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주 화장
"어머니, 메이크업 수원에서 하실 거예요? 여의도에서 하실 거예요?"
앗! 올 것이 왔구나!
친구들이 결혼식장에서 혼주메이크업을 한꺼번에 한다고 해서 그러려니 했는데 아들 결혼식이 야외라는 생각을 못하고 기다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혼 1주일 전에 아들이 저에게 전화로 물어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내가 알아서 할게,
그러고 났는데 속에서 화가 났어요.
"그럼 너는 어디에서 하는데 "
하고 물었더니, 아들은 1인당 80만 원 하는 곳에 예약을 했고, 신부부모님은 따로 예약을 했다고 합니다.
'딸이 없는 엄마들은 이래서 슬프다고 했구나.'
하고 생각하고 머리가 텅 비어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날 서둘러서 제가 다니는 동네 미용실에 전화해서 의상에 맞춰서 혼주머리 할 수 있냐고 했더니 흔쾌히 대답을 해주셨어요. 그 미용실 원장님은 70이 넘으신 분이시지만 경력이 있으니 믿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일단 파마를 했습니다.
그 원장님은 꼬불파마만 잘하시는 분이라 머리가 가라앉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일주일을 기다리는 동안 마음속은 매우 불안했어요.
그리고 메이컵도 해야 되기 때문에 매일 유튜브를 보고 아침 화장을 했고, 일주일 동안 남편 얼굴에도 세 번이나 메이크업 시연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드디어 아들결혼식날 아침 저는 새벽 2시에 자고 새벽 5시에 눈이 떠졌습니다.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고 바쁘게 움직이며 남편 얼굴 화장도 해야 해서 분주했습니다.
며칠 전 남편얼굴 화장을 연습으로 했을 때 아들이 들어오며 보더니
"아빠 화장했어요?"
하고 묻는데 남편은 괴면적은지
"엄마가 해야 한다고 해서."
"그런데 화장품을 너무 하얀 것을 바른 것 같네요."
라고 했던 말이 거슬려 올리브영으로 달려가 파운데이션 코너에서 하나씩 발라보며 색상과 커버력을 보고 있는데 20대 여성이
"이거 하나 주세요."
해서 눈여겨봤다. 그 여성이 물건을 사고 간 후, 그것을 발라보기 시작했다.'루나 컨실 블랜더 필레트'하는 것인데 색상이 베이지, 바닐라. 그린, 퓨어라이트, 미디엄피치 다섯 개의 칸에 담겨있는데 손등에 발라보니 커버력이 매우 좋고 색상도 차분한 듯해서 검버섯이 몇 군데 있는 남편에게 맞을 것 같아서 사가지고 왔다. 집에 와서 유튜브로 검색해 봤더니 잡티, 기미. 홍조, 다크서클 등을 가리는 것이라고 해서 안심을 했었다.
바쁘게 움직이다 시계를 보니 8시였다. 9시에 미용실에 가기로 예약을 했으니 남편과 내 얼굴에 화장을 하는데 시간을 분배해야 했다.
정말이지 루나 컨실러는 얼굴에 있는 모든 잡티를 말끔히 가려줬다. 그리고 5가지의 색상을 적당히 섞어서 남편의 얼굴에 살짝 얹듯이 발라 줬는데 20년은 젊어진 듯 남편은 주름이 없어서인지 40대로 보일 정도로 멋지게 변했다. 볼터치도 하고 눈썹도살짝 그렸다. 남편도 거울을 보고 만족한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나는 내 얼굴에 화장을 하고 미용실로 달려갔다.
미용실에는 동네 할머니들이 아침부터 마실 와 계셨다. 그중에는 아는 분도 있었다. 원장님은 어느 할머니의 파마를 말고 있었다. 파마 마는 것이 끝나고, 나를 보시더니
"머리는 안 올려도 되겠네."
하시고 내 머리를 하기 시작했다.
예술가처럼 움직이는 미용실 원장님의 실력을 잘 몰라서 불안했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30분쯤 후 머리가 완성되었다.
뒤에 앉아 있던 딸의 표정이 안 좋았다.
나도 거울을 보면서 20년 전으로 돌아간 헤어스타일 같아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차를 타고 가면서 딸은
"엄마, 제가 알아봐서 지금도 시간 충분하고 새로 할 수 있으면 머리 다시 해요."
라고 하고, 나는
"몇 시간만 지나면 된다."
"외할머니도 내 결혼식 할 때 머리, 화장 안 하고 오셔도 단아하고 예쁘셨다."
하며 국회의사당 안에 들어갔는데 차에서 내리는 여성국회의원을 보았다.
우리 차를 바로 앞에다 세웠다.
내가 차에서 내렸을 때 딸이
"엄마머리가 여기서 어울려요. 우리 엄마가 그런 옷 입고 이런 데서 일했어야 하는데."
나는 빙그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