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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첩의사 Aug 14. 2024

바나나우유 = 1번 치료 약.









바나나우유 = 1번 치료 약.





1.


가방 안에서 검정 비닐봉지를 주섬 꺼낸다. 봉지 안에는 바나나우유가 세 개 들어있다. 빨대와 함께 가지런히 담겨 있다. 편의점에서 쉽게 보이는 바나나우유와 전혀 다르게 보인다. 하나하나 모두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 듬뿍 묻어있는 바나나우유다. 


이틀 전 내가 말했다.


 "아이가 잘 먹는 것 있을까요?

 좋아하는 것이요?"


단 1초도 지나지 않아서 바로 엄마는 말한다.


"바나나우유 좋아해요!"



지난 10여 일간 인공호흡기, 입에 관을 꽂은 채 지내다가 상태가 호전되어 관을 제거하였다. 아직 목이 부어있어 기침도 원할지 않고, 물도 삼키기 힘든 상태이다. 그러나 조금씩 아이는 힘을 내기 시작하고 있다. 옆에서 격려해 주는 의료진을 따라 스스로 기침을 조금씩 하려 한다. 

이렇게 하루 이틀 아이가 노력하면 입으로도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예측되었다. 아직 10대 후반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이, 어린이로 보인다. 아이에게는 무엇보다 본인만의 최애 음식, 먹는 것이 있을 것이다. 아직 정신이 혼미한 아이이기에 엄마에게 물어보면 가장 정확하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는 뭐가 있을까요?"


이렇게 해서 검정 봉지 안에 바나나우유가 들어있는 이유다. 




2.



 피가 계속 들어간다.


몸에 꽂힌 여러 관들을 통해 새빨간 피가 쉼 없이 들어간다. 혈장 성분이 포함된 노란색 액체 혈액도 함께 들어간다. 온몸에 피를 쏟아 넣어도 혈압이 계속 떨어진다. 이상하다. 분명 가슴, 배 안에는 피가 날 부위는 없고, 여기저기 골절된 부위에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들어가는 수액과 혈액을 감안해도 너무 혈압이 낮다. 골절된 뼈 이름만 해도 한 손으로 부족하다면, 분명 그 뼈 사이사이에서 나는 피가 엄청난 것이 당연하다. 


골절 수술도 급하지만, 무엇보다 혈압을 올려야 한다.

모니터에 보이는 환자 혈압, 심박수도 널뛰지만, 바라보고 있는 내 마음도 함께 조마조마하다. 심장은 뛰고 조마조마하지만, 얼굴 표정과 말은 절대로 내색하면 안 된다. 혀를 살짝 깨물며, 침착하게 혈액 처방, 그리고 환자에게 해줄 하나라도 더 처치를 생각한다. 


보호자를 불렀다.

환자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말한다. 


'위험...'

이렇게 말하려다가 마음속으로 취소하였다.



"잠시 혈압이 낮습니다. 

수혈을 계속하고 있으나 혈압이 변동성이 심합니다.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다시 환자 옆에서 피를 짜주었다.

피도 주고 할 수 있는 모든 약물, 주사 등 모든 것을 해주었다. 


엄마가 사 온 바나나우유를 조금씩 빨아먹는 아이를 보고 있다.

지금은 이렇게 최애 우유도 조금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지만, 이전 상황은 암담 그 자체였다. 바나나우유를 힘겹게 먹는 아이 모습을 보니, 지난 십여 일간 고생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아이야! 바나나우유 먹고 힘내려!

 너에게는 그 빨간 혈액이 치료 약이 아니라 바나나우유가 치료 약이지?


 엄마표 바나나우유가 1번 치료 약이야!'


3.



OO야~!  

잘 퇴원해!  

축하해! 



바나나우유 많이 먹고, 더 건강해지렴! 



퇴원하는 날 나는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아직 100% 회복은 아니기에, 전원 병원, 재활병원으로 옮겨 더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 바바나 우유뿐 아니라 밥도 잘 먹고, 더 건강해졌다.

온몸에 달린 수많은 관들은 다 빼고 입으로 먹는 밥, 그리고 알약만이 치료 약이다. 건강해졌다. 



수많이 치료 약들이 있다.

감기에 걸려 약국, 때로는 편의점에서 쉽게 구하는 타이레놀부터, 각종 약들이 있다. 누군가는 감기를 가르쳐 '약 먹으면 일주일, 약 안 먹으로 7일이 치료 기간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약은 절대적 치료에 역할을 해주기도 하지만, 약 이외 또 다른 것이 치료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약.

그리고 바나나우유.

엄마가 검정 봉지에 고이 고이 담아서 온 바나나우유. 

https://blog.naver.com/mdearnest/223266573737



경첩의사는 생각한다.

치료의 반은 보호자 몫.

정성, 사랑이 함께 담긴 바나나우유가 환자에게 더 중요한 치료 약이 된다.

물론 그 이전에 환자, 보호자, 의료진 모두 같은 마음으로 치료해야 한다. 



갑자기 바나나우유가 먹고 싶어지는 이 마음은^^



바나나우유는 엄마의 사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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