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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킴 starkim Mar 16. 2018

아빠 육아, 해보기 전엔 절대 모른다

오랜만에 회사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 회사에서 제일 바쁘던 놈이 집에서 육아만 하면 따분해서 어떻게 해?”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육아가 따분하다고요?’ 

물론 티를 내진 않았다. 그래도 걱정해서 전화한 선배에게 그런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 그저 ‘가끔 회사 가고 싶기는 하다’고 전화를 끊었다. 선배는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육아는 따분할 것이다.’ 육아를 안 해 본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육아가 따분하다니. 물론,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선배의 잘못이 아니다. 선배는 제대로 된 육아를 경험하지 못했을 뿐이다. 육아휴직을 결정하고 인사를 나눌 때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푹 쉬다 와라.” 

쉬다 오라니. 육아를 정말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소리다. 육아는 그렇게 여유 있고, 따분한 일이 아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된 일이다. 시종일관 신경은 온통 아이에게 가 있어야 한다. 밥 먹을 때도, 집안일을 할 때도, 화장실에 갈 때도, 심지어 아이가 자는 순간에도 말이다. 등에서 너무 조용하게 잘 자도 신경이 쓰인다. 

‘숨은 잘 쉬고 있겠지?’ 

24시간이 모자란다. 출근은 있지만, 퇴근은 없다. 자는 시간에도 일한다. 마치 해야 하는 업무를 침대에 앉고 자는 기분이다. 신호가 오면 바로 일어나 반사적으로 업무를 해야 한다. 끝도 없이 계속되는 특근이자 야근, 철야 근무. 그래서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다. 아이의 작은 움직임에도 반응하게 된다. 아이는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 걱정을 줄여야 하는데, 불안감을 느끼지 않아야 하는데.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잠을 얕게 자고 쪼개서 자기에, 늘 피곤하다. 직접 해 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고충이다. 


24시간이 모자란다. 육아에 출근은 있지만, 퇴근은 없다.



‘육아가 따분하다고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선배는 진심으로 날 걱정해주고 있었다.



육아휴직 전,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육아하다 보면 아마 출근하고 싶을 거다.” 

지금 떠올려보면 선배는 가끔 일부러 회식이나 야근을 만들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당일 갑자기 회식을 만들었다. 출근은 빨랐지만, 퇴근은 늘 늦었다. 저녁 뉴스를 진행하는 나보다 더 늦게 퇴근하곤 했다. 퇴근 시간이 훨씬 지나서도 회사에 있는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님 집에 안 가세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선배는 말했다. 

“집에 가면 애 봐야 하잖아? 회사에서 좀 버티다 가지 뭐.” 

이제야 선배의 웃음이 어떤 의미였는지 알 것 같다. 회사 일도 육아도 모두 해 본 관점에서 말하자면 육아는 회사업무보다 힘들다. 훨씬 힘들다. 육체적으로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더 힘들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 육아에 대한 인식은 집에서 애와 함께 노는 일, 쉬는 일 정도로 생각한다. 육아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육아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아빠도 꼭 육아를 해봐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육아에는 직접 하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 영역이 존재한다. 해 보지 않고는 절대 상상할 수 없지만, 막상 해 보면 또 여러 가지가 보이는 것이 바로 육아다. 육아와 집안일은 티 나지 않는 작은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다. 말로 설명하기도 모호한 것들. 그래서 직접 해 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 당사자에게는 무엇보다 어렵고 중요한 고민이다. ‘뭐 그런 걸 가지고’라는 말을 듣기 딱 좋은, 하고 나면 정말 별것 아닌 것 같은 일상 속 어려움. 하지만 직접 해 보면 하루하루가 부담이고, 티도 안 나는 일들이 지겹도록 반복된다. ‘잘해 봐야 본전’인 집안일처럼 잘한다고 칭찬받기는 어렵지만, 못했다고 핀잔 듣기는 딱 좋은, 육아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난 주변 남성들에게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남성들에게 육아휴직은 꼭 필요하다. 해 봐야 알기에, 아는 만큼 보이기에. 육아휴직을 하며 몸소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가족을 더욱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 지금 난 매우 진지하다.


해 보지 않고는 절대 상상할 수 없지만, 막상 해 보면 또 여러 가지가 보이는 것이 바로 육아다.



잘한다고 칭찬받기는 어렵지만, 
못했다고 핀잔 듣기는 딱 좋은, 
육아는 그런 것이다.
아빠들도 꼭 해봐야
엄마를, 가족을 이해할 수 있다.






<라테파파> KBS 김한별 아운서 육아대디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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