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3년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어쩌다가 야구를 보게됐고,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가을야구도 보게 됐고, 무난한 업셋각이었는데 플레이오프도 진출... 솔직히 '우승해라' 라는 마음보다는, '한번이라도 이기면 다행이다'라는 마음이 더 컸다. 아빠가 LG팬인데, 2위로 시즌 마치고 좋아하길래, 우승까지 힘내라고 응원까지 했던 나였다. 이제부턴 정말 보너스 경기다. 져도 괜찮다.
1. 져도 돼(는 개뿔 지기만 해봐)
PO 1차전 직관 후... 그 마음은 다시 평범한 야구팬의 분노로 리셋되었다. 선발 애플러... 시즌 중에는 3회나 던지면 많이 던지는 거였는데 준PO에서 5회 동안 준수한 투구를 보여줬고 애플러가 선발이면 애플러가 이닝을 못 먹을지라도 어찌저찌 승리한다는 어둠의 법칙이 있어서 애플러 믿고 1차전 예매했는데....
1회는 수월하게 아웃카운트를 잡았는데, 2회에 김혜성이 무리한 송구로 덕아웃으로 공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 3회에 김준완이 외야 플라이 잡았다가 놓치는 바람에 진루 허용하고...김휘집, 이정후 콜플레이 안해서 Again 2019 히드랍더볼 나오고...
켈리를 좀처럼 공략하지 못하다가 5회에 김혜성의 안타, 푸이그의 홈런으로 2점 쥐어 짜냈는데, 윤정현이 선두타자 볼넷 으로 내보내더니만 이지영이 공을 빠트리는 바람에 또 주자 한 베이스 진루... 그리고 평범한 땅볼인데 김태진이 홈송구 잘못해서 또 실점 추가하고... 적시타 맞고... 켈리 내려가면 뭐해요. 불펜도... 좋은데...8회에 간신히 1점 짜냈지만... 더 이상의 따라가는 점수를 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유난히 이날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들이 죄다 야수들 방향으로 날아가서 안타가 하나도 안되고 족족 아웃되긴 했다. 근데 뭐 이걸 운이 없었다고 할 수 있을까? 넋이 나간 사람들처럼 실책 파티했는데... 이렇게 해놓고 이긴다고 하는 것도... 8회까지 보다가 짜증나서 일찌감치 경기장을 나섰다.
져도 되는데 창피하게만 지지 말라고. 다음날까지 뉴스에 실책 파티라고 도배되는 걸 봐야되겠니? 그리고 야구도 못하는 것도 짜증나 죽겠는데, 왜 자꾸 팬 없다고 무시하는데? 첫날부터 만원관중으로 온 뉴스들이 도배되더니(준PO는 흥참동-흥행참패동맹-매치여서 매진 되긴 했지만 실제로 당일에는 좌석이 좀 여유 있었음), LG 팬들 응원이 커서 기가 죽어서 진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아니 팬이 많았던 적이 없는데 뭔 소리 하는거야. 팬 없는거 하루이틀 아니어서 아무렇지도 않거든? 근데 야구를 잘하면 이 모든게 해프닝이지만, 야구까지 못하니까 속에서 천불이 나요, 안나요?
2. 내가 알던 원태 맞니?
이래저래 짜증이 많이 나는 상황속에서 2차전이 시작됐다. 팬들은 '실책으로 자멸한 히어로즈' 같은 기사를 보며, 시즌 전 무난한 6위 예상했는데 이게 어디냐며 시리즈를 포기하기 시작했는데, 신기하게 선수들은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PO 2차전은 키움을 상대로 엄청나게 전적이 좋았던 플럿코가 선발이었는데.... 이용규의 안타와 주루플레이로 선취점을 내고, 2회에 5점을 단숨에 뽑아내며 초반에 무섭게 LG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비록 수비에서의 실책성 플레이로 실점을 허용했지만 오랜만에 득점지원을 받은 요키시가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야수들도 집중력있게 수비해주면서 이대로 무난하게 이기나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스코어 6대2.
근데... 5회에...믿었던 요키시가 줄줄이 안타를 맞고 실책까지 추가하면서 무너지더니.. 이어서 올라온 양현....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밀어내기 1실점...이영준... 무난하게 분식해서 1점차까지 ... 추격을 허용....
