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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담은 독일 밥상 7월: 자두 Zwetschgen

뾰족한 보랏빛 싱그러움

by mig

독일에 살기 시작한 이후로 우리는 여름에 휴가를 가지 않는다. 7월과 8월은 뮌헨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계획 없이 발 닫는 대로 도시 어느 곳을 가도 즐거운 행사가 열리고 있고, 밤 아홉 시가 넘어서도 푸른 하늘과 밝은 햇빛이 가득해 집에 들어가기 왠지 아쉬워지는 독일의 여름. 대체적인 휴가철이라 일도 왠지 쉬엄쉬엄, 태양이 가장 길게 머무는 계절의 정점인 7월은 호수와 산, 비어가든 등 야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슬며시 고개를 드는 반가운 보랏빛 친구가 나타난다. 7월 즈음부터 제철인 과일, 짙은 푸른색 보랏빛의 자두인 츠베치게(Zwetschge)이다.


처음에는 내가 알고 있는 자두와 다른 이 과일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한국에서 우리가 자두라 부르는 붉은빛 자두 역시 이곳에 있지만 마트에서부터 일상에서 훨씬 더 흔하게 보이는 것은 짙은 보랏빛 또는 푸른빛이 도는 껍질을 가진 자두다. 플라우메 (Pflaume)냐 츠베치게 (Zwetschge)냐, 이 차이가 무엇이냐 하는 질문은 독일인들에게도 난제이다. 결론은 둘 다 비슷한 자두의 다른 종을 나타내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고, 지역 간 명칭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 북독일에서는 츠베치게라는 이름을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독일에 온 뒤에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쭉 남독일인 바이에른 주, 그중에서도 오버바이에른 지역에서만 살다 보니 은연중에 내가 체득하고 사용하는 표현이나 단어들이 이쪽 지방에서만 쓰인다는 걸 문득 알게 될 때가 있다. 본격 사투리라고까지 하긴 그렇지만 다른 지방에서는 다른 단어를 쓴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될 때면 그래도 독일 내에서 나의 정체성을 만든 건 뮌헨과 남독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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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사는 사람. IT 회사 다니며 0세 아기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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