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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주 Jan 24. 2024

최고의 메이트, R

퇴사 소식을 회사에 말할 준비를 끝마친 2022년 8월 31일.  

술은 마시지 않지만 술집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동네에 있는 작은 술집에서 R과 만났다.

여기서 잠깐. R을 소개한다.

R과는 2019년 직장 동료로 처음 만났다. 처음 본 순간부터 참 예의 바르고 굳건했던 사람.

1년 늦게 입사한 나는 업무 파트를 정할 때 때마침 내 적성에 맞는 업무를 맡고 있던 R의 팀을 선택하게 되었고 우리는 그렇게 여러 상황들을 거쳐 2021년까지 함께 일하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R은 2021년 6월 돌연 퇴사를 결정한다. 당시 일하고 있던 회사의 새 출발을 함께한 파트너로서 R의 퇴사 소식은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우리는 보내줘야만 했다. R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니까. 사실 나는 R에게 많은 의지를 하고 있던 터라 이후의 날들이 걱정되었지만 시간은 흐르고 인간은 적응을 한다. 그나마 R이 퇴사 전 같은 동네로 이사 온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는 직장 동료였던 것치곤 자주 만나 고된 회사 생활에 대한 한풀이(?)도 하고 각자의 삶도 나누며 여전히 좋은 관계를 쌓아가고 있었다. 아마도 우린 각자가 정한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꾸준히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다시 돌아와서.

안주가 맛있는 그 술집에서 나는 밀린 수다를 하며 퇴사를 결심했단 소식과 함께 제주 한 달 살기를 하려다 체코 여행을 추천받았다는 지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유럽 여행은 정말 가고 싶지만 영어도 못하는데 혼자 어떻게 하냐며,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이유를 늘어놓고 있으니 R이 말한다.

"은주 님, 괜찮으시다면 저랑 같이 가는 건 어때요?"

눈이 번쩍. 머리가 번쩍한다.

'나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당시 R은 일정 조율과 자유롭게 시간 활용이 가능한 프리랜서로 일하는 중이었고, 심지어 어느 정도의 영어 회화 실력과 유럽 여행 경험까지... 이렇게 최고의 파트너가 눈앞에 있었는데 그걸 못 알아보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ㅋ)

그렇게 나는 '퇴사 후 유럽여행 가기'의 주인공이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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