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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우정(郵政) 박물관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우체국과 기차역 그리고 국립 우정(郵政) 박물관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라는 마지막 구절로 유명한 유치환 시인의 <행복>은 앞부분에 이런 구절이 있다.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이수익 시인의 <우울한 샹송>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가수 조용필의 노래 <서울 서울 서울>에 그런 가사가 있다.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 계단
어딘가에 엽서를 쓰던 그녀의 고운 손


  모두 옛날 얘기다. 요새 누가 손으로 편지를 쓰겠는가. 우편함에 쌓이는 것은 청구서나 광고 등 상업용 우편물뿐인 세상이 되었다. 그렇기는 해도 우체국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거기서 뭔가가 배달되고 있다. 그 우체국을 주제로 하는 박물관이 미국의 수도 워싱턴 디씨에 있다. 국립 우정박물관(National Postal Museum)이 바로 그것인데, 워싱턴 디씨의 유니온역(Union Station)에서 길 하나 건너면 있다. 1993년에 개관한 이 박물관은 스미스소니언협회에 소속된 박물관이다. 워싱턴 디씨를 구경온 사람이 들어간 박물관과 미술관의 90%는 스미스소니언협회 소속이다. 미국 안에 몇 군데 우정박물관이 있지만 국립(National)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은 여기 하나뿐이다.


  이 박물관이 들어있는 건물은 1914년부터 1986년까지 우체국으로 사용한 건물인데, 이 건물은 유니온역 바로 옆에 있다. 기차로 운반된 우편물을 가져오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자동차가 주요 운송수단이지만 당시만 해도 기차가 운송의 절대적인 강자이던 시절이다.


왼쪽 노란색 부분이 옛날 우체국(지금의 우정박물관) 건물, 그 오른쪽이 유니온 기차역


인터넷 홈페이지


  이 박물관에 관한 얘기를 하기 전에 인터넷에 관한 얘기를 먼저 해야겠다. 이 박물관 역시 인터넷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는데 무척 잘 꾸며져 있다. “아, 국립 우정박물관? 거긴 가봤어.”라고 말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박물관에 가서 그냥 후루룩 주마간산 격으로 보시면 된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라는 말이 맞다고 생각하신다면 이 박물관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자세히 살펴보시기를 바란다. 박물관을 다녀온 후에 다시 이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현장에서 보지 못했던 것을 또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홈페이지에는 <20분 만에 살펴보기>(20-Minute Itinerary), <1시간 만에 살펴보기> (1-Hour Itinerary) 안내가 있다. 이것은 너무 바쁜 사람들을 위한 것인데 이 박물관을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신 <빼먹지 말고 최소한 꼭 보아야 하는 것>을 안내하는 기능을 한다. 이 박물관에는 하이라이트 투어가 있는데 그 일정은 매일 다르니까 미리 인터넷으로 확인하는 게 좋다.


  홈페이지는 한글 번역본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런데 기계어 번역인지 번역문이 어색한 부분이 많다.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고 참고하는 수준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 


입장과 보안검사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메사츄세츠 애비뉴(Massachusetts Avenue)에서 들어가는 곳이 있고, 1번가(1ST St.)에서 들어가는 곳이 있다. 지하철 레드라인을 이용해서 유니온역에서 내린 후 1번가를 건너면 건널목 바로 앞에 입구가 있는데 이것이 1 번가 쪽 입구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휴대한 가방이 엑스레이 투시기를 통과하는 보안검사를 받게 된다.



  입구에 들어서면 넓은 홀을 만나게 되는데 거기가 2층(Level 2)이고 조금 더 걸어가서 오른쪽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면 1층(Level 1)이 있다. 이렇게 박물관은 두 개의 층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각의 층은 조금 성격을 달리한다. 2층은 우표, 1층은 우편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즉 2층은 우표 천국이고, 1층은 우편물의 운반 과정에 관한 설명이 가득한 곳이다. 


유니온역 쪽 입구 (왼쪽에 유니온 역사가 유리에 반사되어있다)
2층 복도. 이 건물 자체로도 건축학적 의미가 있다고 한다. 
2층에서 바라본 1층(오른쪽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감)


우편물 운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면 중앙홀에는 우편물을 운반하는 데 사용했던 그리고 지금도 사용하는 전시물들이 있다.


