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 Devday 2025의 샘알트먼 발표를 보며, 프레젠테이션을 정말 잘한다고 느껴졌습니다. 한때 발표하면 스티브잡스였는데, 이제는 샘알트먼이라고 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요. 저의 발표 추구미도 샘 알트먼에 가깝습니다.
샘 알트먼의 발표를 보며, 예전에 봤던 '와이컴비네이터'의 프레젠테이션 가이드 관련 글이 떠올랐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역시 한때 와이컴비네티어의 대표였던 샘알트먼이 이 가이드를 아주 모범적으로 수행하고 있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확하고, 흥미롭고, 정보를 주고, 기억에 남는 4가지 요소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발표자의 말의 속도, 제스처 같은 테크닉 요소들도 포함해서요.
저도 다시 공부할겸 관련 글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습니다. 발표로 고민이 있으신 분이 계시다면 아래 내용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Y Combinator 'A Guide to Demo Day Presentations'
(중간중간 파란색 글씨는 제 생각입니다)
1. 발표의 본질
데모데이 발표는 단순히 제품 설명이 아니라 스토리입니다. 창업자들이 핵심 메시지·기회·제품을 정리하는 계기인 것이죠. 좋은 발표는 반드시 4가지 요소는 가지고 있습니다.
명확성(Clarity): 쉽고 분명하게 전달된다.
흥미(Excitement): 기회가 매력적이어서 주의를 끈다.
정보성(Informative): 청중이 몰랐던 것을 새로 배운다.
기억성(Memorable): 발표 후에도 '어떤 팀이 무엇을 했는지' 떠오른다.
2. 척추(Vertebrae) = 핵심 포인트
청중은 보통 3~4개의 핵심 포인트만 기억합니다. 이 3~4개의 포인트가 발표의 ‘척추(Vertebrae)’가 됩니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떠올려보세요. 1개만 잘 기억하게 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스토리 정리를 위한 질문 4가지(소크라테스식 질문)
① 무엇을, 누구를 위해 만드는가?
② 왜 지금까지 아무도 못 했는가?
③ 왜 우리가 해낼 수 있는가?
④ 왜 지금이 기회인가?
소크라테스식 질문법은 질문자가 답을 가지고 다그치면서 답을 따라오도록 강요하는 게 아니라, 듣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답을 자각할 수 있도록 하는 기법을 의미합니다. 스타트업 발표 상황에 대입해본다면 창업자가 '이 아이디어가 왜 좋은가'를 주입하듯 설명하는 것 대신, 듣는 사람이 스스로 '그렇네, 이건 필요하겠다'라고 느끼도록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이 소크라테스식 질문법을 정말 잘 사용하는 한국 창업자 중 한분이 토스 이승건 대표라고 생각합니다. 이승건 대표의 발표를 듣다보면, 그 문제가 마치 내 일인 것처럼 공감하게 되고, 제 스스로 해결책을 상상해보게 되고, 그가 내리는 결론에 저도 자연스레 설득이 됩니다. 이승건 대표를 추구미로 삼는다면 이 영상을 추천합니다.
3. 청중(The Audience)
최고의 발표자는 매혹적·정보적·도발적이며 때론 유머러스합니다. 최악은 어색·난해·지루한 발표자이죠. 많은 투자자들은 보통 즉시 튕귑니다. 그리고 싫어할 대상을 먼저 고릅니다. 한번더 봐야할 기업과 그럴 필요가 없는 기없을 곧바로 결정합니다. 즉, 투자자의 1차 목표는 '대화할 필요 없는 팀'을 솎아내는 것. 그다음 '반드시 만나야 할 팀'을 생각합니다.
따라서 '무시할 수 없는 팀'이라는 인상을 주는 게 중요합니다. '놓치면 큰일 난다는 두려움(Fear of Missing Out)'을 일으키는 거죠. 마치 '이 팀을 놓치면 다음 Airbnb를 놓치는 것일지 모른다'는 감각을 들게 하면, 투자자와의 후속 미팅을 이끕니다.
4. 발표 구성(Presentation Organization)
발표 기본 구조는 보통 다음 규칙을 따릅니다.
