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계절을 담은 독일 밥상 6월: 크바크 Quark

by mig

드디어 날이 길어지는 독일의 6월. 가장 긴 햇살 아래 몸도 가벼워야 할 것만 같은 계절이다. 벌써부터 여름휴가를 준비하는 듯 어딘지 느슨해진 도시의 분위기, 푸르른 공원에서 불어오는 풀 내음, 밤 열 시까지 해가 환한 신선한 초여름 피크닉에 가장 잘 어울리는 건 담백하면서 조금은 시큼한, 크바크다.


독일에 본격적으로 살러 오기 전,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을 방문해 여름 한 달간 독일에 머물던 적이 있었다. 당시 나에게 가장 새로운 독일 음식은 돼지고기나 감자 요리가 아닌 바로 크바크(Quark)였다. 이 하얗고 꾸덕한 크림은 유제품이라면 질색하던 나의 관심을 끌었고 뒤이어는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나는 우유만 마셔도, 아니 우유가 조금 들어간 카푸치노만 마셔도 뱃속이 난리 나고 어지럼증까지 느끼는 심한 유당불내증이 있다. 가공된 상태인 치즈나 요거트는 웬만해서는 배가 아프지는 않지만 거의 평생 우유를 멀리하다 보니 크림이건 치즈건 우유에 뿌리를 둔 녀석들은 바라보기만 해도 아랫배가 꾸룩 대는 느낌이다. 하지만 독일 슈퍼마켓의 유제품 진열장은 외면하기에는 어마어마하게 컸다. 버터와 우유 그 사이 모든 가능한 것들이 넓은 스펙트럼처럼 펼쳐져 있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크바크를 보았다. 크바크 역시 발효 과정에서 유당이 거의 분해되어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도 속 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제품. 바닐라 맛이던가 체리 맛이었던가, 호기심이 유제품 거부감을 이겨 나는 결국 크바크 한 통을 집어 들고 말았다. 그리고 한 통을 싹싹 비웠다. 요거트보다도 맛있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면서.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mig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뮌헨 사는 사람. IT 회사 다니며 0세 아기 육아.,

28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5화계절을 담은 독일 밥상 5월: 라바바 Rhabar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