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모님이나 조부모님들, 스마트폰 정말 잘 쓰지 않나요?
카톡으로 가족 단체방에 매일 안부를 전하시고, 유튜브에서 건강 정보도 찾아보고, 심지어는 은행 앱으로 송금도 척척 하십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이제는 시니어 세대도 디지털에 완전히 적응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요?
스마트폰을 ‘잘 쓰는 것 처럼’보일 뿐 작은 버튼 하나 잘못 눌러 헤매고, 인증 절차에서 막히고, 화면 글씨가 잘 안보여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겉으로는 익숙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디지털 피로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이 시니어 세대의 현실입니다.
현재 한국 사회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2025년에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으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됐습니다. 이 수치는 단순히 ‘노인 인구가 늘어난다’라는 의미를 넘어 앞으로 디지털 서비스의 주요 사용자군에서 시니어의 비중이 급격히 커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023년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2020년 대비 56.4%에서 76.6%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만큼 65세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옛날보다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한다는 걸 알 수 있고 앞단에서 말한 디지털 서비스의 주요 사용자군에 시니어 비중이 커진다는걸 의미합니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노인의 67.2%가 정보화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즉,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시니어의 비중은 높지만 편리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겉으로 보기에는 ‘시니어도 이제 스마트폰을 잘 쓰는 시대’같지만, 실제로는 로그인에서 막히거나 작은 버튼을 잘못 눌러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많은 디자이너들은 앞단에서 말한 것처럼 ‘시니어도 이제 스마트폰을 잘 쓰지않을까? 굳이 별도의 UX/UI 기준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시니어만의 UXUI 기준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한 ‘디지털 적응’이 아닌, 노화라는 인간의 불가피한 변화 때문입니다.
아무리 디지털에 익숙해졌다고 해도 나이가 들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변화가 찾아옵니다. 젊을 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던 글자 크기, 버튼의 위치, 정보 처리 속도 등이 어느 순간 큰 장벽으로 다가 오는 것이죠. 실제로 다양한 의학 연구에서는 60대 이후부터는 시력, 청력, 인지 능력의 저하가 가속화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니어 세대가 디지털 서비스에서 불편을 겪는 이유는 단순히 ‘디지털 학습’에 대한게 아니라 노화로 인한 신체와 인지 능력 변화로 인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나타납니다.
1. 시력 저하 - 작은 글씨, 낮은 대비 색상 구분이 어렵습니다. 백내장 및 황반변성 등 노인성 안질환이 겹치면 화면 자체가 흐려 보일 수 있습니다.
2. 청력 저하 - 알림음이나 안내 음성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고주파 영역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합니다.
3. 운동 능력 저하 - 손가락의 미세한 조작이 어렵고, 작은 버튼이나 빠른 제스처는 실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4. 인지 속도 저하 - 새로운 UI 구조를 학습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 여러 단계를 기억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렇기에 시니어는 ‘디지털 학습’에 문제가 아닌, 기존의 UI가 이들의 신체적 변화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편을 겪는 것이라고 보는게 더 정확합니다. 젊은 층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글자 크기나 터치 조작이 시니어에는 큰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디지털 격차가 아니라 노화라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격차입니다. 그렇기에 시니어를 위한 UX/UI는 특수가 아닌 필연적으로 필요한 설계 원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니어를 위한 UX/UI 원칙은 사실 크게 복잡하거나 특별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평소 당연하게 생각하는 디자인의 기준에서 조금만 바꿔, 조금 더 크게! 단순하게! 느긋한 방향으로! 맞춰주는 것뿐입니다. 고령자 연구나 국제 접근성 가이드라인(이하 WCAG)에서도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인터랙티브 요소의 크기 및 간격 확보 (Size & Spacing of Controls)
나이가 들면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손이 떨리거나, 터치 정확도가 떨어지기도 하죠. 그런데 작은 버튼이 빽백하게 붙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 번 누를 때마다 잘못 눌러서 뒤로가고, 다시 앞으로 가고… 금세 피로감이 몰려오기 일수입니다.
그래서 시니어 UX/UI에서는 버튼이나 탭, 링크 같은 조작 가능한 영역을 넉넉하게 확보하는 게 기본입니다. 국제 접근성 기준에서는 최소 44픽셀(약 1cm) 크기의 터치 영역을 권장합니다. 버튼 사이도 적당히 띄워야 실수 입력을 줄일 수 있답니다!
시각적 명확성(Visual Clarity)
두번째로 시니어가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은 시력 저하입니다. 글자가 흐리게 보이거나, 색깔이 비슷하게 보여 구분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UX/UI에서 시각적 명확성은 무엇보다 정말 중요한 원칙입니다.