① 인트로 → ② 문제 → ③ 제품·고객 → ④ 시장기회 → ⑤ 성장(트랙션) → ⑥ 팀 → ⑦ 결론.
* Don’t bury the lead란 말이 있습니다. 강력한 트랙션을 끌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면 맨 앞에 제시해주세요.(연매출 50억, 흑자 같은 리드는 첫 슬라이드에서 터뜨려 관객을 사로잡기)
5. 인트로(The Introduction)
인트로는 엘리베이터 피치처럼 짧고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왜 하는지'를 첫 문장에서 바로 말하는 것이죠. 모호한 인트로보다 직관적 문장이 낫습니다. (예: 우리는 집까지 식료품을 배달합니다.)
“차세대 AI 기반 식료품 니즈 해결사” 같은 모호한 마케팅 문구는 금물입니다.
우리 회사 한줄 소개 기법 중에서, We are X for Y 기법을 쓰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X는 누구나 알만한 비교군 기업을 넣구요. Y는 우리 고객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We are Uber for Pets라고 해볼 수 있겠죠. 듣는 사람이 빠르게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떠올리게 할 수 있어 좋습니다.
6. 풀고자 하는 문제(The Problem You Are Solving)
대부분의 경우 제품이 푸는 핵심 문제를 짧게 청중에게 인지시켜야 합니다. 다만 문제를 설명하는 게 발표의 절반을 차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합니다. 문제를 공감시키고 해결책으로 신속히 전환하는 게 중요합니다.
청중이 ‘이건 내 문제다’라고 느끼게 해주면 제일 좋습니다. 최근 이런 문제를 겪은 적 있으신가요?, 당신의 팀은 이 문제에 얼마나 시간을 쓰고 있나요?, 이 시장의 고객들이 가장 자주 불평하는 지점은 뭘까요?라고 묻는 질문 하나가 청중의 공감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7. 제품과 고객(The Product and the Customer)
우리는 무엇을 만들며 누가 고객인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야합니다. 라이브 데모(영상)를 넣는 경우도 있는데, 요즘 데모데이에서는 오히려 짧고 명확한 설명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습니다. 제품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가치를 만드는지를 빠르고 분명하게 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8. 기회 요소(The Opportunity)
TAM(전체 시장)로 시장의 기회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바텀업(구체적 계산)이 탑다운(거대 시장 숫자→1%만 먹자)보다 훨씬 설득력 있습니다.
예) “고객 수 Y × 단가 X = 주소가능시장(X×Y)”
기회 요소 부분에서의 목표는 '숫자를 지어낸 티가 나지 않게 만들고, 우리 회사가 실제로 그 돈을 딸 수 있겠다는 인상을 주는 것'에 있습니다.
n년 뒤에 우리팀은 엄청난 매출을 일으킬 거다식의 주장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온라인에 검색하면 나오는 자료중에(어느 연구소나 언론사에서 발표한 분석 자료 중 하나를 가지고) 전체 시장규모를 전달하는 경우도 많고요. 논리가 빈약한 채로 이렇게 전달하는 건 신뢰도를 까먹는 행위입니다. 최대한 담백하고 담담하게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게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신뢰도를 까먹을 만한 부분은 오히려 전달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무엇을 전달하고 전달하지 말아야 할지가 중요합니다.
9. 트랙션(The Traction)
사용자 수, 매출, 성장률, 반복 구매율 등 실제 지표는 신뢰를 줍니다. 초기 단계의 팀이라면, 우리팀의 역량과 실행력을 강조해야 합니다.
우리 비즈니스의 핵심 지표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그걸 위주로 설명하는 게 중요합니다. 청중은 많은 걸 기억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기억해야하는 매우 중요한 성과 1~2가지만 설명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10. 팀(The Team)
투자자는 결국 팀에 투자합니다. '왜 우리가 해낼 수 있는가'를 짧고 강하게 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한 학력, 경력을 나열하며 설명하는 것 보다, 왜 이 팀 멤버들이라면 이 사업을 누구보다 잘 해낼 수 있는지를 설득하는 게 중요합니다.
11. 결론(The Conclusion)
약하게 끝내지 말고 강렬한 한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핵심 포인트(척추)를 다시 반복해 각인시키는 것도 좋습니다.