  왼쪽에는 우편물을 운반하는 현재와 과거의 자동차가 전시되어있고, 오른쪽에는 기차가 전시되어있는데 우편물을 운반하면서 그 안에서 우편물을 지역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그 기차 옆에는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우편물 운반 마차(콩코드 스타일 우편마차, Concord-Style Mail Coach)가 언덕을 올라가고 있고 그 언덕 밑에는 눈 위로 우편물을 운반하던 썰매를 볼 수 있다.


  마차 뒤편에는 대형 트럭의 앞을 잘라서 설치해두었는데 방문객이 운전석에 앉아볼 수 있어서 어린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그리고 천장에는 비행기가 몇 대 걸려있는데 이 역시 우편물을 운반하던 도구였다. 미국에서 비행기로 우편물을 운반하기 시작한 것이 100년이 넘었다.


  1층 중앙홀은 다양한 구경거리가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이다.


콩코드 스타일 우편마차(1851년)
우편물 배달용 눈썰매
우편물 배달용 항공기
1920년대-1940년대의 우편물 배달 차량(제작사 : 포드)


  여기서 잠깐 퀴즈 하나. 미국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우편물 차량 이름의 약자가 LLV이다. 여기의 V는 차량(Vehicle)의 약자인데, 그럼 LL은 무엇을 줄인 말일까? 이 우편물 차량 앞에 있는 설명을 읽어보시면 알 수 있다. 


LLV와 우체통에 관한 설명


  1층에는 중앙홀 말고도 대여섯 개의 방이 있어서 퍽 다양한 전시를 하고 있는데 그중에 흥미로운 몇 가지를 소개한다.


  앞에서 중앙홀에 콩코드 스타일의 우편마차가 있다고 했는데 그 외에도 사방이 철망으로 둘러싸인 스크린 웨곤(Screen Wagon)이 있고, 서부영화에서 자주 보았던 느낌을 주는 머드 웨곤(Mud Wagon)이 있다. 


  1층과 2층에는 우편물을 수집하는 우체통들과 우편물을 집으로 도착시키는 우편함들이 전시되어있는데 그중에는 한국의 우체통도 있으니 잘 살펴보기 바란다. 여기서 한글을 보게 되어 무척 반갑다.


앗! 한글...


  우편물 배달과 관련된 내용들을 집약해놓은 디오라마가 있다. 거기에도 강아지에게 쫓기는 우편배달부가 등장한다. 우편배달부와 강아지, 이 둘 사이에는 풀리지 않는 영원한 숙제가 있다.


우편배달부의 디오라마
위층에서 우편물을 넣으면 통을 따라 아래층 우체통까지 내려오는 시설. 지금도 이런 시설이 있는 건물이 있다. 
우편배달부와 강아지, 영원한 애증의 관계 (뒤편에 있는 것이 철망을 두른 스크린 웨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기억하시렷다? 그 얘기는 가슴속에만 담아두지 못하고 누군가에게는 말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우체국에 그런 심리에 부합하는 우편물을 취급하는 곳이 있다. 그곳의 주소는 메릴랜드주 저먼타운인데, 그 주소로 뭐든 하고 싶은 말을 적은 우편엽서를 보내면 된다. 그게 무슨 소용이랴 싶겠지만, 사람은 누군가에게 가슴속 깊은 곳에 있는 말을 털어놓고 싶어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영상을 자랑하는, 감독이 왕가위이고 양조위/장만옥 주연의 홍콩영화, <화양연화>의 마지막 장면에 그런 게 나온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적는지 궁금하신가? 그럴까 봐 그런 우편엽서를 많이 전시해두었다. 그 엽서들을 읽어보면 사람들이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고, 그런 것을 통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다.


이 주소로 편지를 보내서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속지 않으려면 속이는 법을 배워라


  어른이 이 박물관에서 특별히 신경을 써서 오래 머물러야 할 곳은 우정국이 운영하는 우정국 수사대(Postal Inspection Service)에 관한 전시이다. 여기에는 우편물을 이용한 사기 등 우편물에 관한 범죄에 관한 꼼꼼한 전시가 있다.


   그중의 백미는 테이블처럼 생긴 터치 스크린에서 우편물 사기에 걸려들지 않도록 연습해보는 시설이다. 도착한 우편물을 열어볼 것인지 말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이 우편물이 문제가 있는 것인지 괜찮은 것인지 단계별로 테스트하는 것인데 아주 바쁜 게 아니라면 한 번 도전해볼 것을 권한다. ‘속지 않으려면 속이는 법을 배워라’라는 말이 있는데 이 터치 스크린 테스트를 통해서 나쁜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을 어떻게 속이는지 알아보기를 바란다. 


