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는 누나와 형이 한 명 있었다. 어릴 때부터 늘 반에서 상위권이었고, 고등학교 때는 전교 1~2등 안에 들었다. 부모 말도 잘 들었고, 친구나 선생님에게도 별다른 말썽 없이 평판이 좋았다. 대학도 알아서 잘 갔고, 졸업하자마자 대기업에 취업했다. 어머니는 형을 “우리 집 자랑”이라고 부르며 그가 벌어오는 월급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자랑거리로 삼았다. 그에 비해 그는 성적은 늘 형보다 한참 아래였고,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여자들을 만나는데 관심이 많았다. 대학도 두 번 떨어져서 겨우 들어갔고, 졸업한 뒤엔 중소기업을 전전했다. 입사했다가 몇 달 만에 나오는 일이 반복됐다. 어머니는 기분이 나쁘거나 피곤할 때면 늘 같은 말을 반복했다.
“너를 내가 낳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말은 화가 나서 튀어나온 게 아니었다. 거의 일상적인 습관처럼, 이유 없이 튀어나오곤 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항상 그랬듯, 고개를 숙이고, 손을 주머니에 넣고, 그냥 그 자리를 벗어날 뿐이었다. 집안에서 그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공기 같은 존재였다.
그 말은 결혼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어머니는 손자 손녀가 보는 앞에서도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내가 쟤를 낳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말에 누가 웃는것도 아니고 누가 말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늘 있던 말 중 하나처럼 지나갔다. 그런 말들이 일상이 된 집안에서 형은 늘 정답처럼 존재했다. 똑같은 형제였지만, 누가 봐도 한쪽은 자랑이었고, 다른 한쪽은 실망 그 자체였다.
그런 형은, 가끔 ‘조언’이라는 걸 했다.
“여자들이랑 그렇게 어울리기만 하지 마. 갖고 싶은 여자가 있으면 그냥 먼저 눕히는 거야. 싫다고 해도 다 연기야. 좋아도 처음엔 다 그런 척하는 거라고.” 형은 그런 말을 웃으면서 건넸고, 그는 그냥 듣기만 했다.
그런 조언들이 그의 욕망의 자리를 틔운 시간 속에서 자라났다. 사랑받지 못한 날들과, 가족 안에서 스스로를 증명할 수 없었던 무력감 속에서. 그는 ‘쥐는 법’을 먼저 배웠고, 관계는 감정이 아니라 점유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믿게 되었다. 그의 욕망은 뒤틀렸고, 사랑받지 못한 시간의 틈에서 형의 그림자를 따라 자라났고, 그 끝은 폭력이라는 형태를 입었다