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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Aug 24. 2016

프라하, 낭만을 걷다

한 곡의 노래조차 로맨틱하게 만드는 도시, 프라하

유럽에서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는 곳

허니문을 떠나는 커플들이 선호하는 유럽 도시로 손꼽히는 곳

저렴한 물가로 많은 배낭여행자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곳

     

‘프라하’라는 이름에 떠오르는 말들을 써보았다. 프라하를 다녀왔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프라하에 대해 한 문장으로 말해주세요’라고 질문한다면, 위에 적은 것 외에도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프라하라는 도시가 주는 매력을 풀어나가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해졌다. 프라하는 내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많은 볼거리와 거기에 따른 생각의 울림을 선물해주었기 때문이다.      


프라하가 가지고 있는 아기자기함을 보자면 투쟁과는 거리가 멀 것 같다. 사람으로 치면, ‘손에 물 한 방울 묻혀보지 않고 자란 사람’처럼 연약하고 가녀린 이미지와 가깝다. 하지만 프라하의 진짜 모습은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강인한 도시다.     


종합선물세트처럼 이것저것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도시, 프라하. 선물세트의 선물을 하나씩 꺼내보려 한다.



하나, 프라하의 아날로그 감성 1, 트램


우리나라에서는 흔적을 감춘지 오래지만 유럽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트램. 트램은 프라하 사람들의 발이 되어 구석구석을 연결한다. 관광객들은 트램을 탈 일이 거의 없다. 큰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웬만한 관광지는 도보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는 유럽이에요'를 말하듯이 복잡한 골목골목의 길을 헤매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프라하의 트램이 궁금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지하철을 타는 행위는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한 일상들의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장소가 바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매번 타는 지하철이지만 외국에서라면 설레고 긴장이 되게 마련이다. 국가마다 지하철의 생김새가 다르고, 공기의 냄새가 다르며 흘러나오는 안내 방송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도시를 관광지로서 만들어지고 닦여진 모습이 아니라, 프라하의 일상 그 자체를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트램을 타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깔끔하게 도정된 백미가 관광지로서 보여지는 모습을 맛보는 재미라면, 덜 도정되어 쌀겨가 남아있는 현미가 일상 속의 모습을 보는 재미일 것이다.


트램은 사람들의 발이 되어 목적지까지 빠르게 연결시켜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느리게 가고 있는 프라하의 모습이 아닐까.     



, 프라하 역사의 중심에 서있는 바츨라프 광장


유럽의 비수기는 대부분 보수공사가 이루어진다.


바츨라프 광장은 과거 체코슬로바키아로 묶여있던 체코 역사의 중심에 있다.  1968'프라하의 봄'이라 불리는 자유화 운동으로 시민들이 뛰쳐나왔고, 이에 이어 1989년 공산정권의 몰락을 끌어낸 '벨벳 혁명'을 이끈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다. 그 전으로 올라가면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종결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독립을 하며 독립선언을 한 곳이다.     


이곳에서 체코 사람들은 자유를 외쳤다. 현재의 광장은 현대적인 모습들로 채워져 있어, 과거의 처절한 투쟁의 장소였음을 한 눈에 알아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광장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한 국가가 걸어온 길고 긴 이야기였다.      


체코의 역사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 주변 열대 강국들에 의해 원치 않는 간섭을 받았던 과거, 자유와 민주를 쟁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왔던 시민들, 그리고 그에 따른 고귀한 희생까지.

 

대한민국이 조선, 어쩌면 더 먼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모습과 어쩜 이리 비슷할 수 있는 걸까.

'프라하가 단순히 아름답고 낭만의 도시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가슴 한편이 아파온 것은 그 이유였을 것이다.




, 프라하 여행의 출발지, 구시가지 광장


프라하 여행의 출발점이라고  수 있는 구시가지 광장. 유명한 관광스폿들이 있는 곳이기에 사람들이 북적북적 거렸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틴 성모교회와 천문학 시계였다. 하늘을 향한 인간의 욕망, 바람을 담은 고딕 양식은 언제나 눈에 띈다. 그리고 중세시대의 느낌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 구시가지 광장의 터줏대감 같이 위엄 있는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각마다 인형극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천문학 시계 또한 구시가지 광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천문학 시계는 1400년대에 만들어져 무려 600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시계의 역할을 아주 잘 수행하고 있다. 이름만 시계가 아닌 것이다.


