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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삭한 주노씨 Apr 26. 2022

실패를 거울삼아 또 실패하는 연애

50대가 되어 느낀 이별의 소회

코로나가 막 창궐하던 2년전 2020년, 10년 주기인 사주 대운(46~55세)에 10대 이후 처음으로 결혼운(=정재)이 들었다. 그 10년 대운 중 경자년이던 그 해엔 연운까지 결혼운이 들었다. 게다가 그 해 봄, 월에도 결혼운이 들었었다. 내심 ‘이번 달에 걸리기만 해라, 난 간다’며 벼르자마자 그녀를 만났다. 코로나로 회사를 그만두게 된 띠동갑을 가뿐히 넘은, 무쌍에 예쁘고 건강해 보여 좋았지만 무엇보다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이 맘에 들었다. 한 달간의 탐색과 썸ing을 통해 우린 ‘오늘부터 1일’을 하기로 했다.

우린 서로에게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예민한 내 성격을 눌러가며 최선을 다해 그녀에게 내 일상을 맞췄다. 여친과의 평화를 위해 여자사람 지인들의 연락처를 다 지우고 자주하던 인스타/페북을 멀리했다. 그저 빈둥대며 편안하고 행복하게 24시간 그녀와 시간을 탕진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그녀와 함께 하다 보니 독서, 브런치 글쓰기, 조용히 공상하기 등 혼자 있던 때 즐기던 대부분의 머리 쓰는 일상이 확 줄었다. 대신 청소와 목공 등 몸을 쓰며 매일 막걸리를 마시며 TV보기를 즐기는 시골장정의 삶으로 탈바꿈했다. 둘이 사랑할 때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끔 가지고 싶었지만 상대에게 미안한 것 같아 선뜻 실행에 옮기기 힘들었다. 사실 둘이 있는 시간이 좋다보니 굳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지 않았다.


무한루프 이별공식

설레고 짜릿한 연애초기의 시간을 최대한 지속해보려 의식적으로 노력했지만 반복경험이 주는 밋밋한 감정의 무두질은 여지없이 찾아왔다. 그녀에 대한 불만보다 바람빠진 타이어처럼 펴져 가는 내 일상이 답답했고, 주변 지인들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느낌들도 달갑진 않았다. 오랜기간 루틴처럼 진행됐던 잃어버린 라이프스타일이 슬슬 그리워졌다. 매우 익숙한 이별 패턴이다. 이전에도 대부분 이런 이유로 헤어진 거 같다.


이전의 실수나 실패를 거울삼아 우린 발전하고 성장한다. 연애 역시 실패의 경험이 축적되면 더 나은 관계를 위한 자양분이 될거라 흔히들 착각한다. 이별이란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다보면 언젠가 연애의 정답을 찾아 완전한 사랑을 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하지만 연애의 기술은 발전이나 혁신이란게 없어 보인다. 서로에게 실망하는 상황과 이유는 사람이 바뀌어도 매번 반복된다. 누군가와 어떤 이유로 헤어졌다면 다음 번 이별의 이유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변하지 않으니 상대방이 변할리 만무하고,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할만큼 성숙하지 못했고, 내 전부를 걸만큼 사랑하진 않는 것 같고, 체념하고 그러려니 지내기엔 우린 아직 법적으로 자유롭다.


‘편하게 살려면 혼자 사는 게 낫고, 행복하게 살려면 결혼해야 한다’는 신동엽 어록이 있다. ‘편한 사람이 이젠 좋아’란 말을 나 역시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는데, 행복하게 해줄 연인을 만나 편안한 결혼생활을 하는 건 그의 어록에 의하면 불가능해 보인다. 결혼만 하면 왠만하면 맞춰 지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결혼으로 가기까지의 길이 너무 험난하다. 정말 결혼해서 자식 낳고 이혼 안하고 사시는 이 세상 모든 부부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결혼 못하는 게 팔자소관?

