수 있듯이 이름은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는 신호이자 소통의 첫 통로다.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 이름에 민감하다. 
요즘은 거의 없겠지만 50~60년대생 여성 중에는 미자, 말자, 옥자, 순자, 정자 등 '자'로 끝나는 이름이 많았다. 이는 일제 식민지 시절 창씨개명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일본식 이름 중에 여자들은 '-꼬(子)'가 많은데 예를 들어 하루꼬(はるこ)는 '춘자(春子)'가 되고 아사꼬(あさこ)는 '조자(朝子)'가 되는 식이다. 이와 같이 얼마 전까지도 우리나라 이름 중에는 불행한 일제 식민의 아픈 역사가 들어 있었다. 

<명자, 아끼꼬, 쏘냐-1992년, 이장호 감독>라는 영화가 있었다. 일제강점기부터 근현대를 가르며 살아온 한 여인의 기구한 삶을 다룬 영화로 이름으로 그녀의 일생을 표현했던 인상적인 작품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이 영화를 빗대 '명자(明子)'는 일본말로 '아끼꼬', '조자(朝子)'는 '아사꼬' 그렇다면 '고자'는 일본말로 무엇일까요?' 라며 재롱떨던 쌍팔년도 유머도 있었다. '우짤꼬'하며 지금은 썰렁했을 개그에 박장대소하던 기억이 새롭다.

▲붓다의 나라 미얀마: 미얀마 사람들에게 붓다는 마음의 안식처다

이름 속에 숨어 있는 출생의 비밀
그렇다면 미얀마 사람들의 이름 속에는 어떤 역사가 들어 있을까? 
'붓다의 나라 미얀마, 대부분 사람들의 이름 속에는 출생의 비밀이 숨어 있다.' 
미얀마에서는 우리나라처럼 1년 단위가 아니라 태어난 요일에 따라 띠가 정해진다고 한다. 이 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7요일이 아니라 8요일이 적용되었기 때문에 태어난 날에 따라 8가지 동물로 나누어진다. 월요일은 호랑이, 화요일은 사자, 수요일(오전)은 상아가 있는 코끼리, 수요일(오후)은 상아가 없는 코끼리, 목요일은 쥐, 금요일은 기니피그, 토요일은 용, 일요일은 가루다(미얀마 신화 속 상상의 동물)이다. 8요일을 7요일에 적용하다 보니 수요일을 오전, 오후로 나눈다. 
 
이러한 이유로 미얀마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난 요일을 상징하는 글자를 이름에 넣어 짓기도 한다. 따라서 이름만 보면 그가 무슨 요일에 태어났는지 대략 알 수 있다(아래 '미얀마 이름 속의 비밀' 참조) 파고다를 참배할 때는 자신이 태어난 동물상 앞에 재물을 올리고 기도를 올린다. 따라서 파고다에서 엎드려 기도 올리는 사람 앞에 있는 상을 보면 그가 무슨 요일에 태어났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미얀마 사람들 이름 속에는 그들의 출생의 비밀이 숨어 있다.
 
물론 요일별로 띠를 정하여 이름을 짓는 풍습이 불교에서 나왔는지는 나는 잘 모른다. 분명한 것은 쉐다곤파고다나 다른 파고다를 둘러봤을 때, 요일별 상징 동물상이 파고다를 둘러 서 있었다는 사실이다. 추측컨데 미얀마 인들의 이름과 불교는 확실하게 연관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쉐다곤 파고다: 파고다를 둘러 8가지 동물상들이 있다.
▲기도: 미얀마 사람들은 파고다에서 자신의 태어난 날의 상 앞에서 기도를 올린다.

알고 가자! 미얀마 사람들의 이름
만달레이에서 현지 가이드를 해주었던 Myo Myo Swe Oo(묘묘 쉐우) 선생님은 미얀마 사람들 이름이 어렵다는 나의 질문에 대해 현지인의 입장에서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질문을 했더니 장문의 메일을 보내왔다. 워낙 친절하게 설명한 글이라 원문을 살려 소개해 본다.
 
'미얀마 이름은 성이 없어요. 미얀마 사람들이 이름은 주로 자기 엄마 아빠의 이름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딸은 아빠 이름이 들어가고 아들은 엄마 이름이 들어가는 게 많아요. 
우리 아빠 이름은 Aung Swe Oo(아웅 쉐우), 엄마 이름은 Maw Maw Kyi(마우마우 키)이에요, 제 이름은 Myo Myo Swe Oo(묘묘 쉐우), 언니 이름은 Poe Poe Swe Oo(포포 쉐우), 남동생 이름은 Min Maw Tun(민 마우 툰), 제 이름하고 언니 이름에 아빠 이름이 들어가 있고 동생 이름은 엄마 이름이 들어가 있어요. 그리고 자매나 형제 이름을 좀 비슷하게 지어요. 울 자매 이름을 보면 아시겠지만(Myo Myo Swe Oo , Poe Poe Swe Oo) 이름을 네 글자로 지은 것도 같고...