때마침 정오가 가까워졌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인형극을 조금이라도 더 잘보기 위한 최고의 명당자리를 찾아 움직였다. 각자가 자리 잡은 자리를 최고의 명당이라고 여기고 인형극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곧 시작된 인형극에 어린아이로 되돌아간 것 같은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던 사람들. 짧게 터져 나오는 작은 환호성을 배경음악 삼아 인형극을 감상했다.


인형극은 생각보다 짧다. '어라, 끝났나?'라고 뭔가 이상함에 눈치를 살피게 될 때는 이미 끝난 지 오래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집중해서 봐야하는 인형극이었다.


인형극을 볼 때 집중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소지품이다. 유럽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뒤로 매면 남의 가방, 옆으로 매면 모두의 가방, 앞으로 매면 나의 가방'     

이곳처럼 사람들이 항상 붐비는 관광지에서는 소지품 관리에 절대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백팩은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 것을 권하지만, 만약 백팩을 메고 있다면 앞으로 매고 있자. 소매치기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나의 뱃살 까리 가려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광장의 한편에는 종교개혁을 주장하다 화형 당한 얀 후스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얀 후스는 까를 대학교의 학생이자 교수였으며, 종교 개혁가이자 민족운동의 지도자였다. 프라하 역사의 큰 획을 그은 대단한 분이니, 프라하에 찾는다면 얀 후스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공부해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때마침 부활절 축제기간이라 더욱 활기가 넘쳤다>




,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부활절을 맞이하여 구시가지 광장에서는 공연이 열렸다
까를교 위에서는 사전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공연할 수 있다
멋쟁이 신사 할아버지의 모습에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유럽 도시에서는 길거리에서 공연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긴 음악을 들려주고, 사람들에게 소소한 돈을 받기도 한다. 멋진 풍경 속에서 듣는 좋은 음악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특히 까를교에서 봤던 젊은 청년들의 공연이 그러했다.     


나의 두 발은 까를교를 딛고 있고 시원한 강바람이 뺨을 스쳐 지나간다. 뜨거운 햇볕은 들어가고 조금씩 노을이 지려 하고 있을 때, 마침 좋은 음악이 나의 귀를 적신다. 연주자들의 표정은 한없이 즐겁고 유쾌하다.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에너지가 전달될 만큼. 나는 음악에 취해 이들의 음반을 하나 구매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 날의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체코는 드보르작, 스메타나, 야나체크 등 유명한 작곡가를 배출한 국가인 만큼 일반 시민들의 음악적 재능을 믿어도 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다섯, 이 순간만큼은 프라하의 낭만에 흠뻑 빠져보는 거야


구시가지 광장에서.
까를교를 향해 걷는 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까를교 위에서 보는 프라하 성의 야경


이 순간을 위해 나는 프라하에 왔나 보다. 프라하 성에서 뿜어내는 화려한 불빛에 취하니 정신이 아득해져가는 듯 했다.


프라하의 야경은 유럽의 수많은 도시 중에 아름답기로 손꼽힌다. 프라하 성에서 내뿜는 화려한 불빛은 사람들로 하여금 감상에 젖게 하는 듯하다. 나는 특히 강에 반사되어 흔들리는 불빛을 좋아하는데,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작품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하나의 색이 아니라 조금씩 다른 색들의 조합이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고, 나 또한 카메라에 이 모습을 담았다가 눈에 담았다가를 반복했다. 배낭 여행자였기에 삼각대를 챙기지 못하여 흔들린 사진들이 많다는 게 참 슬펐다는 여담이다. 역시 가장 좋은 카메라는 우리의 눈이다.     


천천히 둘러봤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벤치에 앉아 조금 멀찌감치 야경을 다시 한번 감상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잔디밭에 젊은 청년 여럿이 둥글게 둘러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반복된 음과 조금씩 연주를 하는 걸로 봐선 그들은 작곡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반복되는 음이면 어떻겠는가. 진도가 나가지 않으면 어떻겠는가. 아름다운 풍경과 시원한 바람, 좋은 기타 소리와 노랫소리가 함께 하는 순간인데.


말이 통하지 않아 감사를 전하지 못했지만, 내게 멋진 선물을 준 이름 모를 체코의 청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프라하에서의 여행,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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