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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꼭 꿔야하는 이유

by 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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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오버피팅되지 않기 위해 꿈을 꾼다.”


최근 어떤 꿈을 꾸셨나요? 사실 꿈은 대부분 현실에서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입니다. 저는 최근 낯선 사막 위를 헤매다 영화 Dune에 나올법한 외계문명을 맞닿는 꿈을 꿨습니다. 개꿈이라는 단어가 아주 적절한 사례지요. 그런데 이런 말도 안되는 꿈을 인간은 굳이 왜 꾸는 걸까요.


이 질문의 답을 엿볼 수 있는 연구가 있습니다. 신경과학자 Erik Hoel의 <The Overfitted Brain>라는 논문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우리가 꿈을 꾸는 이유는 '우리 뇌가 경직되지 않는 걸 막아주기 위한 장치'라고 표현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우리 뇌의 오버피팅을 막아준다'는 의미입니다.


'오버피팅'은 인공지능 학습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머신러닝 모델이 훈련 데이터에 과도하게 최적화되어 새로운 데이터에서는 성능이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즉 기계가 너무 열심히 외워서, 새로운 문제에 약해지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학생이 수학 문제집의 답안을 통째로 외웠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그 책에서 나오는 문제는 척척 풀겠죠? 하지만 조금만 형태가 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풀지 못할 겁니다. 이해보다는 ‘암기’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슷한 데이터로만 계속 학습하다 보면, 익숙한 패턴에는 강해집니다. 그런데 낯선 입력이 들어면 쉽게 무너져 버립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일부러 데이터를 흔들어 주고요. 이 과정을 '데이터 증강(data augmentation)'이라고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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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verfitted Brain> 논문에서는, '꿈은 뇌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데이터 증강 과정'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인간의 뇌가 반복되는 현실에서 오버피팅 되지 않기 위해, 뇌가 스스로 낯설고 비현실적인 데이터를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비논리적이고 기이한 꿈을 꾸는 게, 우연이 아니라 뇌의 기능의 한 부분이라는 셈입니다. 어떻게 보면 뇌가 유연성을 지키기 위해, 낯선 조합으로 실험하는 과정이 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논문을 보며, 꿈을 꾸는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롭게 와닿았습니다. 자칫하면 현실 때문에 오버피팅될 수 있는 상황을, 꿈이 완화해주는 셈이니깐요. 현대인들은 사실 정말 오버피팅되기 쉬운 환경에서 살아갑니다. 오늘 하루에 마주치는 장면들이, 내일이라고 얼마나 달라질까요? 비슷한 공간에서 익숙한 사람들과 예측 가능하게 펼쳐지는 일들의 연속일 것입니다.


익숙함과 낯섦.이 두 가지는 균형을 유지하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익숙함'는 일상을 지켜내는 힘이지만, '낯섦'은 나를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동물이 다른 점은 바로 여기에 있겠죠. 패턴대로만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해낼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앞으로 낯선 꿈을 꾸면, 일상에서 낯섦이 필요하다는 시그널이구나라고 이해해야겠습니다. 그날은 매일 아침 출근길도 조금 다른 길로도 가봐야겠구요. 익숙한 노래가 아닌, 오늘의 신곡을 들으며 낯섦을 즐겨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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