난 정유일주 사주다. 60갑자 중 천을귀인이 있는 네 개 중 하나인 꽤 괜찮은 일주다. 총명하고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로 다재다능하고 수완도 좋아 재복이 있는, 무엇보다 처복이 좋은 일주다. 단점으론 재주를 믿고 남을 불신하다보니 항상 겸손해야 하고, 정유에 유금의 영향으로 결벽증과 강박증 그리고 도화살이 있는 정도? 뭐 도화살은 요즘같은 세상에선 매력으로 비춰질 수 있는 거니 나쁘지 않다. 참고로 같은 일주의 연예인으로는 오 마이 '아이유', 늘 유쾌한 '노홍철/안영미/박나래', 잘 생긴 '신성우/장동건' 등이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내 월주에 일주의 지지인 유와 충이 되는 묘가 있다(=기묘월주). 월지가 일지(둘 다 도화)와 부딪히다보니 결혼을 늦게해야 좋단 얘길 어릴 때부터 들었고, 눈만 높고 생각이 너무 많고 걱정이 앞서 쓸데없는 것까지 대비하는 피곤한 스타일이다. 그만큼 이전 커리어인 광고쟁이로서 역동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사고에 유리할 순 있었지만 어쨌든 결혼하기엔 까탈스런 사주다. 또한 식상(식신1상관2)과 재성(정재편재 1개씩) 인성(정인편인 1개씩)은 2개 이상인데 관성(남성에겐 명예, 권력, 자식 등과 관련)과 비겁(자존심, 체면, 허세, 추진력, 넓은 인맥 등으로 해석)이 전혀 없다보니 조직에 적합하지 않고 유명인이 되기 어렵고  자식이 없거나 자식복이 없을 수 있다. 참고로 일간에 정화를 가진 사람들은 따뜻하고 가정적이긴 하나 사회에 1도 영향력이 없는 잡기/잔재주에만 능숙한 운동권 사주에선 절대 볼 수 없는 사주란다(이효리 유재석은 유명하니 예외).


2년간 같은 사람과 짧게 한 번, 길게 한 번, 두 번의 이별을 극복하고 다시 시작한 연애가 결국 끝났다. 이전과는 다르게 둘 다 담담하고 차분하게 이별을 받아 들였다. 두 번의 이별이 가져다 준 학습효과로 잦은 다툼에도 화해의 기술이 업그레이드 되었지만, 내 안좋은 기질과 성격이 드러날 때마다 그녀는 한 번도 조용히 넘어가질 않았다. 둘 다 착한 사람인 걸 알지만 차분하고 성숙하지 않은 탓에 부족한 자신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기를 그저 상대방에게 바라기만 했다. 좋을 땐 한없이 좋다가 안 좋을때 온갖 독설로 온몸의 진액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을 느낄 정도의 감정전쟁을 벌이다 보니 우린 완전히 지쳤고 생존을 위해 서로의 행복을 바라며 작별을 고했다.


성향은 다르고 취향은 비슷해야

모든 건 내 문제고 나만 바뀌면 된다. 내가 성숙해야 성숙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딱 자기 수준에 맞는 사람을 만나는게 세상 이치다. 하지만 연애 스타일이나 ‘고렇게 생겨먹은’ 자신의 성격을 바꾼다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인상 좋고 착하고 소박한 여자가 날 좋아해 주면 무조건 결혼까지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이번 연애를 통해 내가 진짜 바라는 조건들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무엇보다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좋게 봐주고 참아줄 수 있는 사람, 이건 누구나 상대에겐 원하지만 스스로는 해내기 쉽지 않은 덕목이기도 하다. 대개 더 좋아하는 쪽이 그런 역할을 하는 편이긴 하나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폭발하던지 무턱대고 참다보면 가스라이팅의 피해자로 파멸에 이르기도 한다(ex.이은해 전남편).


나와 비슷한 성향보다는 확실히 반대되는 성향의 사람이 성공확률이 높아 보인다. 한 쪽이 유쾌하고 천친난만하고 급한 성품이면 상대방은 차분하고 신중한 게 좋다. 상대방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삶의 활력소를 주고 받는 상생의 관계다. '동상이몽 너는 내 운명'의 임창정과 그의 아내를 보고 있으면 정말 천생연분이란 생각이 든다.


성품과 성향은 정반대이지만 취향과 지적욕구는 비슷해야 좋다. 가정/문화/지역사회 측면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 아무래도 서로에게 좀더 관대할 것 같다. 비슷한 시대와 공간을 살아 온 4~50대 사람을 만나는게 상대적으로 유리해 보인다. 자식복이 없단 내 사주가 점점 현실화되어 가는 듯하다.


지난 달 2년간의 사회적 격리가 해제됐다. 코로나가 맺어준 인연도 함께 해제됐다.

높은 파도처럼 격앙된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서로를 추앙해가며 얻은 연애 백신 덕에

그녀도 나도 잔잔한 바다에 반짝이는 윤슬같은 찬란한 인연을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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