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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소대나무 Aug 15. 2024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익숙한 것을 비워낼 때 창의가 솟는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곤도 마리에는 일갈했다. 지금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결국 쌓이게 되고, 내 삶을 잠식한다.  


일본 시골 평범한 주부에서 ‘정리 기술’ 하나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와 동명의 서적, 그리고 세계 제1호 정리전문가로서 명망을 떨치고 있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이유는 명확하다. 언젠가 사용하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묵은 물건들은 제 가치를 하지 못하고 창고 한구석에 장시간 잠을 자게 된다.      


중구난방으로 쌓은 물건은 내 공간만 제약하는 것은 아니다. 공간의 제약은 행동을 제약하고, 이는 결국 생각의 테두리마저 제한하게 된다. 주변 사물이 정리정돈 되어 있을 때, 내 공간에 여백이 존재할 때 창의와 상상이 피어오른다.     


한편, 묵은 것들과의 이별은 나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김영하 작가는 ‘여행의 이유’라는 에세이에서 자신의 감추고 싶은 습관과 나쁜 생각까지도 알고 있는 익숙한 물건, 공간들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집안을 둘러보면 적게는 몇 년부터 길게는 십 년이 넘어가는 세월을 지킨 묵은 물건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고 있을 터, 이들과 과감히 헤어지는 것이 내 삶에 새로운 생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내 친구, 아내보다도 어쩌면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수 있는 그 물건들은 들리지 않는 주파수로 나의 흉을 보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한편,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비워내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 한정된 공간에 여러 물건을 쌓아두게 되면 결국 새롭고 진귀한 물건을 들일 공간이 없게 된다.    




정서적인 부분에도 공히 적용된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마음이 꽉 차 있는 경우 새로운 꿈을 키우거나 희망을 생각기가 어렵다. 이럴 땐 차라리 펑펑 울어버리거나 꽉꽉 소리를 질러 맘 속 응어리를 소멸시키는 게 답일 수 있다.     


한차례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생명은 움을 틔워낸다.


버려라. 설레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는 묵은 것이 있다면 과감히 이별을 고하라.      


언젠가 사용하게 되겠지, 하는 생각하는 당신, 그 물건의 존재를 잊고 새로 사게 될 것이 자명하다.      

물건을 쌓아두지 말라. 그만큼 당신의 행동과 생각에 제약이 생긴다.      


비워낸 곳에 새로운 것이 자란다. 희망도, 꿈도, 자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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