 
1) 이름 짓는 법: 미얀마 사람들은 이름 지을 때 주로 스님을 찾아가요. 동네 절에 계신 스님이나 아님 다른 동네 절에 계시지만 자기하고 아는 스님이라면 거기 찾아가서 자식 이름을 지어 달라고 해요. 스님은 아기의 생년월일 물어보고 이름을 몇 개 지어줘요(스님이 지어 준 이름은 항상 부모이름이 들어가요). 그중 자기가 좋아하는 걸 골라요. 그게 자기 아기의 이름이에요. 요즘도 옛날처럼 스님을 찾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점쟁이나 전문으로 이름 지어 주는 사람들이 생긴 이후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점쟁이나 전문으로 이름 지어주는 사람들은 그냥 이쁜 이름만 지어주고 부모 이름이 들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2) 이름 부르는 법: 이름 부르는 것도 한국과 같다고 할 수 있어요. 풀 네임을 거의 안 불러요. 친한 친구들은 묘묘 세우라고 안 부르고 Myo Myo (묘묘)라고 불러요. 제 언니를 Poe Poe(포포)라고 부릅니다. 그렇다고 꼭 앞부분만 부른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Theint Khwar Nyo Lwin(테인트 콰뇨 르윈)라는 친구가 있는데 Khwar Nyo (콰뇨)라고 부르고 Hay Mar Tun(하이 마 툰)라는 친구를 사람들이 Hay Mar(하이 마)라고 불러요. 이름을 앞부분만 부른다 가운데 부분만 부른다 라는 원칙이 없어요. 듣기 좋고 이쁘고 부르기 쉬우면 돼요. 미얀마는 성씨가 없으니까 그건 어쩔 수가 없네요
 
3) 미얀마에 가장 많은 이름: 미얀마 사람 중에 가장 많은 이름은 여자는 Su Myat(수 미야트), Myat Noe(미야트 노우)가 들어가는 게 많아요. 예를 들자면 Su Myat New(수 미야트 눼), Su Myat Moe(수 미야트 모), May Myat Noe Oo(마이 미야트 노 우, Myat Myat Mon(미야트 미야트 문) 등등 
 
그중에 제일 많은 이름은 Su Myat Moe(수 미야트 모)라는 이름입니다. 가장 많은 남자 이름은 Aung(아웅), Zaw (조), kyaw(쿄)가 들어가는 게 많아요. 예를 들어서 Aung Myin Zaw(아웅 민 조), Kyaw Tun Lin(쿄 툰 린), Zin Thu Aung(진 투 아웅) 등등.

 - 글 출처: 미얀마 만달레이 현지 가이드 Myo Myo Swe Oo(묘묘 쉐우)


친절한 묘묘 선생님 설명에 복잡하고 어려웠던 미얀마 사람들의 이름에 대해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렸다. 감사하다는 제자의 립서비스성 메신저 인사에 묘묘 선생님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나는 무슨 요일에 태어났을까요?" 
아무리 땡땡이 출신 불량 학생이지만, 이 정도쯤이야. 
"목요일입니다."
"와 천재 학생이네요. 하나를 알려주니 열을 아네요 ㅎㅎ" 
선생님의 칭찬에 왠지 미얀마에 대해 다 알아버린 느낌이다.
 
알면 유용한 미얀마 상식: 미얀마 이름 속의 비밀
월요일: 쿄 Kyaw, 킨 Khin,/Kyin, 키 Kyi , 그 웨이 Ngwe
화요일: 산 San/Sann, 수 Su, 니 Nyi , 노인 Nyein, 조 Zaw
수요일: 쉬웨 Shwe, 린 Lin, 윈 Win, 흘라 Hla, 예 Yee, 인 Yin
목요일: 마이 May, 바 Ba, 미야 Mya, 마웅 Maung, 민트 Myint, 묘 Myo, 민 Min
금요일: 탄 Than, 테인 Thein, 타웅 Thaung, 틴 Thinn, 토 Thaw, 한Han
토요일: 틴 Tin, 툰 Tun, 누 Nu, 눼 New
일요일: 온 Ohn, 아예 Aye , 에 Ee, 아웅 Aung
 
 덧붙이는 글 |상기 내용은 여행자의 관점에서 쓴 글입니다. 불교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분석보다는 개인의 감상 위주로 쓴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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