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틸 펠로우십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

대학 대신 창업하라

by 성우


Thiel Fellows가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피터 틸의 안목, 액셀러레이팅의 새로운 관점, 대학의 한계 등 여러 생각이 들게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게임에 참여하지 않을때 승리한다. 그래야만 진짜 개성과 독창성이 드러난다.'


기사를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여러 맥락을 붙여, 제 방식으로 정리해서 남겨놓습니다.


(정리본)

Why Thiel Fellows Win


Thiel Fellowship은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Peter Thiel)이 2011년에 시작한 프로그램입니다. 펠로우십의 핵심은 “대학 대신 창업하라(Drop out of college and build)”라는 철학이구요.


2010년 9월 26일 일요일,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과 루크 노섹은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대학생들에게 돈을 주고 학교를 그만두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피터와 그의 팀은 “이게 법적으로 가능한가?” 같은 세부사항을 확인한 뒤, 바로 다음 날 TechCrunch 인터뷰에서 ‘틸 펠로우십’이라는 프로그램을 발표했죠. 조건은 간단했습니다. 20세 이하의 젊은이 20명에게 학교를 그만두고 창업하면 10만 달러를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피터 틸은 미국 사회의 여러 거품 중에서도, 고등교육에 대한 비판의식이 있었습니다. 특히 아이비리그 대학이었습니다.

“좋은 미래를 만들려고 비싼 대학에 가지만, 결국 그 빚을 갚느라 오히려 원하는 미래를 포기하게 된다.”

또한 아이비리그의 배타성과 희소성 자체가 부도덕하다고 봤다고 합니다.
“정말 좋은 교육이라면 왜 하버드를 프랜차이즈처럼 확장해 더 많은 사람이 다니게 하지 않느냐?”


틸 펠로우십은 어떤 인재를 찾을까요? 기사에서 초기 운영진이던 다니엘 스트라크먼과 마이클 깁슨(현재 VC 1517 펀드 공동창업자)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찾는 건 아인슈타인이 아니라 하워드 휴즈 같은 사람이다.”

(즉, 단순히 IQ나 성적이 아니라, 창의성과 실행력이 넘치는 기인들)


참고로 하워드 휴즈는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모티브가 된 사람입니다. 미국의 투자가, 비행사, 공학자, 영화 제작자, 감독, 자선가로 다재다능한 인물입니다. 공학적 재능과 사업적 수완으로 억만장자가 되었으며, 재밋는 점은 그도 라이스 대학교를 중퇴했다는 부분입니다.


틸 펠로우십에서는 전통적인 스펙(수상 경력, GPA)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독창성과 ‘자신만의 길을 가는 힘’을 더 중요하게 봤습니다. 강연이나 워크숍 같은 전형적인 교육 방식을 싫어했고, 스스로 부딪히고 필요할 때만 도움을 청하는 구조로 운영되었다고 합니다.


뽑아놓은 비슷한 ‘괴짜 청년들(Gumptious Youngs)’은 누군가가 짜놓은 정해진 프로그램을 따르지 않은 채로, 서로 어울리고 배우며 창업을 이어갔구요. 소규모 집단이었기에 자연스러운 연대감과 강한 결속이 형성되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대학생들을 잘못된 길로 이끈다며 비난도 많이 받았었는데요. “억만장자가 아이들의 미래를 뇌물로 빼앗는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구요. 하버드 총장을 지낸 래리 서머스는 이 펠로우십을 “10년간 가장 잘못된 자선 활동”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최고의 액셀러레이터라고 하는 Y Combinator보다 '비율' 기준으로 보면, 유니콘 기업을 더 잘 배출한 아주 타율이 높은 액셀러레이터가 되었습니다. 그 유명한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텔린도 틸 펠로우십 출신입니다. 다니던 워털루대학을 자퇴하고, 틸 펠로우십에서 받은 지원금(약 10만 달러)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더리움(Ethereum) 개발에 몰두했다고 합니다.




현재 펠로우 출신 회사들(피그마, 이더리움, 앤트로픽, OYO 등)이 창출한 가치는 7,500억 달러 이상이라고 합니다. 2015년에는, 아예 펠로우 출신 창업가들을 투자하기 위해 1517 펀드를 세웠습니다. 첫 펀드는 2천만 달러로 시작했지만, 5년 만에 10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며 탑 티어 펀드로 올라섰습니다. 지금은 11살짜리 창업자까지 투자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지식 접근성이 빨라지고 어린 세대가 더 빨리 창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터 틸은 경쟁하지 말라고 합니다. 오히려 자신만의 길을 설계하라고 합니다. 특히 대학에서 필요없는 경쟁과 노력에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고도 하고요. 아이비리그 학비 기준으로 연간 9만 달러나 내고 들어가지만, 정작 대학에서는 빨래나 배우는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합니다.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이 한정된 목표를 두고 경쟁할수록 점점 비슷해진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욕망하는 대상은 타인의 욕망을 모방한 것이다' - 르네 지라르)


하버드 입학하기 위해 경쟁하는 건, 결국 차별화 없는 ‘생수 브랜드’ 싸움과 같은 셈입니다. 그래서 피터 틸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게임에 아예 참여하지 말라. 그게 유일한 승리다. 그래야 진짜 개성과 독창성이 드러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Doing things that don’t sc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