글자 크기는 기본 크기부터 넉넉히 설정하는 게 좋습니다. 확대 기능을 쓰지 않아도 읽히는 16포인트 이상의 글자가 이상적입니다. 그리고 색 대비 또한 중요한데요 흰 바탕에 연한 회색 글씨는 젊은 층에게는 세련돼 보일지 몰라도 시니어에게는 거의 안보이는 글씨입니다.
‘어떤가요? 젊은 층에서도 잘 보이는 글씨인가요?’
WCAG 기준으로는 텍스트와 배경의 대비 비율을 최소 4.5:1 이상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각적 구분 요소를 색상으로 주지 않는 것도 핵심입니다! 색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굵기, 아이콘, 패턴 등을 함께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지 부하 최소화 (Minimize Cognitive Load)
나이가 들면 기억력과 집중력, 인지력이 예전만 못해집니다. 화면에 정보가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면 어디부터 봐야 할지 혼란스러워지고 서비스 탐색이 길어 메뉴를 깊게 들어가면 길을 잃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시니어 세대를 위한 UX/UI는 단순한 구조로 설계하고 예측 가능한 흐름으로 구성해야합니다. 예를 들어 병원 예약 앱이라면 ‘진료과 선택 → 날짜 선택 → 시간 선택’ 정도로 단순하게 흐름을 구성하는 것이 복잡하지 않고 서비스를 무리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길고 복잡하게 여러 단계로 흩어져 있었다면 예약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었겠죠?
<단순한 정보 구조를 위한 최소한의 원칙>
- 메뉴 단계는 2~3단계 이내로 유지할 것
- 같은 위치, 같은 모양의 버튼은 항상 동일한 역할을 하도록 배치할 것
- 한 화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많아도 3~4개 정도로만 제한할 것
조작성 및 반응성(Operability & Responsiveness)
젊은 사용자에게는 빠른 속도의 애니메이션이나 짧은 제한 속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니어는 반응 속도가 느려지고 화면의 변화를 따라잡기가 힘들어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니어에게는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예를 들면 자동 로그아웃이나 입력 제한 시간은 최소 몇 분 이상 넉넉하게 준다던지 또는 복잡한 입력이 필요한 경우 임시저장 기능을 두어 중간에 끊겨도 이어서 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참여 디자인 / 사용자 중심 설계 (Participatory & User-Centered Design)
가장 중요한 마지막 원칙은 시니어를 ‘직접 참여’시켜 디자인을 검증한다는 점입니다. 그저 저희 젊은 층인 디자이너들의 추측만으로는 시니어의 실제 니즈나 문제점을 온전히 파악하고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기 설계 단계부터 시니어 사용자를 초대해 의견을 듣고, 반복적인 테스트 과정이 필요합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시니어가 직접 디자인 과정에 참여한 앱을 그렇지 않은 앱보다 사용 만족도 및 재사용 의도가 훨씬 높았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시니어 UX/UI의 핵심은 크고, 단순하고, 여유롭고, 사용자와 함게 설계하는! 이런 키워드를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많은 기업들이 시니어를 위한 원칙을 만들거나 서비스 및 기능을 제공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앞단에서 말씀드린 글자 크기, 간격, 색상, 메뉴, 서비스 흐름 등의 기준을 다 맞춘 시니어 맞춤 설정 옵션을 제공하여 시니어가 자신의 상황에 맞춰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시니어 UX/UI 원칙대로 잘 만들어졌을까? 앞서 원칙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원칙만 세운다고 해서 곧바로 좋은 UX/UI가 되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그 원칙이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는지, 제대로 시행이 됐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마지막 검증을 할려면 어떤 테스트를 진행해야할까요?
테스트를 위해서는 실제 시니어의 신체 및 인지 특성을 반영한 테스트 도구와 과정이 필요합니다.
1. 색상 대비 검사(Color Contrast Checkers)
색상 인지가 잘 되는지 대비를 확인해야합니다. 특히 푸른색 계열이나 비슷한 톤을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텍스트와 배경, 버튼과 배경이 충분히 대비가 되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때 사용하는 툴인 WebAIM이나 TPGi같은 접근성 검사 도구를 통해 화면의 색 조합을 입력하여 WCAG에 기준이 맞는지 수치화하여 자동으로 판정해줍니다.
