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HRD담당자로서의 설움에 대해서 짧게 글을 남겨봅니다. HRD담당자의 장점이나 단점에 대해서는 익히 지난 글들에서 밝혀온 바가 있는데요, 이번에는 어떻게 보면 아쉬움 그리고 현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해마다 주요 대기업들 회장이나 총수들, 또는 여러 사기업의 대표들의 신년사를 보면 거의 매번 빠지지 않는 단골 키워드 중 하나로 인재육성, 인적자원개발에 투자하겠다 강화하겠다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또한 거의 모든 기업의 회사 정식 홈페이지 회사소개 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인재육성에 신경쓰는 회사다, 교육 체계도(파이프라인)등을 그려놓고 많은 홍보도 빼놓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표면적인 부분과는 상반되게 HRD담당자로서 막상 현실에 닥칠 때면 힘이 빠질 때가, 무력해질 때가 있는데 바로 교육을 바라보는 임직원들의 온도차입니다.
"죄송한데...(<--죄송한데 라고 형식적이지만 예의를 지켜주시는 것 은 그나마 다행) 오늘 교육을 못갈 것 같습니다."
여러 대기업 6군데에서 교육담당자로 일해봤지만 교육 하루전, 또는 당일에 꼭 한번 이상씩은 마주하게 되는 말입니다. 자, 이럴 때 교육담당자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아, 네.." "사유가...혹시 " "불참 사유서를...주실 수..." "사전에 저희가 미리 안내를 드렸는데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기신걸까요?..."
사실상 이게 전부입니다. 상부에 보고를 해도 인사쪽의 상사, 인사쪽의 임원분들도 어쩔 수 없이 수용해드리는 경우가 100%입니다. 심지어 회장님의 지시에 따라서 진행되는 핵심적인 교육인데도 "회장님 보고가 잡혀서.."라는 사유로 불참을 통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아이러니 하죠?)
음식점에 노쇼를 하면 막대한 피해와 누를 끼치는 것이기에 사회적으로도 많은 논란이 되곤 하는데, 비슷하게 비유하자면 마찬가지로 학습자가 갑자기 교육에 불참하게 되었을 때 이미 다 짜놓은 조편성이나 진단 등 결과에 따른 그룹핑, 이미 다 지불해둔 교보재나 물품, 식수인원, 숙박 등에 대한 비용, 바쁨에도 참석해준 다른 분들에 대한 형평성이나 죄송함 등 교육담당자들도 참으로 곤란하고 속이 상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재밌는건 항상 회사에 바라는 건의사항 이런 부분에 '교육이 부족하다', '교육 좀 더 해줬으면 좋겠다', '1일 교육이 짧으니 2일로 해달라, 2일 교육이 짧으니 합숙교육으로 해달라' 라는 코멘트도 꼭 나온다는 법입니다. 막상 교육하면 오지도 않으면서 교육은 늘려달라? 라는 이런 모순도 없지요.
네, 하지만. 현업보다 중요한 교육은 없습니다. 현업에서의 여러 바쁜 업무, 갑작스러운 사고, 보고, 회의, 미팅에 교육은 항상 최후순위일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현실입니다. 저연차 때에는 아 이조차도 교육담당자가 무능해서 교육담당자가 오고 싶지 않는 교육을 설계했기 때문인걸까 스스로를 자책하고 자괴감에도 많이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압니다. 익히 자연스럽고 또 연차가 찰수록 사내에서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 이해도 되고 수용도 하게 되기에 결코 교육담당자가 자책할 필요는 없는 상황인 것을요.
홍보를 많이해도, 필요성을 어필해도, 유명강사를 섭외해도, 비싼과정이어도, 경영진이 추진한 과정이어도 무관심한 사람은 언제나 어디나 있습니다.
그래서, HRD에 입문할 혹은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는 분들이 있다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를 받아들이고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는 굳은살이 생기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단단해지면서, 그럼에도 교육장에 와주신 소중한 분들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교육 순간에 집중하고 열과 성을 다해서 챙겨드리면서 하나 하나 교육을 마무리하다보면 또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길 때가 올테니 너무 개의치말자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참으로 신기하게도 그럼에도 교육에 와주신 분들이 보면 보통 다음 승진자 교육때, 혹은 핵심인재 교육 등 선발된 과정 등에 꼭 가장 먼저 우선적으로 들어가더라구요.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교육의 기회에 대해 소중함을 느끼고 자기 발전에 대한 니즈와 기대치가 있는 사람들이 결국엔 더 크게 성공하는 사례가 많았으니 그런 분들을 보면서 힘을 쏟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도 말해주고 싶구요.
그럼에도 마음이 아픈 것은 사실입니다. 교육이 현업(특히 최전선의 영업부서나 현장부서 등)보다 우선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말뿐이 아닌 강력한 오너십으로 교육에도 정말 신경쓰는 회장님, 총수들, C레벨 등이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글 마무리 해보겠습니다.
(교육에 불만사항을 쏟아내도 좋으니 일단 최소한 와서! 와서! 평가를 해달라구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