① 무엇을, 누구를 위해 만드는가?
② 왜 지금까지 아무도 못 했는가?
③ 왜 우리가 해낼 수 있는가?
④ 왜 지금이 기회인가?
12. 장표(Slides)
슬라이드는 보조 수단일 뿐이다. 한 슬라이드에는 하나의 메시지만. 과한 텍스트·그래프·영상은 흐름을 방해한다.
특히 데모데이 같이, 큰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해야 하는 경우에, 가장 뒤에 앉아있는 사람도 장표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장표 디자인(글자 크기 등)을 신경써야 합니다.
한 슬라이드에는 핵심 메시지를 하나만 담으세요. 그 이상은 금물입니다.
가능하면 텍스트 대신 이미지를 쓰되, 반드시 메시지를 보완·강화하도록 하세요. 즉, 슬라이드는 요점을 더 명확히 만드는 도구여야 합니다. 도움이 되지 않거나 혼란을 준다면 아예 넣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슬라이드의 문장 수를 최소화하세요. 텍스트가 필요하다면 아주 큰 글자 크기를 쓰세요. 슬라이드당 7단어를 넘기면 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인용문은 훌륭하지만, 크게 보여 주고 직접 읽어 강조하세요. 당신이 다른 말을 하는 동안 관객이 인용문을 읽어 주길 기대하지 마세요.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쓸 때는, 텍스트 대비가 확보된 영역 위에 올려 가독성을 높이세요. 필요하면 텍스트 뒤에 반투명 배경을 깔아 주세요.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큰 글꼴을 사용하세요. 또한 색상은 퇴색되거나 보기 어려운 색을 피하고, 원색 계열이나 검정처럼 안전한 색을 쓰세요.
중요한 텍스트는 슬라이드 상단에 배치하세요. 뒤쪽 좌석에서는 화면 하단이 잘 안 보일 수 있습니다.
누적 그래프(cumulative graph)는 피하세요. 정의상 항상 우상향으로 보이기 때문에, 실제 성장이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즉각적인 의심을 불러일으킵니다.
13. 준비(Preparation)
핵심은 연습입니다. 리허설과 피드백, 그리고 수정의 반복을 통해 발표의 퀄리티를 높여나가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본인 발표를 녹화해 스스로 관객의 입장이 되여 영상을 보며 객관적 점검을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14. 발표자(Who Should Present)
발표자는 한 명으로만 진행해야 합니다. 반드시 CEO가 아니어도 됩니다. 가장 전달이 뛰어난 사람이 맡아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타트업 같이 작은 규모의 조직은 창업자가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창업자가 발표를 해야하는 게 필수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창업자가 얼마나 비즈니스에 대해 전문성이 있고, 사업의 열정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 발표와 질의응답을 통해 확인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15. 테크닉(Technique)
자신감 있는 목소리, 여유 있는 속도, 적절한 멈춤이 중요합니다. 미소와 제스처를 자연스럽게 활용하되 과하지 않게. 슬라이드를 읽지 말고 청중을 보며 말해야 합니다.
가끔 아나운서처럼 말하는 게 스피치의 추구미라고 생각하고 따라하려는 분들이 계십니다. 전 그게 본질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발표라는 건 하나의 '설득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맥락입니다. 본질은 내가 청중에게 얼마나 신뢰감을 줄 수 있는가 중요합니다. 신뢰를 줄 수 있다면, 너드(nerd)처럼 보여도 전혀 문제 없습니다. 내가 닮고 싶은 창업자를 정하고 그걸 추구미로 벤치마킹 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신감 있고 열정적으로 말하세요. 당신의 열정(passion)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목소리를 크게 투사(Project) 하세요. 특히 큰 관중 앞에서는 필수입니다. 이는 당신을 더 인상적으로 만들고, 더 열정적으로 보이게 하며, 말이 더 잘 전달되도록 돕습니다.
미소 지으세요. 너무 과하지 않게. 미소는 당신을 더 편안하고 자신감 있어 보이게 할 뿐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느끼게 만들어 줍니다.