2. 그레이스케일 테스트
이건 시니어뿐만 아니라 색약 또는 색맹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도 색 구분에 어려움이 존재하는데요. 그래서 화면을 흑백 모드(그레이스케일)로 전환하여 정보가 잘 구분되는지 확인하는 테스트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 노선도 앱에서 빨강/파랑/초록 선을 색깔만 표시하면 흑백 모드에선 비슷한 회색줄로 보여 비슷해보입니다. 그래서 단순 색상 구분뿐만아니라 선의 굵기, 패턴, 아이콘 등을 함께 사용해야 정보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습니다.
3. 사용자 관찰 테스트
제일 정확하고 확실한 테스트는 직접 시니어 사용자를 초대해 관찰하는 것입니다. 디자이너가 보기에는 완벽해 보이는 화면이겠지만 사실 실제 시니어가 써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막힐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 기반의 과제를 시니어에게 주고 지켜보면서 어디서 시간을 많이 쓰는지, 어디서 터치 오류가 발생하는지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를 모으면 단순히 편하다 또는 불편하다라는 주관적 느낌이 아니라 객관적인 수치로 편리한지 불편한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검증과 테스트 과정은 접근성 기준 및 원칙을 맞췄다라는 체크리스트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궁극적으로는 시니어가 실제로 편리한가? 덜 피곤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 등 자신감을 가지고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핵심 단계입니다. 실제 시니어의 경험을 눈으로 보고 수치로 기록하는 것이 바로 검증 과정의 본질입니다.
시니어를 위한 UX/UI는 특정 집단을 위한 특수한 배려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그만 시야를 넓혀 보면 결코 시니어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누구나 더 편리하게 쓰기 위한 디자인 철학인,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별도의 조정이나 특수 설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휠체어 경사로를 떠올려 보세요. 처음에는 장애인을 위해 설치된 시설이었지만, 실제로는 유모차를 미는 부모, 무거운 캐리어를 끄는 여행자, 다리가 불편한 노인 등 모두에게 유용합니다. 특정 집단을 위한 장치가 결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 이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입니다.
시니어 UX/UI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씨를 크게 만드는 것은 단지 노안이 있는 시니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작은 화면으로 문서를 보거나 지하철같은 흔들리는 상황에서 휴대폰을 보는 직장인에게도 유용합니다. 메뉴 구조를 단순하게 하는 것도 인지 속도가 느린 시니어만을 위한 것이 아닌 바쁜 시간에 빠르게 원하는 기능을 찾아야하는 젊은 사용자에게도 편리합니다.
즉, 시니어 UX/UI는 특별한 경우에만 필요한 디자인이 아니라 사실은 모두에게 필요한 기본 원칙일지 모릅니다. 시니어를 고려하는 과정은 곧 우리 모두를 더 편리하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로 ‘포용(inclusive)’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정 연령이나 특정 능력 수준의 사용자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능한 많은 사람이 추가적인 도움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 디지털 시대에서 진정한 포용을 하는 디자인이며,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인 기준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제 고령화가 먼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되었습니다. 주변 부모님 또는 조부모님도 매일같이 스마트폰을 쓰지만, 작은 버튼에서 헤매거나 글씨가 잘 안 보여 답답해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이 생활의 필수가 된 지금, 이런 불편함 때문에 포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특별하지 않습니다. 말씀드린 것 처럼 글자를 조금 더 크게, 화면을 조금 더 단순하게, 조작에 시간을 더 주고 무엇보다 실제 시니어의 목소리를 듣고 디자인을 고쳐 나가는 이 작은 변화만으로도 시니어는 훨씬 편안하게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시니어를 위한 변화가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말 처럼 시니어의 UXUI는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유용하고 편안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시니어 UX/UI는 그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가 아닌 결국 모두을 위한, 모두에게 편리한 디자인입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서비스들이 이러한 원칙과 기준을 지켜 만들어나간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그 누구나 자신 있게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은 글씨에 눈을 찡그리지 않아도 되고, 짧은 제한 시간에 서두르지 않아도 되며, 실수 한 번쯤은 넉넉히 품어주는 서비스. 그게 바로 앞으로 만들어져야할 시니어 서비스의 방향입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문
- 장래인구추계 ㅣ 통계청, 2023
- 2023년 노인실태조사 ㅣ 보건복지부, 2023
- Web Content Accessibility Guidelines (WCAG) 2.1 ㅣ W3C, 2018
- How WCAG Applies to Older Users ㅣ W3C WAI, 2010
- Design Guidelines of Mobile Apps for Older Adults ㅣ Gómez-Hernández et al., Frontiers in Digital Health, 2023
- Optimizing Mobile App Design for Older Adults: Participatory Design Approaches ㅣ Amouzadeh et al., 2025
- Usability for Older Adults: Challenges and Changes ㅣ Nielsen Norman Group,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