LG는 필승조가 줄줄이 버티고 있는데, 과연 키움이 이 경기를 이길 수 있을까? 분명히 1점차까지 이기고 있는데 이미 진 기분.... 키움 덕아웃 분위기도 완전 초상집이었다고 한다. 이때 주장 이용규 선수가 선수들을 불러모아, 우리 이기고 있고 투수들이 막아줄거니까 최선을 다하자고 독려해주어서 선수들이 다시 마음을 단단히 먹고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고 했다.
비록 추가점을 내지는 못했지만, 6회에 마운드에 올라온 최원태가 멀티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호투했다. 6회는 비록 몸맞공과 실책으로 1,2루 출루는 허용했지만 꾸역꾸역 틀어막고, 7회에 단 7구로 이닝을 정리하면서 너 누구야? 소리가 절로 나오게 했다. 8회는 후반기 의문의 필승조 김동혁이 삼자범퇴 무실점으로 이닝 정리, 9회 마무리 김재웅이 플라이아웃-병살유도로 3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정말 저희가 이겼나요? YES! 이겼다! 비록 6회부터 무릎꿇고 보게 만들긴 했지만 어영부영 어찌 저찌 이겼다! 가을 원태라고 하면 2019년 제대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암튼 "최원태 나온대" "뭐?! 감독이 미쳤어?" 이 수준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이게 무슨일이야. 내가 알던 원태가 맞나요?
LG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 최원태는 오히려 즐긴다 "아웃 잡으면 조용하던데요" [PO2]
3. 2022년 최고의 경기, 플레이오프 3차전
감독도 예상하지 못했던 최원태의 선전으로 잠실에서 1승 1패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다시 고척돔으로! 돔에서 하는 가을 야구 직관 못 참지. 2019년 LG와의 준PO 때는 주위 LG 팬들과 같이 LG 응원석에 앉았다가 키움이 역전하는 바람에 갑분싸 됐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혼직관 갔다. 취켓팅 광클해서 응원석 간신히 잡아서 퇴근하자마자 고척돔으로 직행..! 솔직히 이 시기에 영혼은 항상 야구장에 있었다.
잠실에서 응원소리 비교 당하고 선수들한테까지 계속 압도적 응원 어쩌고 저쩌고 하는게 짜증났는데, 고척돔의 주인은 우리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솔직히 LG의 선발투수였던 김윤식 선수가 엄청 호투를 했기 때문에 우리가 이길 수 있을거라 확신할 수 없었다. 안우진은 초반에 홈런 맞긴 했지만 퀄스플 해줬는데, 키움은 좀처럼 김윤식을 공략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김윤식이 내려가고 그때부터 추격을 시작...! 한 줄 알았는데.. 키움도 필승조를 가동해서 7회에 이승호를 올렸는데 아카는 잡지 못하고 주자만 쌓고 들어가고, 김동혁이 올라와서 그 주자들이 모두 들어오면서 다시 동점... 이렇게 내가 직관 오니까 귀신같이 못하는 거 뭔데....
솔직히 그때부터는 마음을 약간 비우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신들린 용병술을 선보이는 홍원기 감독의 대타 카드가 절묘하게 들어맞으면서, 실책으로 출루한 김준완을 임지열이 역전 투런 홈런으로 불러들이면서 역전...! 하자마자 바로 이정후의 백투백 홈런!!!!!!!!!!!!!!!!!!!악ㅇㅁ널미ㅏㄴㅇ려ㅑㅐㅂㅈ뎌기ㅐㅓㅂ
이날 경기를 잊을 수가 없었던 게, 1차전 지면서 무시 당했던 은근한 설움 같은 것들을 뭔가 선수들도 다 알고 팬들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응원도 더 열심히 하고, 선수들도 계속 1루 관중석을 향해서 세레모니를 해 준 느낌? 근데 이정후가 백투백 친 다음에 진짜 멋있게 빠던하고 관중석 쪽 보면서 호응 유도한 게 진짜 도파민이 폭발하는 경험이었다.
