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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 박사 Feb 18. 2020

보스턴 생활팁 | 집 구하기

발품 팔기

미국으로 이주할 때 '정착 서비스'가 있어요. 이는 집 & 차 구하는 것부터 살림살이 장만까지 다 케어해주기 때문에 미국에 오자마자 정착하기 수월해 많이들 이용하십니다. 저도 부모님과 시카고에 살 때 이용했었어요. 그런데 이 서비스는 가격이 꽤 비싸 호불호가 나뉘어요. 아마도 만족도에 따라 당연히 달라지겠죠? 짝꿍의 친구 (H, 하버드 연구원)는 혀를 내두르며 절대 이용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어요. 그 대신 본인이 다 도와주겠다고요 (너무나 감사한 분). 그래서 우리는 용감하게 보스턴에서 집 구하기를 직접 했습니다. 대신 서비스 이용할 돈으로 H의 사례비와 살림살이 장만하는 데에 아낌없이...^^



다행히 작년 가을, 인터뷰를 보고 2일 후 바로 합격했다는 답변을 받아 보스턴 관광 대신 집 찾기에 시간을 투자했어요. 어느 나라나 집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한 것들을 꼽자면 이 4가지가 아닐까 싶어요.

1. 생활 편리성 (대중교통 편리, 마트, 편의점, 병원 근처 등)

2. 치안

3. 직주근접

4. 가격


짝꿍은 미국 생활이 처음인 데다 밤늦게까지 실험을 해야 할 경우가 있어, 최종 결정을 할 때 직주근접을 1순위로, 생활 편리성, 가격 순으로 봤습니다. 치안은 보스턴 동네들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었고, 지인들에게 조심하라고 조언받은 동네들은 처음부터 제외시키고 봤어요.



1. 인터넷 사이트에서 검색

일단, apartments.com과 zillow 같은 부동산 웹사이트를 보면서 차를 타고 돌아볼 동네를 찍었어요. 구글 시트에 꼼꼼하게 정리해가면서요. 한눈에 보기 쉽게 지역, 아파트명(건물명), 방 개수, 평수, 학교로부터의 거리, 대중교통, 특이사항, 주소, URL 주소 순으로 정리했어요. 직주근접이 중요했기에, T 환승 없이 10분 이내 (T만 이용해야 할 경우 / 버스와 T가 모두 있는 경우는 T 30분 소요되는 곳도 포함), 버스로 20분 이내, 도보 30분 이내인 지역 위주로 봤고, 저희는 아이가 없어서 1 bedroom인 곳, 가격은 $1,900~2,500/월 인 곳으로 알아봤어요. 이왕이면 아파트 내에 편의시설 (피트니스, 수영장, 컨시어지 등)이 있어도 좋지만, 없는 곳도 목록에 포함시켰어요. 보스턴은 워낙 겨울이 길다 보니 난방이 월세에 포함인 곳을 필수 요소로 봤습니다.

구글 시트에 정리한 보스턴 예비 집 후보 목록


2. 1차 돌아보기 (차로)

보스턴에서 6년 거주, 이사 3번을 한 H에 의하면... 보스턴에는 오래된 집 (100년 넘은)이 많아서 쥐랑 벌레가 나오는 집들이 꽤 많다고 해요. 그리고 나무 바닥인 경우 층간소음이 어마어마해서 꼼꼼하게 잘 봐야 합니다. H는 집을 겉에서만 보고도 안의 상태가 어떨 것이라고 딱 파악을 하더라고요. 워낙 많이 보고 다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랄까요? 덕분에 옆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우리가 흔히 운치 있게 생각하는 빨간 벽돌의 유럽식 고택은 거의 소음과 쥐와 벌레와 함께 해야 할 가능성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H는 아이가 둘이 있는데, 예전에 밤에 쥐 3마리가 나와 한밤중에 쥐와의 소탕작전을 벌이고는 바로 이사를 했다고 합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ㅠㅠ

차 타고 가면서 찍은 영상 (세로로 찍은 것은 함정)

먼저 차를 타고 동네 순방을 했습니다. 차를 타고 돌아보면 그냥 슉슉 지나가기 때문에 자세히 볼 수는 없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전반적인 동네 분위기나, 생활편의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등을 파악하기엔 좋아요. 차를 타고 가다가 우리가 찜해놓은 아파트가 나오면 들어가서 보고 나오는 방식으로 둘러봤어요. 찜해놓은 아파트들이 규모가 있고 컨시어지와 leasing office가 있는 곳들은 leasing office에 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바로 상담을 받을 수 있어 좋았어요. 그렇지 않은 소규모의 아파트는 웹사이트를 통해 부동산 업자와 미팅을 하거나 집주인에게 미리 연락을 해야 집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우리나라랑 비슷하죠?). 마침 우리가 둘러볼 때는 9월 초 학기가 시작할 때라 이주하는 학생들이 많아 슬쩍 들어가서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나올 수 있었어요. 이렇게 1차 둘러보기를 하니 우리의 리스트에서 지워야 할 곳들이 추려졌어요.

