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4 파리
스스로 목표치를 정하고 자신과의 싸움을 하며 성취하려고 하는 건 자존감이고
남을 깎아내리면서 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잘못된 자기애라고 한다.
우리 밀로가 태권도를 하는 시간, 화요일 저녁 6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바쁜 일상 속에 주어진 나만의 한 시간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생각하고 메모하려고 한다.
우리 밀로와 루카가 잘못된 자기애가 아닌
올바른 자존감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기를
어제 남편과 텔레비전을 보는데 tv 5에서 전 남자 친구의 현부인이 토론 프로그램에 패널로 나왔다. 11년 전이 헤어지고 그 쯤에 그녀를 한 번 본 적이 있으니 거의 10년 만이다. 그녀는 철학 전문 기자였고 지금은 그 분야에 유명한 기자가 되었나 보다. 기후변화와 위기에 대해 토론하는 건데 뭔가 단순하고 만인이 공감하는 주제인데도 뭐가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전 남자 친구와 그의 무리들이 늘 중독자들처럼 이야기하던 ‘지성’이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결국 뭔가 질문을 던지면 길고 상세하고 복잡하게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지성인가 싶었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처럼 그녀가 반갑기도 하고 성공한 그녀를 보니 나는 뭐 했나 싶기도 했다. 나와 같이 외국인 신분으로 40대 워킹맘이 되면 옛날에 알던 것들은 모두 과하게 반갑다. 비록 그들의 기억 속에 내가 지워졌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지구의 기후 변화와 미래에 대한 주제로 한 시간 동안 말을 할 수 있을까 스스로 물어보았고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별로 지적이지 않은 것으로. 상처는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와 남편의 장점은 그저 성실함과 끈기 있고 참을성이 많은 것으로 위안을 얻었다.
다른 프로그램으로 틀었는데 이번에는 남편 친구의 친구가 또 패널로 나왔다. 르몽드 기자란다. 술 취하면 성격이 이상하다며 남편이 에피소드를 늘어놓았다. 남편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뭔가 씁쓸한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면 내가 과거에 알던 사람들 중에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사람도 있고, 대통령의 공보관이 된 사람도 있다. 남편이 아는 사람 중에는 프랑스라는 국가를 대변하는 미국 대사가 된 사람도 있고, 장관이 된 사람도 있다.
10년,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강산은 모르겠지만 사람은 많이 변한다. 그건 확실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는 지난 10년간 변한 게 없는데 주눅 들 것은 없다는 것이다.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충실하고 행복하게 살며 그 자리를 지키는 것 있도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둘째가 세돌을 넘기니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이제 베이비시터도 고용했고 가끔은 나를 위해 스트레칭도 한다. 나는 이런 작은 변화조차도 행복하다. 대통령과 직접 일하지 않아도, TV에 나오지 않아도 나는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게 되었는데 이것만으로도 나는 큰 성공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의 그릇이 비교적 조금 작다고 할 수도 있다. 우리 아이들이 TV에 나와 지성을 뽐내거나 베스트셀러작가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나의 역할은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나의 조그만 그릇에 가두어 잘라내지 말아야 한다는 거다.
나는 용기가 부족하고 조심스럽지만 나의 강점은 다른 사람을 빛나게 할 수 있다. 내가 이 내성적인 성격으로 홍보와 마케팅일을 오래 할 수 있는 것도 나에게 맡겨진 주인공을 세상에서 빛나게 하도록 매력을 콕찝어 보고, 콘셉트를 잡고, 텍스트와 비주얼로, 최적의 기회에 선보일 수 있는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 이제 나에게 주어진 주인공은 밀로와 루카다. 이들이 세상에서 빛이 나게 돕는 것이 내가 할 일이고 사명인 것이다. 물론 이들이 빛나길 원할 때 말이다.
하얀 백지 같은 이 아이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화려한 입놀림의 지성 자랑하기 능력도 아니요, 권력을 잡으라고 하는 성취욕도 아니다.
다만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조절 능력은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의 결정체가 되어 다른 사람들과 사회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태권도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짧지만 소중한 시간, 오늘의 다짐은 ‘스스로 행복을 찾는 능력’을 가르쳐주자 ‘
캬아~ 이런 내가 너무 멋있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