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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형의 나즈막한 목소리 Oct 19. 2020

포드 극장

링컨 대통령의 마지막 날

포드 극장, 피터슨 하우스 그리고 링컨 대통령

미국의 2월 셋째 월요일은 ‘대통령의 날’이다.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생일을 기념하는 것이지만 통상 모든 대통령을 기념하는 것으로 본다. 워싱턴 대통령과 더불어 미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듬뿍 받고 있는 16대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 1809년 켄터키주에서 태어나서 1861년부터 1865년 암살될 때까지 대통령 직을 수행한 사람.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노예해방을 선언했지만 암살당한 대통령.

워싱턴 디씨 안에서 그와 관련되는 시설물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링컨 기념관(Lincoln Memorial)과 포드 극장(Ford’s Theatre)이다. 여기서는 링컨 대통령이 암살당한 포드 극장에 관한 얘기를 해본다.

링컨을 만나는 포드극장은 크게 네 곳으로 나눌 수 있다. 포드극장 안에 있는 링컨 관련 박물관(Museum)과 링컨이 암살당한 극장(Theatre)이 있고, 극장 길 건너편에 링컨이 사망한 피터슨 하우스(Petersen House)와 교육관(Center for Education and Leadership)이 있다.

역사유적으로서 포드극장에 들어가기 위한 입장권은 현지에서 구입해도 되지만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이 입장권은 길 건너편에 있는 교육관 입장 시에도 제시해야 하니까 잘 보관해야 한다. 관람에 도움을 주는 개인용 오디오 기기를 유상 대여해 주는데 퍽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

포드 극장(Ford's Theatre)

교육관과 피터슨 하우스

교육관 앞 안내문과 오디오 기기 대여 안내문

포드극장은 그 안에서 링컨 대통령이 암살되어서 역사적 장소가 되었지만 박제화 된 역사유적지가 아니라 지금도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살아있는 문화공간이다. 즉 역사유적지로서의 성격과 공연장으로서의 성격이 모두 살아있는 곳이 포드극장인 것이다.

링컨 대통령을 만나는 박물관

인터넷으로 입장권을 구입했다면 조금 일찍 매표소에 가서 입장권을 받은 후 기념품 판매점에서 구경하다가 시간이 되면 입장한다. 입장은 입장권에 있는 바코드를 스캔하는 것으로 끝이고 그 후 밑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복도를 따라 걸어가면 바로 박물관이 나온다.

링컨 대통령에 관한 많은 자료가 전시되어있는데 맨 처음 만나는 것은 대통령직 취임을 위해 워싱턴 디씨로 오는 기차를 꾸며놓은 곳이다. 링컨 암살 시도는 대통령직에 취임하기 위해 워싱턴 디씨로 오는 중에도 있었기 때문에 그에 관한 자료가 전시되어있다. 안전을 위해 칼 등의 호신무기를 링컨이 휴대할 것을 권유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링컨의 경호책임자의 반대로 링컨이 휴대하지는 않았다.

링컨에게 휴대를 권유한 호신용품

그곳을 지나면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되는데 계단 오른쪽에 있는 기념품 판매장 옆에 박물관 안내도가 게시되어있으니 이를 먼저 살펴보면 무엇이 전시되어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박물관 지도

박물관에서 본격적으로 처음 만나는 것은 링컨의 첫 번째 대통령 취임식에 관한 것인데, 취임 전에 남부의 7개 주가 분리 독립을 선언하였기에 그는 취임식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We are not ememies, but friends.
We must not be enemies.
Though passion may have strained,
it must not break out bond of affection.

우리는 적이 아니라 친구입니다.
우리는 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비록 감정이 격앙될 수는 있겠지만
애정의 유대를 끊어서는 안 됩니다.

링컨 내각에 관한 자료가 있고, 남북전쟁의 신호탄이 된 섬터 요새에 관한 자료가 있다. 그리고 그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문이 전시된 곳에서는 전직 미국 대통령들이 그 연설문을 한 구절씩 읽어주는 동영상이 방영되고 있다. 공사 중인 의회 의사당이 보이는데, 이는 링컨의 첫 번째 임기가 시작될 때까지도 의사당이 완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어록들이 새겨져 있다.

대통령으로서의 링컨에 관한 자료들

1865년 4월 14일, 비극의 그 날

링컨 대통령의 암살에 관한 자료를 전시해둔 곳이 있다. 암살 현장을 그림으로 그려놓았고, 암살에 사용된 총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려준다. 그 총에 어떤 탄환이 사용되는지도 보여준다. 만져볼 수 있게 그 총의 플라스틱 모형도 있다.

그리고 암살단에 관한 자료가 한쪽에 마련되어있는데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자세히도 정리해두었다. 마침 거기 도착한 한 할머니가 암살범 부스 사진을 가리키며 남편에게 말했다. “이게 그 나쁜 놈이지?(Bad guy?)” 링컨 대통령처럼 오래도록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욕을 먹는 사람도 있다.

