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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집짓기1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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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한무 Oct 30. 2022

땅을 구입하다

그날도 습관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토지 매물을 둘러보고 있던 중이었다. LH 홈페이지에 들어가 토지 분양 공고를 살펴보는데 경기지역본부 용지 분양 공고가 눈에 띄었다. 경기지역 전체에서 조성사업을 하고 남은 자투리 땅이나 분양받은 사람이 사정상 반납한 땅 등을 모아서 분양하는 공고였다. 용인의 한 택지지구 단독주택용지를 발견하고 눈이 번쩍 뜨였다. 1년 전쯤 토지 매물을 보러 가본 적이 있는 택지지구였다. 처음 그곳을 방문했을 때 산으로 둘러싸여 초록이 풍성한 모습을 보고 “와~ 아파트 단지 사이에 이런 데가 있네?”하며 감탄했던 기억이 났다. 녹지가 풍부하고 공기도 좋고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세대수가 작은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보류했었다. 이왕 집을 지을 거라면 대규모 택지지구에 집을 짓고 싶었다. 택지지구가 이름이 있고 규모가 커야 추후 매매에도 유리할 것 같았다.


그렇게 흘려보냈던 지역이었는데 1년 여가 지난 후 분양공고에서 다시 그곳을 발견하고는 마음이 동했다. 그 지역을 꺼렸던 이유가 시간이 지나면서 떨어져 나가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조건만 남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땅을 알아보게 된 것이리라.


토지 분양은 예약금을 넣고 신청을 한 사람 중에서 추첨하는 방식이었고 신청일 마감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인터넷에서 매물 확인 후 회사에 있는 남편과 전화로 상의하고 바로 차를 몰아 그 땅으로 가보았다. 운전을 하며 가는 중, 땅을 아직 보기도 전인데 어쩐지 그 땅이 우리 집이 지어질 곳 일거라는 마음이 들었다. 땅을 보러 다니던 지난 시간이 주르륵 지나갔다.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마침내 준비된 땅에 이르렀다는 안도와 감사의 눈물. 핸들을 잡은 채로 울면서 갔다. 땅도 보기 전인 데다, 추첨을 통해 당첨이 돼야 우리 땅이 되는 건데 눈물이라니, 앞서가도 너무 앞서간 게 아닌가? 그러나 땅을 보러 가는 차 안에서 어쩐지 내 마음은 '드디어 찾았구나'라는 감사와 기쁨으로 가득 찼다.


푸릇푸릇한 산속에 폭 안긴 작은 마을이 여전한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무 개 정도의 필지가 있는 작은 구역에, 집이 대 여섯 채 지어져 있었다. 그중 우리가 신청할 땅은 초입에 있는 땅이었다. 땅을 둘러보는 데 우리 땅을 찾았다는 흥분으로 진정이 안 되고 마음이 떨렸다. 동남향의 사다리꼴 모양의 땅이고 한쪽으로 도로가 면해 있고 삼면으로는 이웃집 땅이 면해 있다. 아파트 단지 옆에 있어 학교와 편의시설, 버스 정류장이 가까워 큰 불편이 없고, 산을 옆에 끼고 있는 점은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가격도 우리 예산과 얼추 맞았고 남편 회사에서도 차로 30분 내로 출퇴근이 가능했다. 초면에 몰라 뵈었던 그 마을의 그 땅은 우리 외에 신청자가 없어 결국 우리 땅이 되었다. 집 짓기를 결심하고 나서 2년여 만에 땅 찾아 삼만리의 여정이 마침내 마무리되고. 땅을 찾으러 다니며 집 짓기는 안개 속이었는데, 땅을 사니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었다. 희미했던 일도 때가 되면 늘 어떤 길로 좁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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