천천히 말하세요. YC는 창업자들에게 일부러 ‘부자연스럽게 느릴 정도로’ 말하라고 조언합니다. 특히 평소 말이 빠른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데모데이 발표에서는 청중이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해할 시간을 줘야 합니다.
중간중간 멈추세요(pause). 잠시 멈춤은 강력한 도구입니다. 청중의 주의를 끌고, 당신 스스로 속도를 늦추며, 생각을 정리할 여유를 줍니다.
또렷하게 발음하세요. 특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닐 경우에는 더욱 중요합니다.
리듬감 있게(cadence) 말하세요. 충분히 연습하면, 외운 대본이라도 훨씬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들립니다. 반대로 단조롭고 기계적인 말투는 청중을 금세 지루하게 만듭니다.
자연스럽게 서고 움직이세요. 뻣뻣하지 않게. 하지만 과도하게 움직이지 마세요. 걷거나, 왔다 갔다 하거나, 춤추지 마세요!
16. 움직임(Movement)
무대 위에서 자신감 있고 강력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움직임(movement)이 매우 중요합니다.
완전히 정지한 자세는 좋지 않습니다. 너무 가만히 있으면 발표자뿐 아니라 투자자도 ‘움직이지 않게’ 만든다.
그러나 지나친 움직임도 금물이다. 너무 많이 움직이면 청중의 집중이 흐트러집니다.
기본적으로는 양발을 단단히 딛고, 몸의 무게를 균등하게 분산합니다.
체중을 옮기거나 흔들거리지 말아야 합니다.
움직이고 싶다면, 몇 걸음 이동 → 멈춤 → 이야기 → 다시 이동 패턴을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항상 청중을 향해 얼굴을 유지합니다. 슬라이드를 보느라 고개를 돌리면 존재감이 약해집니다.
무언가를 가리킬 때도 앞을 보면서 합니다
매 슬라이드마다 뒤돌아보지 말고 클리커를 믿습니다
반복적인 움직임(계속 걷기, 손 흔들기 등)은 청중에게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여러 요소를 동시에 의식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복 피드백과 녹화 연습을 통해 나쁜 습관을 수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17. 흔한 실수(Common Errors)
문제 정의나 솔루션이 불명확함 / 전문용어나 긴 문장 남용 / 과장·허풍·거짓 데이터 / 슬라이드 중심 발표 / 시선 소통 부족 / 말이 너무 빠름 / 열정 부족한 톤.
해결하려는 문제와 그 해결 방법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거나 아예 빠뜨리면 안됩니다. 무엇을 하는지 초반에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전문용어·복잡한 문장·마케팅식 표현은 피해야 합니다.(엔터프라이즈 빅데이터 솔루션류의 말은 금물)
과장하거나 거짓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신뢰를 잃는 순간 게임 끝.
발표 후 투자자가 '그래서 왜 중요하지?'라고 느끼게 두지 말고, 이들이 왜 관심 가져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청중이 슬라이드와 발표자 중 어디를 봐야 할지 혼란스럽게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슬라이드 보며 말하지 말고, 청중을 보세요. 시선과 전달력이 핵심입니다.
말이 많거나 빠르면 정보 과부하를 줄 수 있습니다. 천천히, 간결하게합니다.
투자 판단에 도움 안 되는 슬라이드는 삭제합니다. (예: ‘That’s nuts!’과 견과류 사진)
복잡한 그래프는 피해야합니다. 한눈에 안 들어오면 역효과를 줍니다.
영상은 금물. 투자자는 당신을 보고 싶어합니다.
불필요한 움직임 금지. 잘하는 발표자는 의도적이고 절제된 움직임만 사용합니다.
멈춤 없이 밀어붙이지 않습니다. 호흡과 리듬이 강조를 만듭니다.
태도는 메시지입니다. 지루하거나 불안·무기력해 보이면 설득력은 ‘0’.
18. 마무리 생각(Concluding Thoughts)
성공 경로는 다양하지만, 공통분모는 같습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사랑하는 고객을 찾고, 확장한다는 스토리입니다. 모든 스타트업은 '우리는 무엇을 왜 하는가'라는 자기 스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데모데이 발표는 그 스토리의 첫 번째이자 가장 또렷한 버전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