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 남짓간의 예비엄마로서의 기간
작년 12 월부터 우리 부부는 계획임신에 돌입했고,
시도한지 단 3 번만에 아기가 찾아왔다.
다들 6개월에서 길게는 1 년은 잡아야 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던 터라 너무나도 의외였고, 더더욱 기뻤다.
2월 17일 임신 확정을 피검사를 통해 알게됐고 우리 부부는 얼싸안고 기뻐했다 .
2월 28일 작은 아기집을 보았고, 건강한 아기고 곧 볼 수 있기를 고대했다 .
다음 초음파 보기까지의 2주라는 시간이 얼마나 긴지 모르겠다 . 하루하루가 1주일 같았고 뱃속의 아기는 잘크고 있는건지 매일매일 궁금했다.
그동안 몸에 좋은 음식들 잘 챙겨먹고 간단한 산책도 하며, 나름 태교한다고 생각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아들일까 딸일까 궁금해하며 스노우 2세어플도 하며 누구를 닮았을지 궁금해하며, 아들이름과 딸이름을 생각해보며 행복한 나날을 그렸다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고 나서의 삶만 계획했었고 아기 용품은 뭐가 필요한지 검색하기에 바쁜 나날이었다.
임신 6주차 돌입했던 어느날 친정엄마께서 아직도 입덧이 없냐고 물으셨고, '응 없어 멀쩡한데? ' 라고 답했다. 맘 카페에 글을 올리니 입덧이 없는 사람도 간혹 있길래 그런가보다 했다
2022년 3 월 14 일
아기 심장 소리를 들으러 병원에 갔던 날,
신랑은 심장소리만 듣고 일정이 있었으나
충격적인 소식으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내 곁에 있어주었다.
초음파를 보시는 의사선생님이 아무말씀이 없으시다.
평소 말씀도 많고 쾌활하시고 친절한 성격인데, 엄청 심각한 표정으로 엄청 자세히 초음파만 들여다보신다.
내가 보기에도 아기집은 커져있는데 아기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보호자는 잠시 나가있으라고 했고, 신랑도 본인도 안좋은 예감을 직감했다.
질초음파까지 확인 후, 의사 선생님께서 안타깝게도 계류유산이라고 아기집은 있으나 아기가 크다가 성장을 멈춰버렸다고 말씀하셨다.
벌써 아기집도 찌그러지고 있는 상태라 당장이라도 소파술을 하는걸 권하셨고, 나는 어안이 벙벙하여 그러겠다고 했다.
모든건 순식간에 이뤄졌고 수술도 15분만에 끝났다.
2-3 주 간의 예비 엄마는 끝이 났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 유산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나는 혹시나 해서 아직 시댁에는 말씀을 드리지 않았고, 친한친구 두명과 친정부모님께만 알린 상태였다.
제일 친한친구는 상품권도 줬었는데, 내가 유산 소식을 알리며 돌려주겠다 하니, 미리 준거라고 생각한다며 몸조리나 잘하라고 위로해주었다. 참 듬직하고 사랑스러운 친구이다.
친정 부모님께 수술끝나고 링거를 맞으며 전화통화로 유산소식을 알렸다. 엄마는 너무 놀라셨고, 곧이어는 차분해지셔서 몸조리를 잘해야한다고 당부하셨다.
말하는데 눈물이 계속 흘러 베게를 다 적셨던 듯하다.
병원에서 나와서 약처방을 받는데 현기증이나서 바닥에 잠깐 쓰러져있었다. 신랑이 곧 차를 끌고 와서 차에 눕혀주었고, 집에 와서 미역국을 끓여 주었다.
처음으로 끓여준 신랑표 미역국, 맛있었다.
신랑은 본래 잡혀있던 저녁약속에서 원래 오늘 임신을 발표하려고 했으나 친한 사람 몇 한테만 유산 소식을 알렸고, 뭐라고 위로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위로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신랑은 자기 잘못인 것 같다고 미안해했고, 나 역시 마음이 아팠다.
나에게는 찾아올 것 같지 않았던 아픔, 나에게도 찾아오는 구나 싶었고, 트라우마 처럼 자리메겨질까봐 조금 겁도 났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이 또한 지나가리라' 를 믿으며, 언젠가 건강하고 이쁜 아기의 엄마가 되는 날이 있을거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