백투백 홈런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왔지만 그래도 2점차 안심할 수는 없었는데, 김동혁이 8회에 올라와서 연속 안타를 맞는 바람에 주자가 1,2루를 채우게 되었기 때문이다. 홍원기 감독은 여기서 김재웅을 일찍 투입하는 초강수를 보였다. 그리고..... 번트로 떠오른 타구를 김재웅이 몸을 던져 잡아서 2루로 뿌리면서 3구만에 순식간에 투아웃을 잡아버려!!!!!!!!!!!!!!!!!!!!!!!!!!!!!! ㅁㅇ너래ㅣㅏㅁㄴ여래ㅑ;ㅂㅈ뎌거ㅣㅏㅁㄴㅇ;ㅓ랴ㅐ;ㅁㄴ여걸;ㅐㅑ1!! 김재웅! 김재웅! 김재웅!!!
진짜 보고도 못 믿을 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을 남겨준 김재웅..! 부상 당할 수도 있는데 그 순간 몸을 날려서 그 공을 잡은 것도 모자라 2루로 정확한 송구까지... 이거 뭐 야구 만화에 나온다고 해도 말도 안된다고 할텐데... 이걸 내가 쌩눈으로 보다니... 진짜 눈물 날 뻔 했잖아..야구에서 허슬 플레이가 뭔지 묻는다면 고개를 들어 김재웅 슈퍼캐치를 보게 하라...
9회에는 땅볼로 삼자범퇴 했어야 했는데 휘집이가 한번 더듬는 바람에 4자범퇴로 마무리..! 마지막 타구는 너무 빨라서 못잡을 수도 있었는데 이번엔 김휘집이 실책 안하고 잘 잡아줘서 이대로 키움 히어로즈 승리! 내 옆에도 혼자 직관 오신 분이었는데, 그 분이랑 손잡고 얼싸안고 난리나고, 집 가는 길에 다 같이 응원가 부르고.. 너무 행복했다. 그날 스펀지밥 콜라보 유니폼이 출시된 날이었는데, 집 오는 길에 바로 김재웅 마킹으로 결제까지 갈기고 그날 하이라이트 영상 100번쯤 돌려봤다... 너무 신나서 새벽까지 설레는 마음에 잠을 못잤다.
4. 분위기를 제대로 탄 키움
야구만화 그 자체로 3차전 승리를 극적으로 가져간 키움은 완전히 분위기를 탄 것 같았다. 솔직히 4차전을 이기지 않으면 한국시리즈 가서도 가망은 없다고 봐야 했다. 이미 너무 많은 경기를 했기 때문이다. 한 경기라도 줄여서 하루라도 더 쉬어야 했다. 정규 때는 LG한테 맨날 졌는데, 그래서 기대도 안했는데, 3차전을 그렇게 이기고 나니까 다행히 분위기를 제대로 탄 것 같았다.
4차전 선발은 애플러였는데, 1회에는 안타를 많이 맞으면서 흔들렸지만 다음 이닝부터 무실점으로 막아주었다. 그리고 야수들도 곧바로 1점을 따라붙어 주었다. 푸이그의 솔리런, 이후에 7회에 적시타로 3점까지 내고, 찬스를 놓치지 않은 선수들이 고우석을 상대로 1점을 더 냈다. 8회그리고 7회에 올라온 최원태가 10구로 이닝 정리하고, 8회 최원태에서 교체된 김동혁이 단 2구만에 병살타로 아웃카운트 2개를 단숨에 잡아서 이닝을 삭제..! 마무리 김재웅도 안정적으로 세이브 기록하면서 진짜 간만에 보는 투타 조화, 실책 없는 안정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2019년 이후 3년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승리를 위한 함~성 ~ 오오오오오오오~승~리를 위한 함~성~ 다 같이 외쳐라~~
플레이오프 온 것도 솔직히 기적인데 정말 내가 벅차 올랐던 건, 이날 경기에서 갑자기 스타팅 라인업에 든 박준태 멀티힛 경기 하고, 김태진도 멀티힛 경기하고, 이지영은 도루도 하고, 누구 하나 집중하지 않은 사람들 없이 경기에 집중했다는 점이었다. 내가 바라던 히어로즈의 야구가 이거였다, 싶고 목동 이후에 시들했었던 야구 과몰입에 더욱 더 불을 지피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