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필사 100(#252)
오직 창조한 사람들만이
사라지게 할 수 있다.
- 니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세상이 이미 정해놓은 기준에 기대어 판단합니다. 후기가 좋은 맛집은 맛있을 거라 믿고, 비싼 음식은 당연히 뛰어날 것이라 여깁니다. 이런 믿음 속에는 ‘생각의 부재’가 있습니다. 남이 정한 기준을 따라가는 사람은, 스스로의 미각조차 잃어버린 채 살아갑니다.
세상에서 말하는 ‘무조건 맛있는 음식’은 사실 레시피가 이미 완성된, 안전한 영역의 음식입니다. 창조가 필요 없는 곳이죠. 반면, 진정한 창조의 요리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생각의 길을 걷는 행위입니다. 비싼 음식이 단순히 재료값 때문이 아닌 이유는, 그 속에 ‘창조의 시간’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레시피를 지우고, 생각 위에 다시 생각을 쌓아 올린 흔적이 그 맛에 배어 있습니다.
오마카세 요리가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것은 기존의 레시피를 재현하는 요리가 아니라, 그날의 계절감과 감정을 담아 새롭게 창조되는 즉흥의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한식, 양식, 일식, 중식의 경계를 허물고 통합의 미학을 펼치는 셰프의 손끝에는, ‘사라짐과 창조’의 순환이 깃들어 있습니다.
흑백요리사의 요리가 극찬을 받았던 이유 역시 같습니다. 그들은 기존의 맛의 법칙을 넘어 새로운 조합을 시도했고, 세상에 없던 맛을 만들어냈습니다. 창조는 기존 레시피를 사라지게 한 후에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창조란 단지 새로운 것을 만드는 행위가 아닙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용기’의 다른 이름입니다. 오직 창조한 사람만이 사라지게 할 수 있다. 그것이 인생에서도, 예술에서도, 진정한 자유의 시작이다.
창조자는 이전의 규칙을 모두 파괴하고 지운다.
그들은 모든 경계를 지우고 그 위에 선 사람이다.
- 김종원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