학군을 중요시하는 한국 분들이 많이 거주하는 핸콕 빌리지 / 한국인들이 많이 살아서인지 깔끔하기로 유명하다네요


3. 웹사이트 부동산 컨택하기

대충 동네마다 분위기를 파악했기에 다시 apartments.com과 zillow에 접속해 찜한 매물을 갖고 있는 부동산업자에게 메시지를 보냈어요. 그런데 이 약속 잡는 것이 또 쉽지가 않더군요. 미국은 2달 전에 집 계약을 연장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시스템이고, 이주 날짜가 명확 (대충 몇 월인지라도 알아야) 해야 약속을 잡고 집을 보여줍니다. 또, 미국 전화번호 없이 로밍을 해와서 한국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부동산 업자들이 이것저것 물어보는 게 많아지고 (신원파악을 위한 개인정보 등) 일이 쉽게 진행이 안되더군요. 게다가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하는 촉박한 일정 때문에 1~2일 만에 연락해서 집을 보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그리하여 웹사이트의 부동산 컨택하는 것은 큰 소득이 없었습니다.



4. 2차 돌아보기 (도보와 대중교통으로) + 부동산 직접 방문

1차에서 차를 타고 이동을 했다면 2차는 대중교통과 도보로 돌아봤어요. 보스턴은 'America's Walking City '라고 불릴 정도로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고, 인구밀도가 높아 도보로 이동하기 수월한 곳이에요. 게다가 9월 초의 보스턴 날씨는 1년 중 가장 좋을 때라 데이트하듯 산책하듯 이 동네 저 동네를 돌아다녔어요.

지나가다 마음에 들면 찰칵!
고급단지 같은 느낌.. 내부는 오래된 호텔같이 생김 / 컨시어지도 리츠칼튼 느낌의 유니폼을 입은 노신사
신호등 기둥에 장난친 사람 누구? >_<
공원의 숲이 목걸이처럼 길게 늘어져 있어 Emerald necklace라고 불려요. 막판까지 고민했던 아파트는 이 공원 뷰를 가진 곳이었답니다.
미국 가정집 정원에서 만난 무궁화 / 한국사람 사는 동네는 아닌데 반갑고 신기해서 한 컷
그냥 지나가다가 색감이 예뻐서

그러다가 'realtor'라고 쓰여 있는 오피스가 있으면 들어가 설명을 들었어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부동산에서는 먼저 전반적인 동네 분위기를 설명해줍니다. 미국은 차별에 엄격한 나라라 어느 동네에 어떤 인종이 주로 살고, 어떤 동네가 안전하고 어디는 위험한지 등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을 안 해요. 보스턴에 사는 지인들이 얘기해준 정보로 동네별 치안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난색을 표하며 discrimination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대답을 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구글에 crime rate, crime map으로 검색하면 직접 볼 수 있다는 팁을 주더군요 (https://www.neighborhoodscout.com/ma/boston/crime,https://spotcrime.com/ma/boston등). 이런 Realtor를 통해서 집을 계약할 경우, 우리가 원하는 조건의 집을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주고 집을 보고 싶어 하면 대신 방문해서 동영상/사진 촬영해서 보내주고 계약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귀찮고 어려운 일에 도움을 주는 대신 (계약하는 집의) 한 달 월세를 수수료로 받습니다.


보스턴을 떠나는 날 오전-오후까지 세 곳의 Realtor를 만났는데 그중 한 곳은 우리가 관심 있던 지역과 아파트에 대한 뒷 이야기와 리뷰, 그리고 집 구하는 팁을 상세히 알려줘서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집 계약할 때 계약금 & Safety deposit, Realtor수수료, 대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은 시끄럽기도 하고 위생상태가 좋지 못해 벌레가 자주 출몰한다는 사실 (생각지 못했던 부분인데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죠), 나무골조인 집은 소음에 취약하기 때문에 콘크리트나 시멘트로 지은 집을 알아야 봐야 한다는 것 등... 연륜과 경륜이 있는 중년의 신사분이라 그런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각종 팁들을 아낌없이 방출해주시더군요. 그리고 월세에 난방, 수도, 주차, 전기 등이 포함된 집들도 간간히 있으니 우리가 원하는 조건이 세부적일수록 더 적합한 집을 구해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조건들을 주저 없이 다~ 이야기했지요..


이 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신뢰가 가서 관심 있는 아파트들의 평에 대해 여쭤봤어요. 사실 가장 관심이 많았던 아파트는 2017년에 새로 지은 Emerald Necklace가 보이는 거실과 침실의 전면 유리창이 멋진 아파트였어요. 1차 돌아보기를 할 때 Leasing office에 들러 아파트 투어를 하다가 매료된 곳인데, 새로 지어서 공용세탁실이 흔한 보스턴에서 집에 LG 드럼 세탁기와 건조기까지 최고급 가전들이 있고, 6층에 있는 통창의 GYM과 뷰를 즐길 수 있는 야외 수영장, 바비큐 시설, 당구대와 포켓볼을 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된 클럽 라운지까지 있는 곳이었죠. 언덕 위에 있고 학교에서 도보로 20분, 마트도 도보 15분 등 직주근접과 생활편의성은 좀 떨어지지만, 특 1급 호텔 같은 압도적 시설로 (게다가 그 당시 가격도 저렴)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당장은 재택근무를 해야 할 저이기에 집의 쾌적함은 저에게 진짜 중요한 요소였거든요 >_<


그런데 이 분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살짝 바뀌더라고요. 이유인즉슨, 이 아파트의 시설은 정말 최고급이지만, 오래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라기보다는 하버드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오는 부유한 환자들이 호텔 겸 투숙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고 하더라고요. 세대수에 비해 적은 엘리베이터로 (한 동에 1대) 거주민들의 불만이 많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단기 거주자들이 많으니 이사할 때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짐을 옮기니 다른 거주민들은 걸어서 오가야 하는 웃픈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고요... 꿈에도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어요.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다...