속지 않기 위해 속이는 법을 배우는 터치 스크린식 교육도구


  그리고 이 전시관에서는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추가 수입 또는 부수입에 관한 광고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다음 질문에 하나라도‘예’라는 답이 나온다면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글이 있었으므로 여기에 옮겨둔다.


* Do I have to pay to receive my “prize” or enter a sweepstakes?
* Am I being told to wire money back from this check or money order that I have received?
* Am I a “guaranteed” winner or told “no risk is involved?"
* Am I pressured into responding right away?
* Do they ask for advance payment or accept cash only?


*당첨된 현상품을 받거나 현상품 응모를 하기 위해서 돈을 지불해야 합니까?
*수표나 머니 오더(통 상환)를 받은 후 그 돈의 일부를 역송금 해야 합니까?
*당첨이 '보증'되었다거나 '어떤 부담도 없는' 당첨이라고 합니까?
*즉각 회신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까?*선납을 요구하거나 현찰만 받는다고 말하던가요?


  1층의 다른 한쪽에는 우체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와 우편물 수집과 배달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어린이들이 직접 소포를 분류해보는 등 우체국 업무를 체험해볼 수 있다.



우표 천국


  2층은 우표 자체에 관한 전시장이다. 다양한 주제의 우표에 관한 전시가 많다. 우표 외에도 우편물에 관한 얘기가 있다.


  여기에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 하나 있다. 자기 얼굴이 들어간 우표를 만들어보는 곳이다. 기계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면 그 얼굴이 스크린에 뜨는데, 이것을 이용해서 자신만의 우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그 우표는 그 자리에서 종이에 인쇄되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이메일 주소로 발송된다. 물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기념품이다.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우표를 만들어 보는 곳. 탁자 위의 우표는 6장까지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


어린이의 즐거운 체험학습


  우정박물관을 방문한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들이 있다.


  중앙홀에 대형트럭의 앞부분을 잘라서 설치해놓았는데 방문객이 그 운전석에 앉아볼 수 있다. 어린이가 커다란 대형트럭 운전석에 앉아 트럭을 운전하는 기분을 낼 수 있어서 인기가 좋다.


  앞에서 마차를 소개하면서 머드 웨곤(Mud Wagon)을 말했는데 이 마차는 관람객이 직접 탑승해볼 수 있어서 어린이가 있는 가족단위 관람객이 좋아한다.


  그리고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10가지 재미있는 일>이라는 팸플릿도 있고, <탐정놀이(Scavenger Hunt)>를 할 수 있는 팸플릿도 있어서 재미있게 놀면서 자연스레 학습이 되도록 준비해두었다.


대형트럭의 앞부분(왼쪽)과 머드 웨곤


오우니, 우정국의 마스코트


  우정국도 마스코트가 있었다. 오우니(Owney)라는 강아지이다.


  우편 기차를 타고 전국을 누볐다. 여러 우체국이 선물한 메달을 몸에 달고 다녔는데 어떤 우체국은 오우니를 위한 메달을 별도로 만들기도 했다니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오우니(Owney) 1888년(?)-1897년
오우니가 갔던 곳을 표시한 지도인데 캐나다도 있다.

나머지 이야기


  야자나무 열매를 봉투나 상자에 넣지 않고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 제2차 세계대전 중 실제로 하와이에서 본토로 보내진 야자나무 열매가 박물관 어딘가에 있다. 찾아보기를 바란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의 한 사람인 벤자민 프랭클린(1706-1790)이 초대 우정국장(1755-1774)이다.



  우정박물관 구경을 마친 후에는 옆에 있는 유니언역(Union Station)으로 가서 거기에 있는 쉑쉑 버거(Shake Shack Burger) 가게에 들러 햄버거를 먹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마무리가 된다.




방문정보


주소 : 2 Massachusetts Ave., N.E., Washington, D.C. 20002

인터넷 : https://postalmuseum.si.edu/index.html

개관 :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아침 10시 – 오후 5:30

휴관 : 성탄절

입장료 : 없음

주차장 : 없음

교통편 : 지하철(유니온역 / 레드라인)이 권장됨 

자가용 주차는 유니온역 주차장 이용(http://www.unionstationdc.com/par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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