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우정의 상징
말도 안 된다. 내 친구들이 곧 출산을 한다. 적은 나이는 절대 아니지만, 교복 입던 시절부터 봐왔던 친구들이 출산을 한다는 건 여전히 생경한 경험이다. 30대 중반으로 넘어서면서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이 피부로 와닿는 경우가 많은데, 친구의 출산이야 말로 정말 생경하다. 물론 내가 출산할 때쯤엔 이 순간들이 어느새 흐릿해져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진 그렇다.
거의 20년 가까이 시간을 보낸 친구들인데, 공교롭게도 둘 다 24년 용띠맘이 되었다. 출산 일정이 한 달 정도 차이가 나긴 하지만, 계절이 비슷할 때 엄마가 되는 것이니 서로 의지도 많이 될 것이다. 사실 두 명 다 무던한 취향의 친구들인데 임신을 하니 전혀 다른 취향의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것 같았다. 그중 특히 입맛이 그랬다. 마라탕, 엽떡 등 자극적인걸 달고 사는 친구들이었는데, 마라의 'ㅁ'자도 생각이 안 나더란다. 너 내 친구 맞아?
1인분의 몸으로 살아도 무지하게 더웠던 올해 여름이었는데, 내 자신 말고도 또 다른 하나의 생명을 더한 친구들은 오죽했을까. 친구들을 위해 어떤 요리를 해줄까 고민하다, 새콤 알싸 하게 입맛을 돋워줄 닭냉채를 만들었다. 만드는 내내 에어컨 아래에서도 땀은 흘렀지만, 맛있게 먹을 두 명의 친구와 조카들 생각하면 충분히 흘릴만한 땀이었다.
이 레시피를 소개하기엔 날이 추워졌지만, 내년에도 여름은 있을 거고, 임산부 입맛에 계절 따윈 없는 거 다들 아시죠? 해그그의 첫 번째 레시피, '사랑과 우정의 상징, 닭냉채' 레시피 나갑니다.
재료 : 닭볶음탕용 닭 1마리, 양파 1/2개, 오이 1개, 당근 1/2개, 크래미 맛살 1/2팩
겨자 1큰술, 식초 6큰술, 간장 2큰술, 올리고당 4큰술, 설탕 2큰술, 굵은소금 1큰술
1. 닭볶음탕 용은 끓는 물에 넣고, 소금 2큰술과 함께 20분 정도 끓여줍니다.
2. 오이는 수저로 속을 파서 얇게 썰어주고, 당근, 양파는 채 썰어줍니다.
3. 양념장 재료 (간장 2, 식초 6, 올리고당 4, 설탕 2, 겨자 1)을 넣고 잘 섞어줍니다.
TIP
겨자는 진짜 정말 안 풀어지니, 수저로 살살 눌러가며 풀어주세요.
4. 20분간 잘 삶아진 닭은 식혔다가, 살코기만 발라내줍니다.
5. 큰 그릇에 발라낸 닭 살코기와 야채, 크리미까지 넣어 소스를 부어줍니다.
6. 골고루 잘 섞이도록 버무려줍니다.
사랑과 우정의 닭냉채 완성. 닭 살을 바르는 과정이 번거롭긴 했지만, 맛있게 먹어주는 두 명의 임산부 (실제로는 4명)를 보니 무척 보람찼다. 닭고기를 반정도 먹고, 소면을 삶아 무쳐먹으면 탄수까지 완벽 보충하게 되는 코스요리로 진화한다.
지금 두 명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엄마가 되었다. 오전에 보낸 메시지를 2시간, 4시간이 지나서야 답장하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미리 몸보신시켜 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구들에게 필요한 게 비단 체력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육아는 장비빨이라는 말처럼 분유 포트, 소독기, 체온계 등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게 많겠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내 응원과 마음을 전해본다. 친구들에게도 이 요리가 힘들었던 임신 기간 중 즐거웠던 식사가 되길 바라며, 맛깔난 닭냉채에 하나의 추억을 입히면서 오늘의 레시피 끝
* 해당 레시피는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youtube : https://www.youtube.com/watch?v=gY_quZVan_I&t=13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