아래 사진을 좀 봐주세요.

The Serenity apartment lobby ⓒ The Serenity apartment (https://theserenity.com/gallery/)
The Serenity apartment bedroom ⓒ The Serenity apartment (https://theserenity.com/gallery/)

정말 특 1급 호텔 아닙니까?


이런 시설이 2019년 12월까지 $2,400-2,500였습니다 (12개월 계약 시). 2020년 1월부터 가격이 $3,000대로 확 올랐더라고요.


아.. 님은 갔습니다...



5. Realtor에게 소식받아보고 후속 검색

미국에 있을 때 관심 있던 아파트들의 Leasing office를 2번 정도 방문해서 귀찮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온 터라 거의 마음이 정해진 상태긴 했지만 그래도 확인차 한국에 귀국해서도 Realtor들의 매물도 받아보고 눈여겨보던 아파트들의 시세와 구글 리뷰도 주기적으로 찾아봤습니다.



6. 최종 결정

인터넷으로 시세 검색을 하고 직접 발품을 팔아 동네와 집을 둘러보고 Realtor도 만나보니 우리에게 맞는 집이 어디인지 더 확실해졌습니다. 하버드는 캠퍼스가 곳곳에 퍼져 있는데, 메인 캠퍼스는 찰스강 북쪽의 Cambridge 지역, 경영대와 의과대학은 찰스강 남쪽의 Boston 지역에 있어요. 경영대는 Lower Allston, 의과대학은 Longwood에 있답니다.

하버드 메인 캠퍼스, 경영대, 의과대학 지도


짝꿍은 의과대학 소속이기 때문에 저희가 관심 있던 지역은 Longwood, Brookline, Fenway 부근이었어요. 아시아인이 많이 살고 한국 음식점과 미용실, 각종 브랜드 (BBQ, Tous les Jours 등)들이 입점해있는 Allston도 후보 중 하나였지만, 차를 타고 다녀야 한다는 단점 (보스턴은 밀도가 높아 아파트와 학교 주차비가 비싸요, 도심일수록..)이 있고 날 좋을 때 보스턴 시내를 돌아다니기엔 좀 멀다는 (개인적인) 생각에 접었습니다. Brookline은 학군이 있는 곳이라 아이들 있는 집에서 선호하고 백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고 하더군요. 주거 단지답게 다양한 식료품점, 요가원, 상업시설이 많았고, 매물 중엔 주차가 포함인 곳들이 있었어요. 학교까지는 위치에 따라 도보로 20-30분, 자전거로 10-15분 소요. Fenway는 대형마트도 근처에 있고 제가 좋아하는 미술관과 짝꿍의 학교가 모두 도보로 가까운 거리여서 매력적이었지만, 주변에 Northeastern 대학, Boston University, Berklee College of Music 등 다수의 대학 근처라 대학생들이 많이 살 법한 집들이 많고 규모가 큰 아파트는 없더라고요.


1년에 딱 3~4달뿐인 보스턴의 환상적인 날씨에야 도보 20분, 30분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었죠 (추우면 버스 타거나 T를 타면 되니까...?). 그런데 막상 한국에 돌아와서 겨울에 찬바람 쌩쌩부니 직주근접이 1순위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직주근접은 학교에서부터 도보 5분 거리. 거기에 마트 도보 10분 이내, T & 버스 정거장 도보 5분 이내. 그리하여 9월부터 11월까지 발품판 결과, 가장 적합한 집을 찾았고 덕분에 만족하고 있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가 계약한 아파트는 학생을 아예 받지 않는다더라고요 (심지어 대학원생도..). 월세는 살짝 높은 감은 있지만, 일단 적응하는 1~2년 동안은 자동차를 사는 대신 그 돈을 집세에 보태고, 차량 유지비로 UBER나 ZIP CAR를 이용하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 집이 코앞이니 점심시간에도 짝꿍이 집에 와서 밥을 먹어 삼식이가 되었네요 >_< 주말부부를 오래 했던 저희는 이것도 감사한 일^^



'정착 서비스'없이 발품 팔아 미국에 집을 구하긴 했지만, 아이가 있거나 한국에서 처음부터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정착 서비스'가 집 구하는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감사하게도 인터뷰 결과가 미국에 있을 때 나왔고, H가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직접 집을 알아볼 수 있는 아주 운이 좋은 케이스였어요. 혹시 직접 미국에서 집을 찾으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하여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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