링컨 암살에 관한 자료들

여기에 사무엘 머드라는 조금 특별한 사람이 있다. 메릴랜드주 월도프에 있던 의사인데, 링컨 저격 후 도망치던 부스의 부상을 치료해준 사람이다. 체포되어 재판받았는데 1표 차이로 교수형은 면했고, 복역 중 사면되었다. 지금 그의 집은 지금 남북전쟁 박물관이 되어있다.

의사인 머드에 관한 자료

박물관을 나서기 전에 슬픈 시간표 하나를 보게 된다. 링컨이 암살당하던 그날의 일정을 적은 것이다. 한 편에는 링컨의 행적을, 다른 한 편에는 암살단의 행적을 적어 넣어서 사건 현장의 그 시각까지 마치 현장 중계를 하는 듯이 꾸며놓아서 드라마틱한 긴장감이 있다.

왼쪽은 링컨의 일정, 오른쪽은 암살단의 일정, 가운데는 그날 포드 극장의 공연 내용

극장 복도의 암살당일 일정 전시물 (왼쪽은 암살단, 오른쪽은 링컨) / 아침 8시에 링컨은 아침식사, 범인들은 암살계획 점검

저격당한 발코니를 그대로 보존

박물관 구경을 마친 후에는 극장으로 올라간다. 포드극장은 박제화된 극장이 아니라 지금도 공연이 진행되는 현재형 극장이라는 것은 앞에서 말했다.

포드 극장에서는 지금도 공연을 하고 있는데 링컨 대통령이 저격당한 발코니석만은 사용하지 않고 보존하고 있다. 그리고 2층 객석 뒤편에 커다란 링컨 두상이 있는데, 그 크기가 케네디 센터에 있는 케네디 두상만큼이나 크다.

포드 극장 내부 모습

링컨이 마지막으로 앉아있던 곳

극장 내부와 링컨 두상

다음날 아침 숨을 거둔 곳, 피터슨 하우스

이제는 포드극장 밖으로 나가서 극장 앞 길 건너편에 있는 건물 피터슨 하우스로 간다. 극장에서 저격당한 링컨 대통령은 극장의 길 건너편에 있는 빨간 벽돌 건물인 피터슨 하우스로 옮겨졌고, 그다음 날인 1865년 4월 15일 아침 7:22에 사망하였다.

피터슨 하우스 표식과 피터슨 하우스

교육관

피터슨 하우스 옆에 세로로 높게 지은 건물이 교육관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링컨에 관한 책들로 만든 거대한 탑을 만난다. 포드 극장 입장권을 보여준 후 기념품 판매점을 지나서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엘리베이터가 있다. 이것을 타고 4층으로 간 후 한 층씩 내려오면서 관람하는 구조이다.

링컨에 관한 책으로 만든 탑

4층은 링컨의 장례식에 관한 전시물이 있다. 4월 21일 워싱턴 디씨를 떠난 링컨은 5월 3일 일리노이주의 스프링필드에 도착했다. 당시 스프링필드 인구가 9,320명인데 장례에 참여한 사람이 도시 인구의 8배가 넘는 75,00명이었다니 링컨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링컨이 마지막으로 고향 가는 길

범인들의 추적 및 체포에 관한 자료도 있다. 범인들 교수형 집행에 사용된 밧줄의 일부를 잘라서 전시해 놓은 것도 있다.

범인 체포 과정과 형장의 밧줄 일부

3층은 링컨이 역사에 남긴 유산을 생각해보는 공간이다.

여기에 링컨 대통령과 워싱턴 대통령을 동급으로 표현한 벽화가 있는데 거기 이렇게 적혀있다.

WASHINGTON MADE
AND
LINCOLN SAVED
OUR COUNTRY

워싱턴이 세웠고
그리고
링컨이 구했다
우리나라

링컨의 위대함을 표현한 그림

링컨은 미국 대통령이었지만 미국만의 링컨은 아니다. 링컨에 관한 책이 1900년에는 16개 언어로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50개가 넘는 언어의 책이 있다. 여기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은 책인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 있다. 그리고 그 책 옆에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린 호랑이가 들어있는 접시가 전시되어있다.

운보 김기창 화백과 노무현 대통령의 작품

인간 링컨

링컨은 그의 대통령 재임 중 11살 난 맏아들을 장티푸스로 잃는 아픔을 겪었다. 영부인 메리는 얼마나 상심했던지 아들의 시신을 염한 그린 룸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링컨의 직계 후손은 없다.

링컨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얘기는 실패와 성공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수많은 실패를 겪었다. 그의 삶은 사업 실패, 주 의회 낙선, 약혼녀의 사망, 신경 쇠약으로 입원, 주 의회 낙선, 하원의원 낙선, 하원의원 당선, 하원의원 재선에 실패, 토지 담당 공무원직에서 거부당함, 상원의원 낙선, 부통령 경선 낙선, 상원의원 낙선 그리고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진다.

그 많은 실패를 딛고 대통령이 된 사람, 링컨. 정치에 관심이 없더라도 역경을 이겨낸 ‘인간 링컨’에게는 관심이 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