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10월 아기랑 삿포로 # 3
삿포로 역과 호텔 사이에는 그냥 지나치려야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널찍하게 펼쳐진 오도리 공원이 있었다.
이번 여행 내내 하루 빼고는 날씨가 정말 좋았는데, 공원에 앉아 가만히 햇볕과 바람만 즐기고 있어도 행복감이 차오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공원이 가까운 곳에 살긴 하지만 늘 바쁘게만 지내다 보니 이렇게 완벽한 날씨에 공원에서 노닥거리는 호사는 좀처럼 즐길 수 없었던 것 같다.
1. 오도리 공원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아이들은 참 자연을 좋아하는 것 같다. 바닥에 가까워서 그런지 땅바닥에서 재미있어 보이는 걸 잘도 찾아내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자연 현상이나 사물들도 감탄하며 지켜본다.
삿포로는 땅이 비옥해 농산물이 유명하다고 하던데, 공원 이곳저곳에서 옥수수와 과일 등을 간식으로 팔고 있었고 갑자기 등장한 옥수수맨에 콩이 마음을 빼앗겨 신나게 쫓아다니는 바람에 잡으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행사장 같은 곳에서 인형탈이 나타나면 울며 도망갔던 주제에 조금 컸다고 따라다니는 모습이라니 참 아이들이 자라는 건 순간이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콩은 너무 힘을 뺐는지 유모차에서 잠이 들어버렸고 우리 부부는 그 틈을 타 라면집에 들러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일본에 가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아이 먹을 메뉴를 고르기가 쉽지 않았던 것(라면과 초밥을 빼자 선택지가 확 줄어든 느낌이었다) 그리고 자리가 좁은 곳이 많다 보니 아이와 함께 다니려면 좀 눈치 보이는 상황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아마 현지인이라면 아이와 함께하기 적당한 곳도 많이 알겠지만 정보 없이 다니는 관광객으로서는 자주 느껴지는 불편함이었던 것 같다. 역시 한국이나 일본이나 아이 딸린 가족이 맘 편히 먹고 놀 수 있는 곳은 쇼핑몰뿐인가..!
아침부터 돌아다녀 피곤했던 나와 콩은 호텔에서 쉬고, 남편 혼자 근처 상점가에 들러 잠시 구경하고 온 후 노닥거리다가 들른 저녁식사 장소는 양고기 집이었다.
2. Arata Naru Bondz
칭기즈칸 양고기의 본고장인 만큼 예전에 삿포로를 방문했을 때도 맛집을 찾아서 먹었던 바, 가족과 함께 먹기 위해 인터넷에서 아이랑 다녀온 후기를 보고 미리 예약했다. 일본에서 고기를 먹다 보면 한국만큼 고기 연기를 완벽하게 잡아 주는 고깃집이 많지 않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데, 이곳은 그래도 심하지 않게 먹을 수 있는 편이었고 직원들이 매우 친절하게 응대해 주어 아이와도 불편 없이 먹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꽤 이곳저곳에서 칭기즈칸 스타일의 양고기를 먹어보았고 다른 메뉴들은 괜찮군 ~ 하며 먹었는데 마지막에 먹은 숄더랙이 킥! 두껍게 자른 편이라 굽는 데 유난히 오래 걸렸지만 이건 정말 맛있게 먹었다. 콩도 더 달라고 난리였는데 굽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추가주문은 하지 못하고 달래서 그냥 나오고 말았지만 지금도 생각나는 맛이다.
여행 둘째 날도 조용히 저물었고 내심 콩에게 조식당 외에는 다채로운 음식을 즐기게 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드는 밤이었다. 다음 날은 오타루에 가기로 했고, 콩이랑 외국에서 타는 첫 기차라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