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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준 생일선물

아들의 결혼 5

by 해윤이

"어머니, 저 공항에 도착했어요. 처가에 다녀올게요."

내 마음은 버선발로 마중을 나간 듯 뛰고 있었습니다.

보고 싶은 아들입니다.

아들이 태어나서 나의 아들이 되어 준 순간부터

즐겁고 행복하게 해 주었습니다.


"엄마와 결혼할 거야."

하면서 남자인 척했던 유치원 시절

쪼그리고 앉아계신 할머니를 보고

"네가 엄마와 결혼하면 친구들의 신부는 엄마와 같이 예쁘고 젊은 나인데,

엄마는 저 할머니처럼 늙어있을 거야, 그래도 엄마하고 결혼할 거야?"

하고 물었을 때 잡은 손을 놓고 길에 멈추어 서서 한참을 고민하더니

"엄마와 결혼 안 할 거야."

고민하던 그 순간의 아들의 얼굴이 얼마나 진지했는지 지금도 기억합니다.

어떤 고민이었든 가슴이 많이 아팠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첫사랑이었던 엄마는 그 순간에 떼어냈으리라 생각합니다.


며느리와 사귀면서 며느리의 영원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올초 저의 생일날

"이번 생신 선물은 우리가 결혼하기로 날을 잡은 거예요."

생일선물이 너무 큰 것이어서 열어볼 수도 없는 판도라의 상자 같았습니다.

9개월 동안 그 상자를 조금씩 아주 조금씩 열어본 것 같네요.

그리고 아들결혼식날 상자의 뚜껑을 열어젖혔습니다.


아들결혼사진


제가 아는 많은 분들께 마음껏 자랑을 했습니다.

가을 햇살과 단풍, 그리고 들국화가 향기가 진동하는 축제 속에서

얼마나 뿌듯하고 마음이 기뻤는지 모릅니다.

아들은 이제부터 며느리의 남편이 되었습니다.

저의 아들이었을 때는 작고 어리게만 보였는데

며느리 곁에서는 늠름하고 씩씩한 지아비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믿음직스러워 보였습니다.


아들이 주던 기쁨을 며느리와 함께 주니 더 기쁘고 마음이 편안합니다.

이제 저는 시어머니가 되었습니다.

'시'자를 떼어내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어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며느리도 저도 처음 새로운 이름을 받았습니다.

며느리가 아가면 시어머니도 아가입니다.

저는 며느리, 시어머니라는 용어를 부정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며느리의 이름을 부를 것이고, 어머니로 시작합니다.


이제부터 일이하나 생겼습니다.

고부간에 일어나는 일들로 브런치작가활동을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뭔가를 원하는 삶이 아닌 각자의 삶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사이로 살아야 행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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