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나운서' 떼고, '다시, 나로' 홀로 서기 위한 자발적 방황기
"KBS 퇴사 후, 더 행복하세요?"
생각도 못했던 PD님의 질문
그러나 나는 망설이지 않고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답했다
지금 나는 '김한별'로 살고 있고,
뉴미디어 세상에서는 '스타킴'으로 살면서
'다시, 나로' 살 수 있어서 행복하다 말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자신 있게 나온 '행복하다'는 대답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잘 살고 있었고
잘 가고 있었다
남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살아온 지난 15년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질문 하나를 던지기 위해
수많은 책과 자료를 읽으며
인터뷰이과, 시청자, 내가 듣고 싶은 질문을
추리고, 정리하며 고민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질문도
상대가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그냥 사라져 버릴지도 몰랐다
제대로 된 질문은 늘 어려웠다
그랬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했고
질문 하나에도 흐름과 의미에 맞게
생명력을 부여해야만 했다
모든 방송은 질문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질문은 중요했고, 어려웠다
KBS 퇴사 후,
늘 질문을 하던 내가
질문을 받는 입장이 되었다
감사하게도 나의 생각과
선택의 이유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신문과 방송, 유튜브를 통해
내 생각을 말할 기회들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질문을 하다가
직접 질문을 받아보니,
이 분들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고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지를 알 것 같아
너무 감사했고, 그 시간이 소중했다
신기한 부분은 또 있었다
내가 질문을 하면서도
'이 건 편집되겠고, 이 건 살려야겠네'
편집의 권한이 나에게 없는 방송에서도
진행자는 PD 마인드로 흐름을 읽어야 했다
반대로 나에게 질문을 하는 그들도
나에 대해 그런 것들이 보였나 보다
"이 얘기는 참 좋네요"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에서
뾰족한 무언가를 발견하는 그들의 반응
어쩌면 나보다도
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보는 그들
나는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는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는 것들을 많이 발견했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과 나에게 원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었다
나는 그 차이를 발견할 때마다 짜릿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열이면 열, 그들의 판단이 옳았다
나는 나에게 객관적일 수 없었다
"선배, IT 유튜버 좀 해주면 안 돼요?"
아나운서 출신의 유튜버가
어떤 제품에 대해, 각 잡고, 제대로 설명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후배들의 얘기
나도 너무 좋아하는 장르이지만
누가 시켜주기나 하나?
IT 유튜버는 아무나 하나?
하지만 그들은 꾸준히 얘기했다
평소에 좋아하던 IT 유튜버
'방구석 리뷰룸'에 출연해서,
애플 제품과 마인드 맵 애플리케이션 활용법을
설명한 인터뷰가 있었을 때도 그랬다
아나운서 활동을 하면서
시간 관리, 그리고 원고 암기나 스피치를 위해
여러 도구들로 시각화하고 효율화했다
어쩌면 나에게는 너무 당연한 그 경험을
누군가는 너무나 신기해하는 경험
나는 오히려 신기해하는 그들이 신기했다
나에게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가 될 수 있음을
그 경험을 통해 확인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남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 사이에서의 고민
크리에이터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일 것
이야기를 만들고,
누군가의 선택을 받는 과정에서
늘 나를 따라다니는 숙제였다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를 연결하는 커뮤니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